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 퇴근이 늦어지는데다가 팀 사람들하고 한잔하고 온다길래 먼저 잤는데, 잠결에 씨x어쩌구 저쩌구 욕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놀라서 나가봤는데 남편이 화장실 욕조에 기르는 강아지를 넣어두고 똥을 치우고 있더라구요.
이 개에 대해 설명하자면 제가 7년 전부터 기르던 개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면 기를 수 없다는 생각에 참고 참다가 제가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데려온 강아지에요. 게다가 개가 2살 쯤 됐을 때 원인불명으로 시력을 잃고 또 그즈음 한쪽 눈에 문제가 생겨 한쪽 눈을 적출했어요. 제가 무척 극성스럽게 이것저것 해주고 내 생활을 포기하면서 까지 이 개를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 스타일은 아니구요. 다만 내가 너를 데려왔으니 끝까지 너를 돌볼것이다 이런 마음이 있는 아이에요. 강아지도 고집이 세고 말 안들을 때도 있어서 미울 때도 있지만 어쨌든 가족끼리는 밉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깔려 있잖아요. 그런 강아지입니다.
남편이랑 결혼 전 4년 넘게 연애하면서 이런거 다 알았어요. 처음에는 남편(그땐 남친)이 개랑 나랑 누가 좋아? 물으면 당연히 개였고, 몇년 후엔 고민하다가 비슷한 정도였고, 지금에서야 당신이 1등이라고 할수 있는 그런 상황이지요. 이런것으로 제가 이 개에 대해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구 있었을거에요. 남편도 제가 너무 강아지를 아꼈기 때문에 우리 강아지를 이뻐했어요.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남편의 욕설을 듣고 나왔을 때 저는 앞뒤 상황 안보이고 떨고 있는 개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남편한테 막 뭐라고 했어요. 개를 때린것 같은 정황도 보이고 해서 제 이성이 마비된거죠. 무슨 사정이 있었고 그래서 무엇으로 인해 남편이 화가 나서 어떻게 했고 그래서 지금 내 눈 앞에 이런 상황이 벌어져 있는거다. 이런 이성적 머리가 안돌아가고 그냥 바로 화가났어요.
알고보니 남편이 술 취해서 강아지랑 자기 나름 대로는 놀아주다가 개한테 물린겁니다. 그래서 화가나서 개를 때렸던지 소리를 쳤던지 했고 워낙 소심한데 시력잃으면서 더 소심해진 개는 놀라서 그 자리에서 똥을 쌌고 더 열받은 남편은 아마도... 개를 때린것 같아요. 똥자국의 궤적을 보자면요. 본인도 때렸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좀더 이성적으로 이야기 해보고 그래도 그러면 안된다 남편을 타일렀어야 하는데 제가 본 상황 그리고 똥자국, 놀라서 구석에서 침흘리며 웅크린 개를 보고 다른건 생각할 겨를이 없던 거죠.
저 또한 폭력을 무척 두려워하고 특히 나보다 약한 존재 아이나 강아지 고양이 또 다른 동물들이 얻어맞거나 학대당하는걸 보면 또는 들으면 상상되면서 괴로워하는 스타일입니다. 강한 사람이 약한 무언가를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서 나도 모르기 정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그래서 저는 화가 났고 남편을 다그쳤고 남편은 나도 물려서 아프다 화난다고 합니다. 그래도 얘는 당신보다 약한 애 아니냐 때리면 어떡하냐 개는 이유 없이 물진 않는다, 물만한 상황을 만들면 안된다, 오래 봤으니까 그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느냐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왜 개 편만 드냐. 개가 나한테 뭘 해줬냐. 왜 나만 개한테 잘해줘야 하느냐, 앞으로 개한테 아무것도 안하겠으며 오늘 자신이 잘못한게 없다. 라고 했어요.
전에도 몇번 이런 일이 있어서 놀아줄 때 그런 식으로 놀아주면 물리니까 괜히 자극하지 말라고했는데 분명 그런식으로 한것 같아요.
저는 동물이나 어린아이가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절대 그가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학습에 의해서건 예민한 부분이건 하여튼 교육 방식이나 보호자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주는 거라고 생각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전부터 해왔고 싸울 당시에도 했는데 벽보고 얘기하듯 자신은 잘못한게 전혀 없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일단 제가 지금 감정적으로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저는 남편이 그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는데 제가 안볼때 그랬다는게 너무 충격적이고, 인간 본성에 폭력이 있다는건 알지만 평소엔 답답하리만큼 선한 이미지를 구축해 오다가 저도 아니고 다른 누구에게도 아니고 약한 개한테 그랬다는것에 대해서 더 놀랐습니다.
어제랑 오늘은 강아지한테 간식도 주면서 평소보다 오래 쓰다듬고 그러는데 진짜 오버하는것 같고, 오늘 하루 길게 놀아준다고 뭐가 달라지나, 조금이라도 매일 똑같이 하는게 좋은데 괜히 저러는게 자기 죄책감 씻으려고 하는것 같아요. 저는 화나있는거 최대한 참고 있는데 뒤에서 안하던짓 하면서 계속 부스럭거리니까 신경쓰이고 더 화가 났어요.
평소에도 착한 사람 컴플렉스처럼 너무 선한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게 정말 답답할 때도 있어요. 당신 안에 뭐가 있냐, 당신이 진짜 원하는게 뭐냐, 물어도 겉으로 보이는게 전부래요. 밖에서는 그러더라도 저한테는 조금 솔직해도 되는데 어떨 땐 내가 껍데기랑 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아닌척 하면서 이럴 때 본성이 나오나 싶고..
자기의 마음을 자기도 모른대요. 다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이미지로 맞추는것 같고, 다른 사람이 자길 좋게 봐주면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 안에 뭐가 들었는지, 혹시 어떤 폭탄이 들어있는게 아닌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저한테 이야기 하고 대화하면 싸우더라도 이야기 하면서 오해도 풀고 서로 마음도 이해할텐데, 해결 포인트 또는 문제의 포인트도 제대로 모르고 엉뚱하게 오바해서 개한테 잘해준다고 그러고 있으니 저는 더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