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난 한 달간 조사했습니다.
얼마 전 코엑스에 열렸던 "2013 세계 방사능 엑스포"에 참석해 분위기와 동향을 살펴보았고요.
국내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개발한 업체 대표와 미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능 분석 실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몇 가지 자료도 수집했는데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기서도 저는 100% 맹신이 아닌 제 나름대로 거를 건 거르고 있음) 그동안 방사능 측정기에 관해
관심을 두고 살펴본 소감을 '요점만 정리'해 여러분이 최대한 알기 쉽도록 풀어쓰고자 합니다.
■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허와 실 (식품 방사능 측정, 알파 베타 감마 핵종에 관하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 방사능 오염수 누출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사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당연히 방사능 측정기를 제조, 판매, 유통하는 업체들은 전년 대비 매출이 많이 늘었을 겁니다.
이들 방사능 측정기는 적게는 20만 원대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대략 2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로 압축됩니다.
일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에 한해서는 300~500만 원에 이르는 고감도 방사능 측정기를 가정에 도입해 직접 식품 방사능 측정을 하는 줄 압니다.
이러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주목적은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 오염이 되었다면 이들 측정기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측정해 "오염원에서 빨리 벗어나게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 중 적잖은 분들이 "식품 방사능 오염 측정"을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가족 우리 아이가 먹는 음식이 정말 안전한지를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분별하겠다는데요.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식품 오염도를 측정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 첫 번째 → 알파선과 베타선으로부터 '내부 피폭'된 수산물은 감지할 수 없어
방사능 측정과 관련해 뉴스를 보다 보면 위와 같은 장면을 종종 보아왔을 것입니다.
수산물이 방사능 오염이 되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전문 측정기를 수산물에 가까이 대서 선량을 측정하는데요.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 오염도"에 한해서 측정 가능하며, 그것도 물에 잘 씻겨지는 방사선 핵종이라면 제대로 측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전 시간에도 말했지만, 원자가 핵붕괴를 일으킬 때는 사람 몸에 해로운 여러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대표적으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이렇게 있으며 방사선마다 고유 핵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감마선 핵종 → 요오드(아이오딘) 131, 세슘 134, 세슘 137
대표적인 베타선 핵종 → 3중 수소, 스트론튬 90, 코발트 60
대표적인 알파선 핵종 → 라듐 계열, 플루토늄 계열, 우라늄 235, 239 등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요오드(아이오딘) 131이나 세슘 137은 대표적인 감마선 핵종입니다.
그런데 방사능이란 게 요오드와 세슘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고성능 감마 검출기로 감마 붕괴에 따른 방사선 원소(요오드 131, 세슘 137등)를
측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에서는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이 자주 검출되고 있습니다.
처음 원자력발전소가 뻥하고 터졌을 때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가볍고 핵물질이 불안정한 원소들(요오드 131, 세슘 137등)을
위주로 뿜어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덜 안정적이면서 무거운 원소들을 배출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알파 핵종인 플루토늄과 베타 핵종인 스트론튬입니다.
이는 원전이 폭발하고 2년 6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고농도 오염수에서 측정된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1> 각 방사선이 통과하는 범위
그렇다면 알파와 베타 핵종이 문제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외부 피폭'을 받지만, 이미 피폭이 돼버린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 '내부 피폭'이 됩니다.
내부 피폭은 핵붕괴가 일어나는 장소가 피부가 아닌 위장과 같은 소화기라 우리 세포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핵붕괴가 일어나는 곳이 우리 몸속이므로 같은 피폭량이라 해도 외부 피폭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방사능 관련 자료에서는 이와 상반된 주장이 있었습니다.
외부 피폭이든 내부 피폭이든 피폭량이 같다면 위험도 역시 같다는 내용인데
이렇게 방사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니 과학적 사실 여부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물고기도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되면 '외부 피폭'이 되지만,
더 큰 문제는 먹이사슬로 방사능에 오염된 먹이를 지속해서 섭취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생선도 '내부 피폭'을 받으며 물고기 내장, 창자 등에서 핵붕괴가 일어납니다.
그것을 외부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측정한들 제대로 측정되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림 1>은 각 방사선이 통과하는 범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파선은 파장이 가장 짧지만, 가장 독성이 강한 방사성 물질입니다.
