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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데 얼마전 소설을 읽다가 생각해보니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과 무공 실력을 올리는 것은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더라구요. 무공비급이란 무공 실력을 올리는 수만가지 길 중에 하나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어도 마찬가지라 느낍니다. 저도 나름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을 하나의 비급으로 만들어서, 영어 실력을 올리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현재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얼마나 노력해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일단 저는 한국 토종 출신으로 군대도 한국에서 마치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으며, 현재는 미국에 있는 Federal Court 중 한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유학생들이 있는데, 로스쿨에는 상대적으로 유학생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로스쿨에 온 분들도 대부분은 미국대학 출신이거나 어린 시절 외국에서 오랫동안 산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요즘 사회 분위기상 로스쿨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요, 어디까지나 이글은 영어에 대한 경지를 설명하기 위해 적은 것이며, 꼭 필요한 선에서만 제 개인적인 경험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며 그냥 참조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영어의 경지는 무공실력에 빗대어 봤을 때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 계신 분들 기준으로 보면 좀 암담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천민
영어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대략적으로 토익 850점 이하, 혹은 토플 IBT 100점 이하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점수기준은 그냥 제가 주관적으로 대충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걸로 적은겁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 기준으로 보면 엄청 높아 보일 수도 있는데요, 막상 토익 850점을 넘는 경우라도 외국에 나가 본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대화는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저는 군대를 카투사를 다녀왔는데요, 카투사 지원하려고 토익을 처음 쳤을 때 나온 점수가750점이었습니다. 이 점수가지고 카투사가니까 영어를 못해서 안 좋은 보직으로 빠지더라구요…. 한마디로 저도 천민으로 시작했습니다.
2) 삼류무사
간신히 천민을 벗어난 수준으로 대락적인 영어에 대한 기초는 있지만, 막상 미국인과 만나면 대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하는 말이 제때 떠오르지 않아 말하면서 버벅댑니다. 버벅댄 다음 자기 전에 쪽팔려서 이불을 걷어찹니다. 티비나 영화는 당연히 알아 듣지 못합니다.
삼류무사부터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혼자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무공비급을 우연찮게 얻어서 죽어라고 공부해도 실전 경험이 없으면 고수가 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음… 생각해보니까 어떠 무협소설들은 비급만으로도 고수가 되네요…. 그러면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을 춤을 배우는 것과 비교를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춤을 배우고자 하는데 실전 연습은 하지 않고 교재만 공부 해서 춤을 완벽하게 마스터 할 수 있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영어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거 이상으로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올리는 것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투자해야 삼류무사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같은 경우는 카투사 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내내 미군들과 지냈지만 여전히 삼류무사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제대했습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1년 동안 다녀와도 대부분은 삼류무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저는 유학생활을 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어느 순간 이류무사가 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이류무사
이류무사 정도면 이제 미국인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머릿속에 번역과정없이 바로 영어가 나옵니다. 주제에 따라 조금 깊은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직장 인터뷰도 조금 벅차지만 그래도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커다란 벽으로 다가오며 승진에 큰 장애물로 느껴집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봐도 절반도 알아 듣지 못합니다. 여러명이 모여 토론하는 곳에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아직 쉽지 않습니다. 교수가 하는 말은 대충 들리는데,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은 알아 듣기가 힘듭니다. 직장에서 미국애들이랑 얘기하면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파티에 가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잘 못 알아 듣겠습니다.
상당수의 미국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 직장인들 그리고 대학교 유학생들이 이 그룹에 속하며, 대부분의 토종 출신은 이 경지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벽을 뚫는 게 쉽지 않습니다.
4) 일류무사
이제 일류무사입니다. 대부분의 대화, 토론, 파티에서 문제 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조금 노력하면 동료들과 어울려서 지내는 것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전히 전부 알아 듣지는 못하지만 80%이상은 알아 듣습니다. 자막이 있는 게 더 불편합니다. 미국 직장 생활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직종에서 종사하더라도 일류무사 이상의 경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절정
여기서부터는 저도 상상만 하는 경지입니다. 이제 커뮤니케이션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한국보다 미국문화에 더 친숙합니다.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넘어온 교포들은 거의 대부분 절정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무공도 어릴수록 배우기 좋다고 하지요. 한국 토종은 죽도록 노력해도 이룩하기 힘든 경지를 교포들은 자연스럽게 채득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약간의 발음 차이만으로 화경의 경지랑 구분이 가능합니다. 어린 시절에 미국에 왔더라도, 한국어를 먼저 배운 이상 억양이 남습니다.
