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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레리티도 함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분명 이 상태로 방 문을 열면 끔찍하게 싫어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혼자 꾸역꾸역 삼계탕을 다 먹었다. 국물까지도 전부 다 마신 뒤, 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집안을 환기시켰다. 이래야 레리티가 그나마 안정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몸에 벤 삼계탕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세수도 하고, 치아까지 닦은 뒤, 내 방문을 노크했다. 참 웃긴 상황이었지만, 그 방의 주인인 것처럼 레리티는 대답했다.
"네~"
"들어가도 돼?"
"물론이지."
그러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레리티가 마법으로 연 것이었다. 레리티는 침대 위에 앉아서 도도하게 패션잡지를 보고 있었다. 녀석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닭은 맛있었니?"
이렇게 물어보니 마치 죄를 추궁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응...."
"닭 시체를 삶아서 먹을 생각을 하다니..."
닭 시체라니.. 식욕이 뚝 떨어지는 최고의 단어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이 녀석과 확실하게 해두어야하는 문제였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마다 저 녀석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닭시체가 아니고 닭고기야. 그리고 사람은 고기를 먹어. 사자나 호랑이나 곰처럼."
그러자 레리티는 잡지를 툭, 놓더니 화가난듯 소리쳤다.
"그 애들은 자신이 필요해서 먹는거잖아. 적어도 시체를 끓이지는 않아. 죽은 동물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고."
녀석이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같은 얘기를 하길래, 나도 순간 울컥해서 그 영화의 악역처럼 받아쳤다.
"사람도 고기가 필요할 때가 있어. 그리고 날 것으로 먹으면 병에 걸려. 그래서 익혀서 먹는 거야."
"세상에.. 겨우 그런 이유야? 사람은 정말 잔인해!"
하면서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녀석의 특수기술 '아무 말도 안들을테야' 와 부가기술 '나를 설득시키면 고개를 돌려 줄게.' 가 발동한 것이었다. 저 무자비한 공격을 내가 뚫을 수 있을까.. 어떻게? 라고 생각해보던 찰라, 순간 녀석이 어제 만들어주었던 음식이 생각났다.
"포니들도 잔인한 건 마찬가지야."
그러자 녀석은 눈만으로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너희들도 계란을 먹잖아."
그러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계란은 시체가 아니잖아?!"
"그래도 살아있잖아. 오히려 계란이 더 잔인한거야. 태어나기도 전에 잡아먹는거니까."
그러자 녀석은 뜨끔했다. 머리 위로 느낌표 하나가 '뿅'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때? 너희들이랑 우리들이랑 별반 다를 거 없지?"
인간의 승리를 확인하듯 내뱉은 말에 녀석은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녀석이 토스트와 커피 뿐인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나갈 준비를 했다. 레리티는 부엌에 그릇을 갖다놓은 뒤 말했다.
"어디 가려고?"
"아빠가 있는 병원. 병문안."
따라갈래? 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가기 싫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레리티는 좁은 가방 속에 있는 것보다 패션 잡지를 읽는 것이 더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리티는 이렇게 말했다.
"같이 가도 돼?"
"음.. 상관은 없긴 한데.. 왜?"
그러자 레리티는 눈을 내리깔고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너랑 쭉 같이 있고 싶어."
마치 유혹을하듯 그렇게 말하니, 순간 내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가 쿵쾅거리며 다시 솓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어벙하게 있으니 녀석은 즐거운듯 큭큭 웃으며 말했다.
"심심해서 그래."
"아.. 그런 말이었군."
하며 겸연쩍게 웃자, 녀석은 가방을 마법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친구잖아. 친구는 함께 있어야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가방 속에 쏙 들어가더니 스스로 지퍼를 잠갔다. 완전히 다 잠그면 불편했기 때문에 밖이 보일 정도만 살짝 여분을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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