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ds18.egloos.com/pds/201105/12/28/Trickle_-_Morgan_Van_Dam.swf 위 링크는 브금이고요 클릭하면 페이지 뜨면서 노래 자동으로 나옵니다
작업창에 내려놓고 읽어주세요
얼마전부터 해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강백호가 우리 집 마당에서 버젓이 기어다니는가 하면 꽤나 큰 장수
말벌 하나가 마당 중앙에 심어둔 만리향 주변을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이런 일은 비단 우리 마당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었는데 그 사실은 이웃집 친구의 집에 들러 화초를 구경하다가 알게 되었다.
친구녀석의 마당에도 개미뗴를 비롯해 온갖 벌레들이 득실 득실 했다. 우리 집 마당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희한한 기분이
들어 친구녀석과 이런 기현상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짧은 지식으로 토론해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머리를 싸
맨 채 오늘도 마당을 기어다니는 개미떼들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 놈들이 어디서 왔으며 도대체 왜 이 주택가 주변의 마당에 터를 잡고 세를 불리는 것일까? 이 집이 혹시 곤충들에게 기를 북돋아주는
희한한 지기가 흐르기라도 하는 것일까?
풋. 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가 어디 있겠는가? 곤충들의 기를 북돋는 지기라.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어서 나는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려봤다.
곤충들이 모일만한 이유는 먹이 토질 등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닌 듯 보였다. 마당 흙을 삽으로 뒤집어 살펴봤
는데 토질은 산의 비옥한 흙에 비할 바가 못 돼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강 흙의 품질을 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기에
그건 거의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얼까? 이 벌레들이 왜 이 허접한 토질에 먹이조차 풍부하지 못한 주택가로 기어들어와 연명하
는 것일까?
해가 저물 때 까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나 결국 답을 도출하지 못했다. 밥을 한 숟갈 떠먹었다. 하루종일 곤충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지 식욕이 없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꼭꼭 씹어 침을 분비시켜 밥을 흐물흐물하게 만든 뒤 힘겹게 넘겼
다. 그리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게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어는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이 토록 목
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지 않을 떄 억지로 쑤셔넣어봐야 소화불량에 걸릴 뿐이다.
다시 마당으로 나와 곤충들을 관찰했다. 해가 저문 뒤 불과 10분도 돼지 않았으나 벌써 어둑 어둑 해져 흙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곤충
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빛이 필요했다. 집으로 들어가 창고를 뒤졌다. 창고 안을 한참 동안 뒤진 끝에 아버지가 오래 전에 사
둔 것으로 보이는 낡은 후레쉬를 발견했다.
탁
후레시를 들고와 흙을 비췄다. 새까만 개미떼들이 무언가를 부산하게 운반하는 듯 긴행렬을 이뤄 움직이고 있었다.
참으로 벌레들의 세계란 신기하기 그지 없다. 저 많은 개미떼들은 한 가지 목표아래 분업을 해 자신들의 몫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수
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사람들과는 대비되는 근면함이다. 가끔 벌레들에게서도 나는 이렇듯 배울 것을 찾고는 했다.
마당의 흙 위로 올라가 쪼그리고 앉아 개미들을 관찰했다.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는데 문득 주둥아리에 물려있는 것들이 왠지 잘게 나눠진
고깃조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들이 고깃조각을 물고 움직인다... 전례 없는 이야기였다.
아마 고깃조각이 아니라 다른 것이겠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만 왠지 개미들이 물고 운반하는 것이 고깃조각일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고개를 쳐들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나는 개미 떼의 행렬이 향한 곳을 후레쉬로 비추었다. 행렬은 상상이상으로 길어 마당뒤쪽까지 이어졌다. 신기함과 약
간의 공포감마저 느끼며 나는 개미떼의 행렬을 따라 움직였다. 마당 뒤쪽.
"헉."
절로 헛바람이 새어나올 만큼 참담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손에 들고 있던 후레쉬를 떨어트릴만큼 놀라고 말았다. 개미들이 바글
바글대서 그것은 언뜻 보면 검은색 덩어리 같이 보였다.