알파선은 이동 거리가 짧은데다 종이 한장으로도 막을 수 있어 외부 피폭으로는 큰 염려가 안 되지만,
이것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고기의 내부 피폭 원인이 감마선 핵종인 요오드 131과 세슘 계열이라면 외부에서 측정기를 들이댔을 때 일정 선량까지는 측정 가능합니다.
<그림 1>에서 보시다시피 감마선은 콘크리트나 10cm 두께의 납이 아닌 한 뭐든지 통과하니까요.
그런데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원소가 감마선이 아닌 알파나 베타 핵종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림 1>에서 보시다시피 알파선은 종이 한장으로도 차폐가 됩니다. 베타선은 얇은 알루미늄으로도 차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알파선은 물고기 껍질을 뚫고 나가지 못합니다. 베타선은 강도에 따라 인체나 생선 껍질을 투과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파 핵종인 '플루토늄'이나 베타 핵종인 '스트론튬'에 오염된 물고기라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저 기계로는 잡아내지 못합니다.
이 두 원소를 섭취하게 되면 생물학적인 반감기에 의해 일정 부분은 배출되지만, 일부는 뼈에 남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 참고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주황색 기계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중 고가에 속하는 모델(TRACERCO T402라는 제품)로 영국산입니다.
이 측정기는 1㎠ 표면 오염도를 체크, 2차원 면적을 단위로 측정합니다.
핵종 분석 기능은 당연히 없습니다. (500만 원 이하의 제품은 핵종 분석 기능이 없거나 있어도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이걸로 식품 방사능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고오염원에 노출된 생선이라면 감마선 검출이 가능하며 이 경우 정밀 검사를 위해 식약처나 농림부로 샘플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공간에는 일정량의 자연 방사선이 함께 존재합니다.
자연 방사선을 차폐하지 않고 식품 방사능을 측정할 경우 잡아낼 수 있는 방사선량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 두 번째 → 감도에 한계가 있어 식품 측정이 어려워
선량 측정의 범위, 다시 말해 측정기 감도에 따라 측정 결과가 판이합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저렴한 건 20만 원에서 비싼 건 50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합니다.
이렇게까지 가격이 벌어지는 이유는 '성능 차'인데요. 방사능 측정기의 성능은 아래와 같은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 작은 단위의 선량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가? (감도가 높은가?)
- 측정 한계 선량이 어디까지인가? (고선량 측정이 가능한가?)
- 에너지 보상 기능이 있는가? (오차 범위를 줄이는 데 유효)
- 감마선과 베타선, 알파선까지 따로 측정할 수 있는가?
- 핵종 분석이 가능한가? (여기서부터는 금액이 50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감)
결국,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가격은 '측정기의 검출 능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때 대부분 측정기에서 보이는 단위는 CPM으로 1분 동안 측정되는 방사선량인데요. 가격이 저렴한 건 1분에 50개밖에 검출이 안 되고,
같은 환경에서 비싼 제품으로 측정하면 1분에 '만 단위'로 선량을 검출해 이러한 능력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CPM 단위는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방사선량 단위인 마이크로시버트(μSv)로 변환이 가능해 우리가 얼마만큼 피폭되는지 가늠케 해줍니다.
그런데 식품 방사능 측정에는 마이크로시버트(μSv)단위가 쓰이지 않습니다. 식품 오염도를 가늠하려면 베크렐(Bq)로 변환해야 합니다.
위 동영상은 '이바라키 현에서 나는 수산물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측정한 영상'으로 한국이 왜 일본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거부했는지 그 이유를
잘 나타내주는 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상에 사용된 측정기도 휴대용으로 수산물 오염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나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중에서는 고가로 핵종 분석이 가능하며 감도가 6000 CPM에 달하는 고감도 측정기입니다.
모델은 폴리마스터(POLIMASTER)사의 PM1704M으로 가격은 500만 원대입니다.
대표적인 감마선 측정기이며, 위에서 문제 삼았던 알파 핵종과 베타 핵종은 측정할 수 없습니다.
