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몇 년간 묵혀두었던 마음속 얘기를 어디 풀만한 곳이 없어 여기에 혼자라도 끄적였습니다....
몇 년 전 그 사람은 저에게 너무나 큰 사람이었으며, 그저 나의 욕심이었고, 찌질했던 나의 잘못이었습니다.
전역하고 반년이 채 되지도 않은 스물세 살 그때의 나는 대학교 친구와 평일 저녁 단둘이 대구의 조그마한 클럽에 놀러 갔었습니다.
그날 그 장소에서 그녀를 만났었습니다.
그사람은 같이온 친구들과 춤을 추고 있었고, 저도 친구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오른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그녀들에게 부쳐줬고, 의외로 반응이나 분위기는 괜찮았던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가장 열심히 재밌게 놀고 있던 그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는 특출나게 예쁜 외모도 아니였으며, 그렇다고 눈에 띄는 글래머스한 몸매도 아니였습니다. 단지, 정말로 열심히 놀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다보니 흥미가 생겼었나 봅니다.
그렇게 저는 친구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그녀를 쭉 의식하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처럼 쉽사리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봐도 될까? 괜히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나는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면 후회할꺼 같아.
어떤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하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입구에 보관함을 모와놓은 장소에서 그 일행들과 얘기를 하였습니다. 뻔한 대화였습니다.
몇살인가? 학생인가? 저는 그녀들에게 나의 나이를 맞춰보라고 하였고, 어리게 생겨서 스무살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스물세살이라고 말했을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고,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보여주니 그제야 믿더라구요. 그녀들은 저보다 한살이 많은 스물넷이였습니다.
저는 술을 하지 못한다고 카페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을 하였고, 그녀들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같이 클럽에 놀러왔던 친구를 버리고 그녀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갔습니다.
커피 값은 제가 각자 더치페이로 계산하자고 말 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들 웃더라구요.
그리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고, 바로 자기소개와 비슷한 신상털기에 들어갔죠.
여기서 저는 절대 하지말아야 할 인생 최악의 찌질한 거짓말... 실수? 잘못을 합니다. 그리고 그 잘못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듭니다.
그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니는 학교와 기타 자잘한 부분들을 거짓말 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저는 그 찌질했던 그 당시 저를 아직 용서 할 수 없고, 그 행동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그녀와 연애라는 걸 전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가벼운 만남을 원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그녀들을 속인겁니다.
그녀들은 대학친구와 직장 동료들이였고, 지역내 대학병원 간호사들이였습니다. 저도 왜 그자리에서 그런 거짓말을 한건지 알 수 없습니다. 술기운에서 일까요? 아니면 당시 저는 지잡대 학생이라 그런 거짓말을 했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미친짓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한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습니다. 저는 관심이 있는 그녀보단 그녀의 친구들 위주로 대화를 하였고, 그녀를 일부러 멀리하였습니다. 그래야 그녀가 저에게 더 관심을 줄테니까요. "얘는 내가 좋다고 해놓고, 왜 나보다 내친구들한테 더 얘기하지?"라면서요.ㅎㅎ
그리고 택시할증시간이 끝나게 되어 다들 헤어지기로 했고, 저는 집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그녀를 쫒아갔습니다. 뭐 흑심이 많이 있긴 했습니다.
그녀는 자기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갔고, 저는 뻔뻔하게 태워달라며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녀도 제가 좋았던 걸까요? 혹은 관심이 있었던 걸까요? 집과 정반대 방향인 저의 자취방 앞까지 태워줬습니다.
집 앞에 도착해서도 저는 내리지 않고 버텼고, 차 안에 앉아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좋았었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저의 끝없는 구애가 시작되었습니다. 누나는 나름? 그걸 즐겼던거 같습니다. 복잡한 마음 정리도 필요했을테구요.
"누나가 너무 좋다", "보고싶다", "누나 너무 예쁘다", "누나랑 사귀고 싶다." 등등 애정결핍증 미친 정신병 환자처럼 매일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또 누나에게 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주지 않았죠.
재밌는건 데이트신청을 하면 거절하지 않고 받아줬습니다. 제가 손도 잡고 팔짱도 끼고 머리도 쓰담쓰담해주고 가벼운 스킨쉽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걸 한달넘게 쭉하니 그녀는 저보고 이제 지치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는 웃으며 괜찮다고 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거라고 미안해 하지말라고 쿨내 진동하도록 쿨한척 했습니다. 사실은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말이죠.
그리고 시험기간이 다가왔을때, 공부할 거라며 일주일 넘도록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일부러 그랬었고, 시험이 끝나고 누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드디어 중간고사 시험이 끝났다. 엄청 고생한 나를 위해 데이트해달라는 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는 아니 저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잠자리를요.