얼마전 까지 동네를 촐랑대며 돌아다니던 똥개가 개미들에게 온몸을 파먹힌 채 뒷마당에 널부러져 있었다.
"우욱."
헛구역질을 참으며 나는 후레쉬를 껐다. 붉은 상피가 드러난 곳을 개미들이 끊임없이 뜯어가는 모습이 어둠에 가려 사라졌다. 노란 라이
터가 그 참담한 모습을 비추지 않자 일단 들끓던 비위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허나 여전히 토기가 남아 속을 괴롭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비위가 안정되고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정말이지 희한하고 있어서도 안 돼는 괴사를 눈앞에서 목격했다. 일개 벌레 따위가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그래도 포유류에 속하는 개를
뜯어먹다니. 아마 누구라도 지금의 나 처럼 당황스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나는 애견애호가라기보다는 곤충과 벌레 애호가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개미들을 옹호하며 죽은 개를 그저
희한한 일의 재수없는 희생양으로 여기고 넘어갈 순 없었다.
이건 분명 이상현상이었다. 개가 개미들에게 물려죽은 것인지 아니면 다 죽어가던 것이 마당에 기어왔다가 개미들에게 뜯어먹혔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개미가 개의 몸통을 뜯어먹는다는 것만으로도 기현상에 속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솨아아아아"
집으로 들어와 뜨거운 물을 틀어 샤워를 시작했다. 언제나 머리가 복잡할 떄면 이렇게 샤워를 하곤 했다. 뜨신 물에 온몸을 흠뻑적시고
나면 부산하던 머릿속도 그 따스한 기운에 물러지기라도 한 듯 가라앉았다.
난 코를 파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 요량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막 번호를 눌렀을 때 검은색의 형체가 내 발바닥을 넘어 타고 빠르게 가구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으억하고 소리 치며 발을 만졌을 땐 이미 벌레놈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불쾌함과 함꼐 이 곤충. 아니 벌레. 아니 이것도 아니다.
그래...바로 해충들에 대한 맹렬한 적개심이 타올랐다.
곧장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걸렸고 곧 친구가 받았다. 목소리가 답답하고 풀죽은 것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간단한 인사
를 나눈 뒤 바로 용건을 꺼냈다.
"뭐?"
짜증섞인 목소리로 친구가 되물어왔다. 하기사 나라도 이런 말을 듣는다면 처음엔 거짓말을 한다고 치부할 공산이 크다.
나는 친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며 차근 차근 설명하려 했다.
"너도 그래?"
그러나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없다는 느낌이 목소리에서 뚝뚝 묻어났다.
5분간 통화를 나눈 뒤 나는 이 주택가 일대에서 벌레들이...기이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벌레들이 하는 짓도
몹시 수상쩍고 괴이하다는 사실도.
다음 날 차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돌아다닌 이유는 벌레박멸을 위한 도구 구입이었다. 저녁쯤이 되어서야 나는 몇십만원을 탕진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에프킬라를 비롯해 모기향. 바퀴벌레약등을 비롯해 살수 있는 모든 살충제들을 구입해왔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는 정말 지독한 살
충원액도 구해왔는데 이건 비장의 수였다.
만일 시중에서 구매한 살충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 원액을 마당 곳곳에 골고루 살포할 요량이었다. 머리가 벗겨지고 눈알이
누런색이었던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살충제 원액은 워낙에 독해서 살포한 뒤엔 며칠간 다른 곳에서 지내라고 충고까지 했었다. 그렇게
까지 말하는 걸 보니 살충원액이 독하긴 몹시 독한 모양이었다. 건강에 위협을 줄 정도의 독성을 띈다는 사실이 물론 찝찝했지만 그
만큼 효과도 탁월할 거라 생각하니 비장의 수단으로 사용하기엔 적절할 것 같았다.