위 영상을 보시면 이바라키 현 산 보탄에비(표준명 도화새우)에 갔다 댔을 때 순간적으로 0.87 마이크로시버트(μSv)까지 올라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생선의 외부 오염이든 내부 오염이든 상관없이 '무엇이든 뚫고 나가는 감마선 핵종'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요오드 131과 세슘에서 방출하는
방사선량을 어렵지 않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측정 단위는 시간당 내뿜는 방사선량(μSv/h)이므로 이를 킬로그램당 베크렐(Bq/k)로 환산하기에는 핵종에 따른 가중치가 달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상에는 핵종을 분석하지 않았고 각 선량의 합으로 나타내었기 때문에 0.87 마이크로시버트(μSv/h)라는 수치가 우리 몸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가늠하기 어려운데요. 만일 검출된 핵종이 세슘 137이라고 가정하고 베크렐로 단순 변환한다면 약 67베크렐(Bq)이 나옵니다만, 시간당 방사선량을
킬로그램 단위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알파와 베타 핵종은 분석에서 제외한 것이므로 67베크렐이라는 수치는 최소 오염 수치일 뿐,
추가로 검출될 여지가 많다고 보면 됩니다.
저 정도로 오염된 수산물이라면 지속해서 먹었을 때 내부 피폭도가 상당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이 일본 수산물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된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것으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식품 방사능을 측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겠지요.
#. 세 번째 → 대부분의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핵종을 구분 못 해
위 동영상에 나온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 포함)들은 핵종을 구분 못 합니다.
이것이 식품 방사능 측정이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인데요.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물에는 미량이지만,
방사능 원소가 포함되어 있고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에도 들어 있습니다.
그 러니 지구 상에 존재하는 식품 중 방사능 수치가 0(제로)인 식품은 없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칼륨(K40)을 들 수 있습니다. 바나나에도 이러한 칼륨(K40)이 들어 있습니다.
칼륨이 내는 방사선을 측정기가 감지한다면 높은 선량으로 측정될 것입니다. 또한, 미역과 다시마에는 요오드 127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방사선 요오드로 오인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핵종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입니다.
요오드 127은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과 달리 자연계에 존재하는 안정된 동위원소로 우리 몸 갑상선의 자생력을 길러주는 이로운 물질입니다.
이 역시 다시마에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대면 경고음을 울리며 방사선이 검출되었다고 나옵니다.
핵종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선량만 측정하므로 생기는 오해입니다. 방사성 원소는 그 종류만도 수백 가지입니다.
우리는 세슘과 요오드 131에 대해서만 따질 뿐이지, 실은 우리가 잘 모르는 방사성 원소들이 더 많습니다.
#. 네 번째 → 차폐함 없이는 정밀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방사선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태양, 우주, 토양, 암석 등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요.
단지 미량일 뿐이고 지속해서 피폭돼 봐야 성인이 1년 동안 자연 방사능에 피폭되어도 안전한 수치인 3 밀리시버트(mSv) 이하여서 문제가 안 됩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러한 방사선을 받으며 진화, 적응해 왔으므로 인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사선을 "자연 방사선"이라고 합니다. 자연 방사선은 고위도와 고산 지대로 갈수록 그 양이 많아지며, 해수면과 적도 지방에 가까울수록
그 양이 적어집니다만, 이래나 저래나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심지어 정기적으로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들도 일반인보다 자연 방사선 피폭량이 크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고요.
방사능에 피폭돼 몸에 이상이 생기려면 단시간에 고농도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죠.
어쨌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몸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 방사선량은 지역마다 다르나 아예 없을 수는 없고요. 보통 0.1~0.4 마이크로시버트(μSv/h)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 정도 수치는 '정상'입니다.
문제는 식품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 자연 방사선이 상당한 간섭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 방사선에서 오는 감마선을 차단하도록 특수 구조물로 막아두는데 이를 "차폐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림 1>은 감마선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마선의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이 '세슘 134, 세슘 137, 요오드 131'입니다.
고순도 게르마늄 분광기
이러한 감마 핵종은 납 10cm 이상, 콘크리트는 60cm 이상으로 만들어진 차폐함이어야 100% 가까이 차단할 수 있습니다.
차폐함은 특수 제작된 구조물이어서 그 무게만도 수십, 수백 킬로그램이라 휴대할 수 없습니다.
