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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형제라곤 남동생이 하나뿐인데
나와는 어느 것 하나도 전혀 닮지 않아서,
어렸을때부터 같이 다니면 남매인지도 모르고
청춘이었을때는 연인으로 보고
중년이 되니, 그저 무심한 부부로 보이는 그런 남매이죠.
서로 별로 찾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그리 그리워 하지도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엄청 의지하는 그런 스톼일이랄까.
형제자매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중에 으뜸이라면
같은 부모밑에서 겪은 역사의 산 증인을 하나씩 킵하고 있다는 정도.
엄마가 고된 하루일을 끝내고, 사온 돼지고기 반근을
부엌 연탄불 아궁이옆에 나란히 우리 앉히고 구워서 주었던 기억
부부싸움의 관람자로 서로의 편을 응원했던 기억
술취한 아빠의 주정에 엄청 짜증났던 기억.
그 모든 기억의 디테일을 서로 보완해주며,
그 모든 지나간 사건들을 아름답게만 미화하는 이제는 늙은 부모에게
서로 찬물을 끼얹는 사관의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존재이지요
우리 남매도 참 남부럽지 않게 가난하게 자랐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별 물욕이 없는 편인게, 우리부모가 가장 복장터지면서도 성공한 포인트구요.ㅋ
물론, 우리도 강이 내다보이는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고,
주렁주렁 달린 애들을 편히 실어 나를 좋은 차도 가지고 싶고,
남들 다 하는 것들을 욕망하긴 하지요.
하지만, 그뿐..
무슨 물건을 애지중지한다거나,
무얼 모은다거나,
어떤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편이예요
그래서, 결혼하기전이나 결혼한 후
각자의 집을 방문할때
서로 무엇을 달래 본적도 별로 없고,
또 달라는 것을 거절해 본적도 없는듯 해요
요번 여름의 한국 방문도 마찬가지였어요.
무더위에 에어컨 빵빵한 집에서의 며칠을 신세지고,
내가 슬그머니 내민 한달치 관리비를
동생놈은 우리 애들 용돈으로 도로 토해놓더니,
철없고 물정 어두운 애들이 개념없는 장난감욕심을 소원수리처리하듯 들어주더군요.
그러던 캐릭터가
내가 동생놈의 책꽂이에서 이 책을 꺼내서,
비행기안에서 읽으며 갈란다고 하니, 사색이 되어버리더군요.
안..안된다고..평생 가지고 싶은 책이라며, 절절한 눈빛을 보내면서.
아..이 책..반드시 뺏어서 읽어야겠다고, 니 놈은 다시 한권 사서 읽으라고..닥치라고..
그리고, 다시 돌아 온 내 삶의 터전에서
이 책을 소유하고 읽은 나는
편해진 세상..보이스 톡으로 만난 동생과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데..
아..쓰바..이 작가는 뭐냐..
나이가 나보다 겨우 열살 많은데,
허삼관매혈기..부터, 제7일까지, 나를 무릎 꿇리는 거 봐라.
아니, 죽고 난 후 7일간의 영혼의 이야기가
왜 절절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더 펄펄 뛰며..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생긴 사고들은
왜 이다지도 우리나라에서 생긴 일들과 복사판같으며,
21세기 중국의 민중이라는 사람들은
왜 당나라, 양나라, 청나라때의 백성들과 다르지 않게
저모양 저 꼴로 가난하며
그 허벌난 가난속에서 서로 등도 요래요래 쳤다가,
짠하다고 이래저래 도와도 좋다가,
계산약하고, 유혹에 약해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세파에 치여서 죽거나, 세월에 나가 떨어져 죽는 걸로 끝나냐고...
그리고, 그 죽은 영혼들은 왜 구천을 떠도냐고..
살아있는 그 누군가가 그 영혼을 위로하는 제를 올릴 때까지 말이죠.
위화는
아는 거 같아요.
수천년을 이어 온 제사의 의미가
실은, 한 세상 눈치보다 끝난 억울한 수 많은 영혼들
그 미처 피지도 못한 꽃한송이
기억하라고..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위로라고...
하정우가 망친 영화도 있네..라는 느낌이 들던 허삼관매혈기도
그 원작에서는 아버지가 생계가 막막해서리 피 팔아 먹여 살리는 심플한 스토리 하나로
사람 오장육부를 질러 울리더니,
이제는 하다하다 죽은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살아 있는 우리를 위로하고 계시네요.
다 알면서..
돈 맛 제대로 들어 가는 중국에
사람들 어찌 사는 지..
여기저기 봉합으로 끝내는 문제들 빵빵 터지는 거
아주 예리하게 주시하면서
그 이야기들을 무지하게 따스한 시각으로
결코 포기하지 않을 인정으로 스토리를 풀어내네요.
딱 보니, 디따 가난하게 자란거 같은데
어뜨케 이리 따뜻할 수 있을까
저렇게 사랑이 가득찰 수 있을까
저렇게 가난한 아버지가 자신의 못난 아들을
또는 아들이 저렇게 무능력한 아버지를 서로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작가 아버지는 도대체 무얼 보여준겨
나는 위화작가가 노벨문학상이든 뭐든
세상의 그 어떤 상을 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아요.
요새 시즌이 또 그 시즌이라
아시아권 작가가 어떻고..
하루끼가 어떻고, 고은이 어떻고 하는 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루끼는 그저 하루끼정도일 뿐이고
고은이라는 시인의 그 어떤 싯구절 하나도 내게 기억나지 않아요.
그들이 타는 상이, 그들이 어떤 작가라는 생각을 변하게 할거 같지 않아요.
하긴..
노벨 문학상..이라는 게
위화한테 의미나 있을까..싶고,
그저 동시대를 살아줘서, 고마울 뿐이고..
그 작가를 키워 낸 그의 가족에게 고마울 뿐이예요.
드러운 세상,
그 따뜻함을 지켜내는 게
그 따뜻함을 키워낸다는 게
드럽게 어렵고 힘들다는 거..
그래도, 그거이...그래서, 힘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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