흰 마스크를 쓰고 라텍스 장갑을 꼈다. 안쓰던 안경도 쓰고 털모자도 일부러 착용했다. 두터운 외투를 입어 혹시 모를 벌들의
공격에 대비했고 목도리를 둘러 목의 미세한 틈도 가렸다.
완전무장을 끝내자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벌레들이 그래봤자다. 이 정도 준비라면 고작 그 따위 해충들을 박멸하지 못할리가 없었다.
개미들떼들이 동시에 나동그라지며 온몸을 배배 꼬았다. 약간의 승리감과 함께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은 그저 살충제 한방에
맥을 못추고 전열을 흐트러트렸다. 자신들 보다 훨씬 거대한 사마귀들을 향해 분전하며 결국에는 쓰러트리기까지 했던 개미들은 고작
몇천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싸구려 살충제에 우후죽순으로 죽어나갔다.
살충제 몇통을 다 썼다. 흙위를 돌아다니는 건 밟아 죽이고 뿌려죽였다. 마당에 있는 개미들의 굴을 찾아 그 구멍속에 대고 살충제를 분사했다.
놈들의 주거를 비롯해 모든 것을 쓸어버릴 요량이었다. 거의 신들린 듯한 기분으로 마당에 있는 모든 벌레들의 씨를 말려버리려 했다.
몇시간이 흐른 뒤 살충제를 비롯해 구매해온 것들을 거의 다 소진했을 때 나는 그 시큼하고 역겨운 살충약 냄새를 맡으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룻바닥에 걸터앉았다.
냄새가 진동하면 할 수록 벌레들이 몸을 배배꼬운 채 죽어있을거라고 생각하니 악취도 악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뒤로 뻗어 누웠다.
어느 덧 날이 어두워져 달이 노란빛을 반짝이며 떠 있었다. 무리를 한 탓일까? 달을 보니 금방 잠기가 몰려왔다. 몇번 감긴 눈을 다시
뜨며 버텨보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
결국 난 눈을 감았다. 살충약 냄새가 진동하는 마룻바닥에서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떳을 땐 해가 중천에 밝아 있었다. 간밤에 살충제를 뿌리며 마당에서 한 복판 난리굿을 피웠던 게 기억이 났고 난 벌떡 몸
을 일으켰다. 얼마나 성과가 있는지 이 백주대낮에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볼 요량으로 마당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개미떼들이 새까
맣게 군집해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젯 밤 개미굴에다 살충제를 무자비하게 분사했던게 즉효였던 듯 덩어리 진 개미뗴가 굴에서부터 이어져
퍼지더니 1m정도 지름의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개미시체라 생각하자 팔뚝으로 소름이 돋았다.
죽은 개미의 수는 어림짐작으로 몇십만은 되어 보였다. 워낙 숫자감각이 없는 터라 죽은 개미들이 그 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하찮은 벌레들이라지만 내 손으로 이렇게 많은 숫자를 죽였다고 생각하니 마치 사람을 죽이기라도 한 듯 가슴한켠이 무거워졌
다. 물론 법적제제가 없으니 겁 까지 나지는 않았다.
난 집창고로 들어가 삽을 찾았다. 곧 낡기는 했지만 아직 쓸만해보이는 것을 찾아냈고 마당으로 가 흙을 퍼 개미들의 시체를 덮었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비해 허무허무한 말로였다. 몇만원치 살충제에 가히 제국이라 불러도 모자람 없는 개미들의 세계가 붕괴했다.
게다가 고작해야 삽질을 스무번 정도했을 뿐인데 수많은 개미들의 시체는 흙더미에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인간이 새삼 이런 곤충들에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젯밤 개미들은 나를 무엇으로 인지했을까?
만일 인간의 시각으로 옮겨본다면 아마 파괴를 주관한다는 인도의 시바신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별의 별 생각속에서 쉬지 않고 삽질을 한 끝에 개미들의 시체는 모두 종적을 감추었고 난 살짝 찝찝한 기분속에서 마당 곳곳을 더 살펴봤다.
