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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유 경제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회자 되어 몇자 긁적여 봅니다.
일단 저는 비트코인에 돈을 넣는 건 어디까지나 투기라고 봅니다. 비트코인은 근본적으로 벨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세가 형성 되어있고, 거래소를 통해 비교적 쉽게 매매 차익을 실현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간혹 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점은 비트코인을 하고 계신 분들도 이 점은 인정하실 겁니다.
투자와 투기를 딱 잘라 나누기는 어렵지만, 저는 단지 매매 차익 실현을 위해서 돈을 넣는 것을 투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반대로 투자는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가치가 발생되는 재화를 얻는 것입니다. 예금, 채권, 지적 재산권, 주식, 수익형 부동산 등이 그 예가 되겠죠. 물론 투자라고 생각했더라도 때론 매매 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도하며, 돈을 잃기도 하지만 의미있는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느냐가 이 둘을 가를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이 명백한 투기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상관없이 권장할 것은 못 된단 얘깁니다. 또한 제가 워낙 세상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선지 몰라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엔 이 광풍이 사그라들면서 끝이 날 것이라고 봅니다만, 그것과 상관없이 비트코인의 열풍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어제 썰전에도 소개된 튤립 얘기를 먼저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튤립은 네덜란드의 국화이지만 터키가 원산지입니다. 네덜란드하면 튤립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 튤립 파동 때문인 것 같습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무역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고, 유례없는 호황에 힘입어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 이 때 상류층들에게 희귀한 튤립을 갖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되면서, 튤립가격이 천정부지로 치달았습니다. 때문에 귀족은 물론 서민들도 집집마다 튤립을 키웠습니다. 튤립가격이 하루에도 몇 배, 한 달 기준으로 몇 십배 오르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튤립 한 구근의 가격이 고급주택 한 채와 맞먹은 적도 있었으니, 이 때의 튤립의 가치는 비트코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튤립의 가격이 전성기에 비교해 1/100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냥 식물 한 뿌리가 비쌀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은 파산했고, 튤립에 투자했던 회사들은 부도가 났습니다.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네덜란드는 때 마침 떠오르던 영국과 향신료 무역권을 놓고 전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이은 3번의 전쟁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결국 그들은 유럽 최고의 패권국가에서 우리가 아는 네덜란드가 됩니다.
이런 투기의 역사는 17세기에 벌어진 것이고 대략 400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인류는 여러모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 발전에 비교하여 개인의 사고력은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백 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며, 소수는 크게 돈을 벌지만 대다수는 돈을 날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겠죠.
어떨 땐 투기가 호모 사피엔스가 잉여를 소모하는 방식이란 생각도 듭니다. 대략 8년 정도의 월급을 모두 쏟아 붇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제도인 다우리 제도 혹은 망자를 위해 자동차, 고급 가전제품, 종이로 만든 집을 모조리 태워버리는 대만의 제도처럼 인간은 스스로 만든 잉여를 허무하게 없애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열풍은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이 자신의 부를 날리는 문화 인류학적 과정이 쯤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얘긴 이런 겁니다.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져야하므로 판돈을 넣으시려거든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물론 이거 잘 안 됩니다. 사람은 돈을 딸 때의 쾌감이 돈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쾌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도박같은 걸 하는 것 아닙니까? 다만 혹시 모를 손실 때문에 함께 고통 받을지 모를 소중한 사람들을 더 생각하신다면 빗썸 매매창을 끄시고 주말에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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