사실 처음에는 그저 그녀와 섹스가 하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너무 많이 좋아하게 되었고, 마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와의 잠자리 이후로도 마음을 잡지 못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였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렇게 반년 넘도록 이런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저는 사랑을 구애하였고, 누나는 저의 그런 구애를 받아는 주었지만, 반대로 저에게 주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사귄다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그냥 같이 노는 동생쯤 소개시켜주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친구들은 대충은 다 알고 있었겠지만요.
한편 제 마음속에는 해서는 안되는 그 거짓말들이 여전히 마음속에 큰 짐으로 남아있었고,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사실을 말을 하게 된다면 그녀에게 버림받을 거란 생각에 말은 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기만 하였습니다. 미친짓이고, 후회할 짓이였습니다.
반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일은 제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어떠한 일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는 날 길에서 멘탈이 나가 쓰러졌습니다. 비를 쫄딱 맞아 저체온증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 중 그녀 밖에는 기댈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구급대원님들께 죄송한 일이지만 그 병원으로 꼭 가달라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당시 쓰러질때 휴대폰도 분실해서 보호자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관할구역 밖으로 나가는건 안된다는거 꼭 그 병원으로 가길 원하는 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시곤 들어주셨습니다.
그녀는 응급실로 실려온 저 때문에 야간당직근무를 하다 말고 뛰쳐내려왔고, 교대하고 퇴근할 때까지도 저의 퇴원을 도와주었습니다. 누나는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저에게 지극정성 신경을 써주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버림받기 싫다는 집착이 더 생겨버린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더 큰 짐이 되어버렸죠.
설상가상 누나의 친한친구 애인이 의대를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저에게 얘기를 해주었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거 같았습니다. 저도 그 남자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는 더더욱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왜 처음에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대체 왜 그랬지? 나는 이렇게 후회할 짓을 왜 했던 걸까? 매일 같이 힘들어하며, 생각해봐도 답을 낼 수도 그렇다고 누나에게 사실 그대로 말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 버림받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너무 좋아했습니다. 말도 안되도록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는 만큼 마음속의 짐도 함께 커졌습니다. 그 거짓말은 계속 저를 압박해왔고,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상태까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런저런 일들과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헤어지자고 얘기를 꺼냈습니다. 네, 결국 사실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한심하고 찌질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병신 같아 힘들었고, 이제서야 나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며 무슨 일인지도 잘모르면서 자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괜찮다고 말하는 누나를 앞에 두고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저보다 그녀가 더 힘들었겠죠. 이기적인 나란 인간 때문에... 그렇게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그 후 잊어보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유흥에도 빠져보고, 친구들과도 더 열심히 놀고, 취미생활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녀에게 부재중 통화 몇 번씩 찍혀 있었고, 여전히 이사실을 말한다면 용서해주지 않고 버림받을거란 생각에 연락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에게 또 전화가 걸려왔었고, 그날은 전화를 끊지 않고 받았습니다. 그녀도 저와 비슷했겠지만 아니 저만 그랬던지도 모르지만 이때까지의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저를 덮쳤고,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고, 약속날 만났습니다. 그리곤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마음속에는 씻을 수 없고, 숨길 수 없는 큰거짓말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사실대로 말하겠다며, 헤어지게 되든 용서받게 되든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할 기회도 없이 얼마되지 않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먼저 이별을 꺼냈는데, 사실을 말하기 무서워서 회피한게 아니었으며, 누나가 저에게는 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중목욕탕에 가면 전염성으로 잘 걸리는 병이 있습니다. 저랑 헤어져 있는 동안 그 병이 발견되어 치료 중이었다며, 저에게도 검사를 받아보게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뭐 양성이었고, 누나는 그런 제게 "역시 너 때문에 내가 치료를 해도 이렇게 안 낫는 거였다."라고 짜증석힌 말투? 화를 냈었습니다. 그 말은 너무나 저에게 상처였습니다. 누나는 아직까지 제가 헤어지자고 말을 한 이유를 모를 겁니다. 평소에도 저에게 상처되는 말을 자주 던지던 그녀였으니까요.
사실 그것도 후회 중입니다. 왜 그때... 그 말이 나에게 상처였다고, 마음편히 털어놓고 못하고, 말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거짓말을 했던 처음의 일을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던 찌질했던 그때를 계속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시 붙잡아 놓고, 겨우 그런 이유로 이별을 통보한 저 자신에게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으로 들어선 지금의 내가... 20대 초반이였던 찌질했던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며, 후회하고 있으며, 아직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누나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 후 여러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했지만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말로 내 모든 것을 받쳐 좋아했으며,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로 인해 매일 같이 후회하며, 슬퍼하고 있습니다. 찌질했던 그때의 내가 조금만 더 솔찍했더라면 조금만 더 정직했더라면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어땟을까? 지금 현재도 생각합니다. 그사람이 그녀가 누나가 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그럴 용기가 없고, 용기가 있다하더라도 연락할 방법조차도 알 길이 없습니다. 분명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후회하며, 슬퍼하고, 그리워하겠지요.
그립습니다. 그때가... 사랑했었습니다. 그때 그녀를 아직 보고 싶습니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