죽은 건 개미 뿐만이 아니라 몇십 종이나 돼는 수 많은 벌레들도 있다. 어떤 과학자가 유익한 곤충이라고 칭했던 무당벌레 시체가
마당을 둘러보는 동안 간간이 눈에 띄었다. 다른 벌레들에 비하면 그 횟수가 간간이라는 말이지 절대로 죽은 숫자가 적다는 건 아니었
다. 족히 몇십마리는 되리라.
내가 어젯밤에 저지른 일이 가히 지랄발광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냥 지나치게 많은 개미와 독을 품은 독충들만 죽
였엇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구태여 사람에게 유익함을 가져다주는 무당벌레나 거미등을 해칠 필요가 있었을까?
극심한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틀전에 본 강아지의 시체가 내 이성을 뒤흔들 만큼 충격적이었기에 앞 뒤 안
가리고 설쳐버린 것을 이제와 어쩌겠는가.
마당일을 완전히 정리한 뒤에서야 난 부엌으로 들어갔다. 달뜬숨을 쉬며 냉장고를 뒤져 시원한 냉수통을 꺼내들었다. 컵에 부어 한잔 하
는 그 순간이었다.
"악"
문득 따금한 감촉이 목 언저리에서 느껴졌다. 깜작 놀라며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뭔가가 톡 터지는 느낌이 들더니 찐득한 액체가 목에
서 질질 흘러내렸다. 검지로 닦아서 보니 초록빛깔을 띄는 진액이 묻어 있었다. 기분이 더러워지며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솟구쳤다.
진액에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 지독했기 때문,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급히 수돗가로 다가갔다. 수돗가 앞 물이 가득찬 대야
위엔 날파리시체가 잔뜩 떠 있었고 큼지막한 나방하나가 날개를 쫙 편 채 부유하고 있었다.
물을 틀고 손을 씻자 손을 씻고 내려간 물이 대야의 수면을 뒤흔든다. 둥둥 떠 있는 벌레들의 시체를 보자 대야물을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손을 씻고 뒤엎을 생각이어서 나는 손바닥에 묻은 초록색 진액을 우선적으로 씻어냈다.
"푸득"
그 순간 죽은 듯이 물 위에 떠 있던 나방의 날개가 움직였다.
나방은 새처럼 맹렬한 날개짓으로 재빨리 솟구쳐 날아올라 내 얼굴로 달라붙었다. 깜작 놀라 난 손을 들고 얼굴을 후려갈겼다.
따금한 느낌이 들더니 몰려온 얼얼함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너무 놀란 탓에 힘을 조절하지 않고 얼굴을 때린 탓이었다. 콧잔등이 시큼하며
눈물이 핑 돌았음은 물론 걸쭉한 액체가 인중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입안으로 흘러들며 혀를 자극했다. 비릿하고 짠맛이 영락없이 코피
맛이었다.
"씨발."
욕을 뱉으며 이미 힘을 잃고 땅에 쓰러진 나방을 힘주어 밟았다. 찍하며 나방의 액이 튀었고 다시 발을 들어올렸을 때 나방은 날개가
찟기고 몸이 짓이겨져 걸쭉한 액을 내뿜은 채 돌바닥에 껌 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격심해졌다. 고작 해충 따위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게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난 불구대
천의 원수라도 된 양 나방을 수십번 힘주어 밟았다. 나방의 몸이 갈기 갈기 찟기고 흩어져 바닥에 진액만이 번져 물감처럼 남았을 때
가 되어서야 나는 발로 짓밟는 것을 멈추었다.
열심히 발을 움직였더니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고작 벌레따위에게 이렇게 맹렬한 적개심을 품은 게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나방이 얼굴을 뒤덮을 때 느꼈던 그 끔직한 기분이 떠오르자 그 정도 반응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손만 씻을려고 했는데 나방이 들러붙은 얼굴 부분이 가려워서 집에 들어가 제대로 씻어냈다. 비누로 일차적으로 씻어낸 뒤 평소 잘 쓰
지 않는 세정제도 가져와 힘주어 얼굴 곳곳을 깔끔히 닦아냈다.
