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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25190
    작성자 : 역병소각병
    추천 : 16
    조회수 : 4070
    IP : 121.130.***.35
    댓글 : 98개
    등록시간 : 2017/03/23 00:22:47
    http://todayhumor.com/?love_25190 모바일
    전남친을 후회하는 여자.txt
    대학을 갔다. 

    누구나 그럴테지만 나도 스무살 연애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산뜻한 봄, 잘생긴 오빠와 예쁜 원피스를 입고

    벚꽃 핀 교정을 걷는 행복한 대학라이프를 꿈꾸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더라.

    잘생긴 오빠들은 주변에 예쁜 애들만 관심을 주었다.


    너에게 인생 첫 고백을 받은 날은 눈이 오던 겨울이었다.

    고백을 받은 건 좋은데 행복하지는 않았다. 

    너는 내 이상형과 많이 멀었다. 오히려 넌 많이 못생겼다.

    그래도 나는 너를 받아주었다.

    너를 좋아하기보다는 첫 연애에 대한 호기심때문이었다.


    나는 대놓고 티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론 너를 많이 무시하며 지냈다.

    당시 나는 인생 프사를 진짜 내 얼굴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철부지 병신이었고

    너는 그런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못생긴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친구들 앞에서는 나의 연애를 자랑하지만

    절대 너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같은 대학 친구들도 내가 누구와 사귀는지 몰랐다.

    나는 너가 창피했으므로.

    그럼에도 너는 부끄러움이 많다는 병신같은 나의 거짓말에

    자기도 그렇다며 이해한다며 웃었다.


    그토록 바라던 봄이 되었다.

    교내 벚꽃 핀 호숫길을 걷자고 행복하게 말하는 너를

    바쁘다는 핑계로 매몰차게 거절했다.

    사실은 내가 아는 누군가가 볼까봐 두려웠다.

    날씨는 좋았지만 나는 너를 실내에만 꼭꼭 숨겨두었다.

    너는 나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좋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답지 않은 연애에 실증이 났다.

    카톡 프로필에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친구를 보고

    페북 친구가 100일을 기념해 받은 푸짐한 선물을 보고

    나는 내 연애가 초라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못생긴 너의 탓으로 치부했다.


    점점 나는 추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헤어지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너는 너무 착했다. 너무 착해서 자기가 더 잘해준다면

    내 마음이 돌아올 줄 알았나보다.

    너는 쓴소리 한번 없이 내 히스테리를 다 받아주었다.

    나를 한시간 넘는 시간동안 그 추운 밖에서 기다렸을 때

    점심이 많이 늦어 더 맛있는걸 먹으러 가자고

    내가 배고프겠다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첫 사랑과 첫 이별중에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연애는 계속 하고싶었지만 너라서 싫었다.

    고민끝에 한 친구에게 얘기했지만 별 쌍욕을 다들었다.

    착한 그 애를 더 상처받기 전에 놓아주라고 했다.


    나는 너가 그렇게 우는것을 처음 보았다.

    너는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너를 창피해 하는 것을.

    수없이 상처를 받았지만 티내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너는 굉장히 어렵게 말했다. 울면서 말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너가 아니라 내가 창피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나는 나 하나만 생각했구나.

    너가 힘든 것은 몰랐구나. 신경쓰지도 않았구나.


    너도 여자친구와 벚꽃 핀 거리를 거닐고 싶었을텐데.

    친구들에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자랑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내눈에는 제일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을텐데 

    나때문에 그러지 못했구나. 


    너를 떠나보내고 내가 제일 처음으로 느낀 건

    내가 예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여전히 나한테 관심이 없었고

    주변에 이쁜 애들은 남자를 어디서 만나는지

    순간이라도 떨어지면 얼어죽기라도 하듯

    좁은 패딩 주머니속에 두 손을 우겨놓고 다닌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추운것을 너는 못 견디겠는지

    차마 학교에서 내 손을 잡지는 못하겠고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사서 내 주머니에 넣어주던 너

    도대체 나를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수줍게 예쁘니까 라고 말하던 너

    내가 예쁜 이유는 너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봄이 오는구나. 

    내가 너에게 많은 상처를 주어서

    다시 만나자고 말할 수 없겠지만

    작년 내 연애는 절대 초라하지 않았음을

    다시 느끼게 돼.

    잘 지내. 너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착하니까 

    나보다 더 좋은 성격의 여자를 만날 수 있겠지.

    잘생긴 너를 잘생겼다고 해주는 그런 여자를 만나.

    미안하고 사랑했어.




    그리고 웃대 일침갑

    222asd.PNG


    asdqwezxc.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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