뉴스에서 종종 보이는 식약처의 방사능 측정기는 1억 4천만 원짜리의 고순도 게르마늄으로 대표적인 감마선 검출기입니다.
순도 높은 납으로만 10cm 두께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무게는 1톤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는 돼야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마선을 원천 봉쇄합니다.
여기에 시료(측정하려는 음식물)를 분쇄기에 갈아 넣고 뚜껑을 닫아 외부로부터 차단한 뒤에 측정에 들어가며,
그 측정 시간도 적게는 30분부터 많게는 수 시간씩이나 걸립니다. 오래 측정하면 할수록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측정기도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1억 4천짜리 기계라 해도 베타와 알파 핵종은 측정하지 못합니다.
어디까지나 감마 핵종에 한해서만 검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알파 핵종인 '플루토늄'과 베타 핵종인 '스트론튬'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감마 핵종이 검출되면 베타와 알파 핵종을 직접 측정하지 못해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해당 제품은
무조건 반입시키고 수입을 금지한다고 식약처는 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가정에서도 식품 방사능 측정이 가능하게끔 설계된 제품이 국내 기술로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모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업체에서 개발한 모델로 실은 제가 그 모델에 관심이 많아 직접 시연하는 걸 보려고 엑스포에 참관하게 되었고,
그곳 대표와 면담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그 모델의 경우 납 두께가 2cm에 불과했습니다.
2cm면 외부 감마선으로부터 약 10%밖에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해당 모델이 500만 원대임에도 매력적이었던 것은 '핵종 분석'이 가능한 신틸레이터 방식이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신틸레이터 센서가 들어가면 가격이 천 단위로 뜁니다.)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식품 방사능 측정을 해보고 싶어 이 부분에 관해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마트에 파는 고등어, 꽁치 통조림, 참치 캔, 다시마, 어묵, 참치회, 다시용 멸치, 그리고 내가 낚은 생선이 정말 먹어도 되는지 여부를
직접 측정해서 나온 결과를 블로그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드리려고 계획했습니다. 고가 장비지만,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소망을 버렸습니다. 식품 방사능 측정은 가정에서 혹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2cm 두께의 납 차폐함으로도 식품 방사능 측정은 가능할 것입니다.
우선 자연 방사선(백그라운드)를 측정하고, 시료를 측정한 다음 두 값을 빼면 +- 오차가 있겠지만, 측정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할 경우 측정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자기 전에 돌려놓는 식의 수고를 감수해야지만 말입니다.
※ 만약, 누군가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식품 방사능을 측정했다면 제대로 된 측정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차폐함 없이 자연 방사선의 간섭을 다 받으면서 식품 방사능의 오염 여부를 측정하려면 해당 식품이
킬로그램당 5,000 베크렐(Bq/k) 이상 오염되어야만 검출 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오염될 식품이라면 유통되기도 힘들 것입니다.
핵종 구분도 안 되고, 차폐함도 없거나 혹은 흉내만 낸 환경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식품 측정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알게 됩니다.
물론, 표면 오염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휴대용으로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 보았듯이 500만 원짜리 고감도 모델로 감마 핵종을 구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가 장비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일반인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대부분은 몇십만 원대일 것입니다. 그것으로 측정할 수 있는 범위는 좀 전에 말했듯이 5,000베크렐 이상으로 오염된 식품들입니다.
그 이하의 농도에서는 사실상 측정이 어려우니 자연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게 맞을 겁니다.
■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허와 실을 마치며
최근 방사능 측정기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조사하다 보니 '기업 윤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공식품을 만드는 업체라면 소비자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면서 기준치 이하의 식품 첨가제로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이를 소비하는 국민의 건강도 맛 이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일 것입니다.
방사능 측정기를 만드는 회사의 기업 윤리는 '사용자가 측정기를 통해 방사능 오염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면 서로가 윈윈할 것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국민들이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시국을 틈타 어떻게 하면 측정기를 많이 팔아먹을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갖고 마치 '식품 방사능 측정도 가능하다.'는 문구를 넣어 방사능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로 하여금 판매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엄연히 허위 광고에 해당합니다.
만약, 소비자가 '식품 방사능 측정'을 목적으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했다면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개발사든 오픈마켓이든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품 정보를 과장 없이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도 유익한 방사능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