거품이 난 얼굴에 연신 찬물을 끼얹어 모두 씻어냈다. 또 다시 새 물을 받아 얼굴을 씻었고 그제서야 찝찝하던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뒤에서야 터졌다.
수납장의 수건을 집어들고 얼굴을 닦을 때 따금한 감촉이 코에서 느껴졌다. 굉장히 날선 통증이라 나는 깜작 놀라며 손을 멈추었다.
불쾌감과 참기 힘든 찝찝함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콧잔등에 초록빛을 뛰는 종기같은 것이 돋아 나 있었다.
금방 집에 있는 구급상비약들을 가져와 세밀히 응급처치를 했다.다소 무식한 방법이었는데 코에 나 있는 종기를 억지로 힘껏 짜낸 뒤 그 위에
소독약을 면봉으로 살살 펴발라준 뒤 그 위에 아까진기를 덧 바르고 지혈제를 뿌리는 것이었다. 거기다 작은 반창고까지 붙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안했다. 종기가 터질 떄 나왔던 그 끈적끈적한 액체가 머릿속에서 생생히 떠올랐다.
종기라면 의당 누런빛깔을 뛰어야 할 텐데 그것은 은은하게 초록빛을 띄고 있었다.
고름이 초록빛을 띈다는 건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쩝쩝"
딱딱한 식빵을 연신 씹어삼켰다. 너무 늦게 일어난 탓에 아침도 먹지 못한 난 동네가게에서 산 식빵으로 허기를 달래며 인
근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향했다.
코의 상처를 보여준 뒤 정확한 병명을 알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머리숱이 많고 젊어보이는 의사는 내 코의 반창고를 벗긴 뒤 면밀히 살펴보더니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살이 썩어가고 있네요...독 같습니다."
살이 썩어간다는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그게 큰 문제가 됩니까?"
"이대로 두면 코 전체가 썩어들어갈 겁니다. 당장 수술을 시작해서 상처부위를 도려내고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소독을 받으셔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충독같은데 어디서 물리셨는진 모르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아프셨겠습니다."
의사가 위로랍시고 침중한 어조로 말했지만 내 속만 박박 긁을 뿐이었다.
...
...
"마취 들어갑니다."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따금한 느낌이 코에서 일더니 코 전체가 얼얼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팔뚝쪽도 따금해졌고 빠르게 졸음이 몰려왔다.
문득 이렇게 수술대에 오르니 십년전 포경수술을 받을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의사는 내게 안심하라는 뜻으로 편하게 웃어보이며 천장에 달린 티
비를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꼬추를 살짝 꼬집는다고 말했었다.
직후 따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헌데 신기하게도 꼬집혔다고 생각하니 별로 아프지 않아서 나는 히죽거리며 계속 티비를 시청했었다. 당시에 난 의사가 마취주사를 성기에
주사했다는 걸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노릇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와 생각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어릴 적의 회상도 잠시 나는 강력한 마취약의 기운을 이기
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약 40여분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마취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손가락 까닥 할 힘 조차 남아 있지 않아 몇분을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잠시 후 정신이 맑아지더니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몸의 통제력이 돌아왔다.
통제력이 돌아온 순간 난 바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코쪽이 얼얼해서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가자 투박한 감촉의 붕대가 느껴졌다.
의사는 아무래도 고급붕대가 아닌싸구려 붕대를 사용한 것 같았다.
보건소가 그렇지 뭐. 나는 밑입술을 씹으며 간호사에게 약을 처방받은 뒤 털레 털레 계단을 내려왔다. 차에 탔다. 후진 엔진소리를 들으
며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아버지 어머닌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다.
