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0개월
내년 3월에 출산예정일.
소개로 들어간 회사의 사장님께
너는 이 일과 안 맞는 거 같으니 다른 일 찾아보라며
퇴사를 건의받고, 바로 그저께가 내 두번째 직장인으로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모아둔 돈과 나름의 계획으로 몇 달은 생활비 주며 버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어떡하지, 아이는 곧 태어나는데.
냈던 이력서는 떨어지고
봤던 면접도 다 떨어졌다.
규모있고 복지좋은 회사를 찾던 내 기회는 이제 물건너갔고
이제 소규모업체 공고만 뒤적거리고 있다.
답답한 속에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게임을 키고
이내 곧 끄고.
내년 상반기를 노려야되나, 그때까지 수입은 뭘로 버티나.
나만 바라보고 있는 마누라에게 미안해서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뒤척이고 결국 깨서 이 글이나 쓰고 있다.
모든 경험은 나의 피와 살이 된다는데
나중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의 이 불안감에 좀먹히는 건 정말 고통스럽다.
가만히 배에 귀를 댔더니 나를 향해 발길질을 하는 우리애기.
아빠가 열심히 돈벌게 얘기해주고 마음의 짐 한칸 더 쌓이고.
싸이의 아버지 노래가 괜시리 생각나고
아버지가 어떻게 버티셨을까 혼자 막막하게 생각하고.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는 척 나가면서 어디로 가서 시간 떼우고 이력서를 쓸지
그것조차도 막막하다.
그래도 해야지.
해내야지.
난 이제 남편이고 이제 곧 아빠가 되니까.
난 꼭 제발 잘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