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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tar_260441
    작성자 : farmmilk
    추천 : 12
    조회수 : 578
    IP : 221.150.***.6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10/30 00:25:02
    http://todayhumor.com/?star_260441 모바일
    난 마왕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을것이다.
    마왕이 쓰러졌다고 했을때부터..예상은 하고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번년도는 그런 돌아오지못한 사람이 많았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레인것은..
    빈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안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후회할짓은 하고싶지 않았다.
     
    첫날에 너무 가고싶었지만 내앞에 쌓인 일에대한 책임은 져야했기에 쉽게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꼭 가보기위해 스케줄을 정리하고
    집에와서 홈페이지에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검색해서 약도를 보러 들어갔을때...고인명에 신해철을 보았다..
    정말..그 기분은..이루말할수가없다..이상했다 정말로..내눈에 익숙한 이름이 걸려있다는게 너무..이상했다.. 
    왜냐면 나는..그의 죽음을 인정하지않고있었기 때문이다..(빈소에 찾아가는 이유도 내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게 너무 이상해서 잠도 못이루고 다음날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점심때 출발했다.  
    역에서 내려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길은..정말 아름다웠다. 안그래도 믿기지않는 현실이었는데 마치 천국을 걷고있는것같았다. 차도 안다니는
    길끝이 보이지않는 단풍길과 하천에선 오리가 뛰놀고 수많은 갈대가 흔들리고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인포화면을 보니 그가있었다. 또한번 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시 30분경에 도착한 빈소는..꽤 한적했다. 
    5명씩 한조가 되어서 들어갔다. 우리조는 비교적 침착한 상태였고 그가 천주교신자란걸 염두해서 다같이 절보단 기도를 했다.
    영정사진은...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말이다..쳐다보면..숨이 멎을것같고 그의 죽음이 자꾸 내비쳐지고..또 사진속의
    그가 너무 멋있는 마왕같아서..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 아래쪽을 봤더니 그에게 남긴 손글씨의 선물같은것들이 어른거려 더욱 안타깝게했다.
    나는..내가 울줄 몰랐다. 잘 안우는 성격이고 그의 영정사진을 봤을때 숨이막혔지만 울지않았다..그런데..
     
    흐르고 있었다. 민물장어의 꿈이..그 음악이 나오자..우리 5명은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내가 운다는 자각도없었다. 그냥 흘러내리고있었다. 콧물도 너무나오고 쪽팔렸다. 그와 더 있고싶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우리에게 고개숙여 인사해주시는 유가족분들의 얼굴도보지못하고 급히 나왔다. (인사는 했습니다.)
     
    정말로..온 기운이 빠져버렸다. 처음엔 빈소를 나와서 떠나지못해 서있다가 다리에 힘이풀려 에스컬레이터쪽 의자에 철푸덕앉았다.
    힘이 빠져 움직이지도못하고 그를 떠날수도없었다. 그에게 인사한것은 잠깐이었지만 더 많은 시간은 앉아있던것같다.
    앞에서 어떤 여자분이 목놓아 울고있었다. 그 여자분의 심정이 너무 이해되는데 난 더 울수 없었다.
    그의 영정사진을 실제로봐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사실..내가 그의 영정사진앞에서 마지막으로 속으로 한 말은..
    ' 마왕. 내안에서는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꺼예요. 그렇게 할꺼예요. 알겠죠? '
    만약 내가 그의 죽음을 완전히 인정했다면 저 여자분보다도 더 울었을 것이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을때, 김구라가 올라왔다.
    나는 사실 김구라를 세번째본다. 그저 우연이다. 하지만 볼때마다 그의 인상이 점점 험악해져가는구나..를 느꼈다. 안타까웠다. 
    나는 그가 욕을 먹어도 미워하지않는다. 왜냐면 난 독설가를 좋아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머리나쁜 사람 제외)
    그래서 신해철도 좋았고 김구라도 나쁘게보지 않았고 허지웅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조문해온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근은 해야하고 내가 거기 남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장례식장을 떠났다.
    그의 영정사진을 보았지만 결국 실감은 전혀나지 않았다. 회사에 돌아오니 누군가 틀어논 스피커에서 민물장어의 꿈이 흘러나왔다.
    당장 끄라고하고싶었지만 회사원들에겐 내가 어디다녀왔는지 이야기하지않았다.
    나는 그가 죽은뒤부터 그의 노래를 듣지않았다.
    너무..슬프기 때문이다. 울것같아서 들을 수가 없다. 듣지않아도 수없이 많이들었던 그의 노래가 머리속에서 재생되고 있다.
    그래서..정말 듣고싶지않았다.
     
    퇴근할때쯤에 마왕과 비슷한 나이대의 상사에게 내가 어디다녀왔는지 말했다. 그도 마왕의 팬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얘기를 듣고 정말 많이놀라워했다. 자신도 팬이지만 실제로 거길 갈생각을 한게 놀라웠다고했다. 자기는 그저
    어제 신해철의 죽음소식 이후에 동년배들과 함께모여 술한잔하며 언제갈지모르니 너무 힘들게살지말자고했다고 한다.
    실제로 간것.. 그게.. 놀라울 일인가?
     
    나는 그저..후회할짓은 하고싶지 않았다. 안가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아마 한참 후에도 나는 마왕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것이 그가 내게 살아있는 방법인것같기 때문이다.
    살아있다 정말로 내속엔..내가 인정할 수 없으니까..
     
    첫날에 가고싶었다. 하지만 한적할 때 간것이 다행스럽기도하다. 만약 첫날갔다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의 죽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공인중에서 누군가 죽었다고했을때..내가 유일하게 인정하지 않은것이 울랄라세션의 임윤택(팬은 아님), 세월호의 유병언이었는데 한사람 늘었을뿐이다. 
     
     
    빈소에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일반인도 올수있게 해주신 마왕과 유가족분들이 너무고맙다.
     
    마왕 신해철..내가 정말 좋아했던 가수..아니 정말 좋아하는 가수.
     
     
     
     
     
     
     
     
     
     
    * 부조금을 내느냐 마느냐 궁금하신분들이 계실텐데 내지않습니다. 내려고하면 유가족이 제지합니다. 첫날같은경운 그럴 경황이 없던것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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