도대체 언제 쯤 이 집에서 나 홀로 저녘을 먹지 않는 날이 올 것인가. 여행을 떠난지 3주가 넘어가는데도 여지껏 돌아오지 않는 두 분
이 퍽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혼자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내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왔다. 코에 붕대를 감은 걸 깜박하고 시내를 걷다가 왠 꼬마
하나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웃어댔기 때문이다. 딱밤이라도 한대 먹여주고 싶었건만 옆에 우락부락한 인상의 꼬마 부모가 있어 그러지
못했다. 벽을 한대 세게쳤다.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코에서 지근 지근 거리는 은은한 아픔도 그랬고 약을 먹은 뒤에 몰
려오는 이상한 미식거림이 내 신경을 살살 긁어댔다. 거기다 tv에서는 고루한 시사프로나 틀어주고 있었고 방 벽지에선 퀴퀴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까지 한다.
그리고 난 혼자다. 혼자란 말이다. 사실 그 무엇보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짜증났다. 친구란게 있기는 있다만 그 놈들은 죄다
제 할일이 바빠 집에 놀러오라고 해도 놀러오지도 않는다.
처음의 심심함은 서서히 깊어져가더니 우울함으로 변했고 난 극도의 우울함에 잠긴 채 오후를 보냈다. 서서히 공기가 식어가더니 싸늘해졌
다. 잠시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었다.
"맴...맴...맴."
번뜩 눈이 뜨이는 순간 매미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왠지 모를 불길한 기분이 들어 소름이 돋아났다. 마치 오한이 든 듯 오들 오들
몸이 떨린다. 숨죽이고 방문을 연 뒤 마당이 보이는 통유리앞으로 다가갔다.
매미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럽게 커져왔고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벌레들이 미쳐가고 있는 듯 했다. 날파리 같은 것들이 통유리로 달라붙어서 꿈틀 꿈틀 대며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름조차 모를 잡다한
곤충들이 펄쩍 펄쩍 뛰거나 날아다녔다. 그 모습이 마치 종말직전에 놓인 사람들을 보는 듯 했다.
내 직감에 그리고 우스운 공상에 불과할진 몰라도 벌레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집단적인 공포.
만일 내 생각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이 벌레들은 무엇이 그리도 두려워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얼굴을 딱딱히 굳힌 채 창밖을 주시했다. 집에서 뿜어져나온 불빛이 밖을 비춰줬지만 가시거리는 고작 해야 10m 남짓이다. 정신
을 집중하지 않고선 무언가를 찾아보기도 힘든 수준. 난 숨을 죽인 채 벌레들의 집단발작을 살폈다.
"까드득"
돌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까드득. 뭐라 표현하긴 힘들지만 벌레 우는 소리 같다. 헌데 이런 소리는 지금 껏 살아오며 들어본 적이 없
는 아주 독특한 소리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짐작되는 오른쪽을 자세히 살펴봤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
지만 서서히 주먹만한게 윙윙 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이 눈에 잡혔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벌레는 상상이상의 크기였다. 윙윙대는
날개짓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벌레는 유리창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서서히 커져오는 벌레의 모습이 몹시 공포스러웠
다. 누가 심장에 못질이라도 하는 걸까? 쿵쾅 쿵쾅 심장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벌레는 통유리 앞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히곤 비틀거리며 살짝 추락하더니 다시 기세를 회복해 날아올랐다. 겁에 잔뜩 질려있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벌레의 모습을 살폈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벌레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온통 노란 눈알에 탁색의 몸통. 게다가 번들거리는 기름기.
벌레에 대한 나의 느낌은 길게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역겨움 자체였다.
도대체 이 괴상한 벌레가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이 벌레를 빨리 죽여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난 어제 사다둔 해충
약을 찾아 움직였다. 살충원액을 비롯해 여러가지 도구들을 집안 창고에 처 박아 뒀기에 난 바로 창고에 들어가 도구들이 든 봉지를
가지고 나왔다. 나의 눈에 거실의 통유리엔 딱 달라붙은 벌레가 보였다.
잘하면 쉽게 죽일수도 있을 듯 했다. 일단 큰방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파카를 껴입은 뒤 손에 살충원액이 든 작은 통 두개를 쥐었다.
하나는 파카 주머니에 넣은 뒤 나머지 하나는 뚜겅을 땄다. 현관으로 다가가 소리없이 문을 열었고 벌레가 있는 곳을 향해 통안의
원액을 뿌렸다.
