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짜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을 저는 얼마 전에 다소 늦게 보고
그 후 노래도 듣고 사람들이 쓴 리뷰도 좀 읽으면서 되새김질 하고 있는데요
여러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얘기되는 것들 중 올라프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네요
올라프(와 마시멜로)는 엘사의 분신과도 같아 엘사의 심리가 투영된 존재라고 하죠
그리고 또 공통적으로 얘기되는 게 사랑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라던 올라프의 대사인데
이 대사를 두고 트루러브를 완전하게 정의했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 대사가 영화가 말하는 완전한 트루러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최소 2가지 방식의 사랑이 나옵니다 안나의 사랑법과 엘사의 사랑법이죠
안나의 사랑은 한 마디로 열린 문입니다 열린 문으로 드나들며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죠
이와 상반되게 엘사의 사랑은 희생이고 헌신입니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과 그로 인한 사고로 외로워도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고 이게 엘사의 사랑입니다
엘사가 결혼을 반대하자 안나는 진정한 사랑이라 가능하다고 하죠
그러자 엘사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뭘 아냐고 반문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엘사 자신은 동생과 달리 트루러브를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장면으로 보이네요
발끈하며 심한 말을 하는 안나가 자신의 희생을 모르는 야속함에 더 상처를 입은 듯 하더군요
올라프는 제가 보기에 결말부분 이전까지는 2번째로 완전한 존재입니다
제일 완전한 존재는 사랑전문가 트롤들이고요
올라프는 엘사의 세상과 특히 안나를 향한 긍정적인 감정들이 집약된 존재니까요
그래서 안나를 향한 올라프의 사랑은 엘사의 속성을 닮은 희생이면서도 엘사와 달리 안나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올라프는 마시멜로에게 쫓길 때 뒤를 맡았고, 돌에 말을 거는 크리스토프를 미쳤다며 또 뒤를 맡으려 합니다
물론 궁전에서는 녹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죠
그 직전에 하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올라프에게도 엘사처럼 사랑은 희생이니까요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데려다주고 가버린 것도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올라프에게 최고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니까 떠날 정도로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가볍게 얘기하죠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는 트루러브가 뭔가 하면 저는 안나와 엘사의 사랑이 결합된 게 트루러브라고 생각합니다
Love is open door 노래에서 Our mental synchronization can have but one explanation 이라며 생각하는 게 같다는 건 운명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노래는 진짜 연인이 되지 않는 한스와 부릅니다
그리고 진짜 연인이 되는 낯설지만 키가 큰 금발의 크리스토프를 생각해봅시다
크리스토프와는 한스와의 약혼문제부터 시작해서 엘사는 혼자있고 싶을 거다, 얼음궁전에서 빨리 나가자는 등 생각이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생각이 같아서 운명이라는 가사를 완전히 뒤엎는 내용이죠
영화주제와 결말에 가장 중요한 Fixer upper 노래는 트롤들이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엮으려는 노래로 부르지만
진짜 내용은 안나와 엘사의 관계에 대한 노래라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노래에서 가끔 나쁜 선택을 한다, 사랑을 보여줘라 뭐 이런 부분도 당연히 중요합니다만
저는 안나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걸 들은 직후의 트롤들의 반응에도 주목하고 싶습니다
So she's a bit of a fixer upper That's a minor thing 이라고 하고 조금 후에는 Everyone's a bit of a fixer-upper 라고 합니다
즉 엘사만이 아니라 안나나 다른 누구라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족하고 생각이 다른 걸 서로 채워주는 게 트루러브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엘사처럼 희생한 안나와 안나처럼 문을 열은 엘사가 각자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인 것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