6) 화경
미국에서 태어나서 나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이하 생략)
자, 그럼 이 글의 본론인 영어의 경지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영어 실력이 올라가는 것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무공의 경지가 올라가는 것처럼 벽을 뚫는 것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살아도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평생 삼류무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엄청 많습니다. 댐에 물이 넘치는 것처럼 노력이 충분해야 만이 벽을 넘어 설 수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서 삼류무사의 경지를 뚫는 것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몇배는 힘들 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것은 무공으로 비교하자면 산골짜기에서 나무를 배면서 사는 사람이 무공을 배우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비교하자면 소림사에서 무공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영어 실력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면 사람은 절박함이 있어야만이 진정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지요. 산골짜기에서는 무공을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못하니까요. 근데 소림사에서는 무공을 못하면 무시당하고 잘하면 잘 할 수록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환경에서 더 절박하게 무공수련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천민에서 삼류무사로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만 해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니까요. 근데 삼류무사를 벗어나서 이류무사에 도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짧아도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은 살아야 이류무사에 도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평생 미국에서 살아도 삼류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무당파가 환경은 좋지만 무당파에서 아무런 수련을 하지 않고 놀면 무공의 경지가 올라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개인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쓸모가 없는 것이지요.
그럼 산골짜기에 해당하는 한국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고의 방법은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사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이 과정에서 돈이 들어가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 생활에서 돈은 곧 체력과 같습니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은 큰 도움이 됩니다. 돈은 곧 무협소설의 영약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영어를 배우는 측면에서는 좋은 기회를 잡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영어를 쓸 기회가 없더라도, 그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영어에 대한 절박함이 상당히 올라갑니다. 카투사나 호주 워홀과 같은 것이 그런 기회들입니다. 유학을 갈 수 있다면, 유학이야말로 최고의 기회라고 할 수 있지요. 어학연수는 정규 교육을 받는 것에 비하면 효율이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럼 도저히 외국에 나가서 살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되면 정말 10년 이상의 장기전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읽기와 쓰기는 한국에서도 훈련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듣기와 말하기는 정말 경험입니다.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끼리 말하고 듣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영어를 네이티브로 사용하는 사람과 꾸준히 어울려야만 말하기와 듣기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듣기의 경우 미드와 영화는 무슨 말인지 몰라도 자막없이 듣는 것으로 훈련이 가능합니다. 자막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자막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 들리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손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꾸준히 생각하고 노력하면 훈련이 되지만, 잠깐 공부하다 손놓고, 한참있다 다시 조금 공부하고 손놓는 식으로 백날 해봤자 실력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한가지 희망적인 사항은 듣기와 말하기에 사용되는 어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통원어민같은 경우는 2만에서 3만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하는 데요, 실제로 대화에 사용되는 단어는 이 중6000단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단어들은 대게 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들이지요. 한국에서 공부한 단어만으로도 미드와 영화를 알아듣기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단어 수준이 어려워서 안 들리는 게 아니라 뇌가 영어를 듣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못 알아듣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류무사에서 일류무사로 올라가는 길은 제 생각에는 미국에서 제대로 된 정기교육을 받거나,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직장에서 아주 오랫동안 있지 않은 이상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로스쿨을 다니지 않았다면 평생 일류무사로 가는 벽을 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로스쿨은 보통 과목당 일주일에 50페이지 정도의 법률서적을 읽어야 하며, 수업 시간은 토론식으로 진행됩니다. 영어가 부족하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는 구조이지요. 처음 들어가니까 영어가 너무 부족해서 학점을 죄다 개판으로 치다가, 졸업할 때 쯤 되서야 간신히 만회해서 직장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영어실력을 늘리는 데는 절박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토종 출신이 이류 무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직장 생활이 할 만해져서 노력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대충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어지니까 이만하면 됬지 하고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지요. 영어는 항상 존재하는 문제지만, 영어말고도 중요한 게 너무 많아서 뒷전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하면 평생동안 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경지를 채우질 못하는 것이지요.
일류무사가 된 이후에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영어보다 문화쪽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뉴욕 타임즈보다는 네이버 뉴스가 편합니다. 한국 야구가 미국 풋볼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애들 들어봐도 정말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아니면 누군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인들 이름이랑 보직도 죄다 알아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미국인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미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충분해야 합니다. 억지로라도 미국 뉴스를 챙겨봐야 되지요. 한국인 누구를 만나도 박근혜를 욕하는 것처럼 문화적인 공감대가 없는 이상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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