"까득 까드득"
괴상한 소리와 동시에 벌레의 뜽겁질이 열리며 촤악 날개가 펴졌다. 윙윙소리와 함께 날개짓을 하더니 빠르게 솟구쳐 날아올라 몸을 회전시키며 자신을 공격한 나를 찾았다.
그러나 놈의 몸엔 찐득 찐득한 살충원액이 들러붙어 있어서 모르긴 몰라도 조만간 힘을 잃고 땅에 떨어질 것이 틀림없어보였다.
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날개짓이 느려지더니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았다. 여의치 않아 놈이 죽지 않으면 통 한병을 더 부을
생각이었는데 놈은 몸을 바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뻗어버렸다.
잠시 놈을 지켜보다 죽었다는 확신이 든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놈의 시체가 바닥에 떨어진 채 굳어있었다. 침을 꿀걱 삼킨 뒤
놈의 시체를 발로 살짝 걷어찼다. 놈의 시체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다시 발라당 뒤집혀진 채 멈췄다. 확실히 죽은 게 틀림없다.
껄끄럽기 그지 없었지만 놈의 희한한 모습과 그 크기로 보건 대 어딘가에 팔면 제법 돈을 받을 수 있을 듯 했다. 내가 잘은 몰라도 요
런 희귀한 종류의 벌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이 벌레를 그런 놈들이나 대학교의 곤충학과 교수?
들에게 넘긴다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리라.
집에 들어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나왔다.
벌레를 잡았을 때 살충원액이 몸에 몹시 해로우니 조심하라고 했던 대머리 아저씨의 말이 뇌리를 스쳤지만 무시하고 검은 봉지에 집어
넣었다.
혹시 이런 벌레가 더 없으려나 하고 마당으로 나갔지만 다시 들어왔다.귀뚜라미 같은 것들이 펄쩍 펄쩍 뛰어대며 지랄 발광을 하니 겁이 나서 마당을 살피기도 뭣 했다.
도대체 이 벌레들이 왜 이리 지랄일까? 엊그제 한바탕 했던 것이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인가.
온갖 생각속에서 난 집으로 들어와 라텍스 장갑을 벗었다. 꽁꽁 묶은 봉지와 함께 화장실 구석에 둔 뒤 다시 거실로 나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벌레들이 저토록 울어대고 움직이는 것이 방금 죽여서 봉지에 넣어둔 저 괴상한 벌레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그런데 그렇다고 치면 모순되는게 하나 있다. 난 방금 그 벌레를 잡아 죽였고 위협요소가 사라졌으니 벌레들은 울음을 멈추고 다시 조용해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벌레들은 지랄스럽게 울어대며 돌아다닌다. 왜일까? 벌레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니, 다른 이유는 내 상식내에선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벌레 때문일거라고 가정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럴듯한 생각이 떠오르진
않았지만 고심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방금 전에 잡아 죽인 벌레 이외에 몇마리가 더 마당안에 숨어들었을 거란 것이였다.
다른 벌레. 넓지 않은 우리 집 마당에 괴상하기 짝이 없는 그 큼지막한 벌레가 또 있을 꺼라 생각하니 여간 찜찜한게 아니었다.
빨리 저 벌레들을 잡아 없애고 집안을 방역해 이 지긋지긋한 소음과 찝찝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난 119에 전화를 걸어 집안에 이상한 벌레가 들어왔다고 신고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여자소방관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듯 계속 예?예?를 거듭
말해와서 짜증이 치밀었다.
위잉위잉 사이렌 소리를 내며 우리 집 앞에 도착한 건 제법 큰 119차량이었다. 안에서 세명 정도의 소방관들이 옷을 입은 채 내리더니
집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펄쩍 펄쩍 대던 귀뚜라미 하나가 소방관의 몸에 들러붙었다.
"엇!"
소방관이 비명을 지르며 어깨위로 뛰어오른 귀뚜라미를 손으로 내쳤다. 귀뚜라미는 맥없이 손에 맞아 튕겨져 나갔고 소방관은 찝찝한
얼굴로 마당을 가로질러 다가왔다. 그가 막 우리 집 문 앞에 다가왔을 때 였다. 난 문을 열어주기 위해 현관에 선 참이었다.
헌데 그 순간 무언가가 소방관의 옆에서 튀어올랐다. 주먹 두개만 한 크기였다.
갈색을 띈 그 형체는 언뜻 콩벌레 같아 보였고 바로 소방관의 머리에 달라붙었다. 소방관이 비명을 지르며 콩벌레를 잡아뜯었
다. 끔직한 광경이었다. 콩벌레는 몸이 뜯긴 채 결국 떨어져 나갔고 난 소방관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볼수 있었다.
그 짧은 사이 콩벌레가 소방관의 머리가죽을 잡아 뜯었던 듯 허연 머리뼈가 보였다. 공포와 역겨움에 난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소방관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방관의 머리뼈쪽이 서서히 녹아들어갔다.
"그어억."
소방관이 두 눈을 부릅 뜬 채 문유리에 얼굴을 붙인 채 미끄러져 내렸다. 난 소방관을 내려다보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공포로 질린 눈으
로 죽은 소방관을 내려다보는 다른 소방관이 보였다.
그 소방관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까드득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 내가 방금 전 원액을 뿌려 고꾸라트렸
던 그 벌레 소리와 똑같다. 아니나 다를까 그와 똑같은 벌레가 소방관의 뒷편에 나타났다. 벌컥 문을 연 뒤 외쳤다.
"들어와요. "
소방관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몸이 움찔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내게로 달려왔다. 그가 문 안으로 들어섰고 뒤 이어 다른 소방관이 들어왔다. 그 새 벌레가 문 지척까지 날아
들었다. 오른손에 힘을 꽉 주어 강하게 문을 닫았고 벌레는 들어오지 못했다. 한동안 문 앞을 맴돌던 그것이 체념한 듯 다른 곳으로 날
아갔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격하게 쉬고 있는 소방관 둘을 쳐다봤다.
그들도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문 앞에 쓰러져 죽은 자신들의 동료를 쳐다봤다.
난 속으로 혀를 차며 그들과 같이 문 앞에 널브러진 남자의 시체를 바라봤다.
남자의 얼굴은 그 곤충의 체액에 살이 다 녹아 허연 해골이 드러나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고 뉴스를 틀었을 때 나는 이 기이한 현상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어젯 밤 소방관을 죽인 그 괴상한 벌레가 유전자변형 식물을 섭취 해 그 부작용으로 생겨 난 돌연변이 종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루동안 집에 머물었던 두 소방관들이 떠나고 얼마 뒤 어머니 아버지가 집에 찾아왔을 때 난 울컥하는 마음에 울고 말았다.
정부에서 파견 된 수 많은 군인들과 공익요원들이 우리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역작업을 했고 근 3달 동안 지속되었다. 그 작업이
끝났을 때 쯤엔 마당을 휘젓고 다니던 벌레들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다.
11월 21일 8시 30분 이상기온으로 인해 날은 가을 답지 않게 후덥지근했다. 대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그런대로 시원함을 주었다.
난 엄마가 연유를 잔뜩 뿌려 만든 화채를 들고 마당의 나무등걸에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는 별을 보고 계시더니 내가 가져온 화채를 떠먹었다. 나도 그 옆에 앉아 연신 화채를 퍼 먹었다.
우적 우적. 화채를 한참 씹어먹는데 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았다. 긴장된 떨림이 손을 통해 젼해져왔다.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를 돌아봤다. 아버진 고개를 젖힌 채 하늘을 보고 계셨다. 나도 덩달아 하늘로 고개를 젖혔다.
챙...
먹던 화채 그릇을 그대로 떨어트릴 만큼 놀라운 광경이 하늘에 펼쳐져 있었다. 거의 새 크기만한 벌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end
출처
웃대 - 데몬듀크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