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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emigration_2485
    작성자 : 쭈꾸미낙지
    추천 : 10/22
    조회수 : 3946
    IP : 175.223.***.239
    댓글 : 133개
    등록시간 : 2017/02/07 05:12:32
    http://todayhumor.com/?emigration_2485 모바일
    제발 이민에 대한 환상만으로 무작정 떠나려 하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2005년말부터 2015년말까지 외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도 다니고 대학도 가고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해서 일한 경력이 있는 1인입니다.
    여러분들이 제일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인 캐나다에서요. 


    이민을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지만, 그래도 미디어나 뉴스에서, 그리고 성공스토리에서만 조명해주는
    그러한 막연한 케이스들 말고 진짜 외국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떠한 고민들이 있는지 말씀 드리고 싶어요. 환상만으로 가는 곳에는 신기루 뿐일 수도 있고,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나름 언어쪽과 문화쪽으로 센스도 있고해서 조크도 할 수 있고 외국인들이 자주 쓰는 미묘한 뉘앙스와 단어들로 말놀이라거나 비꼬기 등등도 문제가 없는 실력의 언어를 구사했습니다(한국 들어와서 처음 친 토익이 바로 만점이 나오더라구요). 영주권, 시민권 있는 한국 친구들도 저에게 저만큼만 영어 하고 싶다, 정말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을 정도로요.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한국행을 택한것이 절대 제가 선택권이 없어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일단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관련업계의 몇몇 사장님들과 부회장님등도 저에게 개인톡과 전화로 연락을 주셔서 같이 일해보자는 압박과 부담?을 주시기까지 했으니까요(사실 한국으로 출장을 오셨을 때도 비자관련은 알아서 다 해주겠으니 그냥 몸만 오라고 한 분도 계실 정도로요).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다니던 회사는 캐나다 내에서 7 지역(밴쿠버, 토론토, 빅토리아, 할리팩스, 써리 등등)에 브랜치가 있었고 동일 업계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곳으로써,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곳인 밴쿠버 다운타운에 본사가 있었고 저는 그곳에 동종업계 최연소로 입사해 주임급으로 여러 인종 분들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아랍쪽 국가, 러시아, 브라질과 스페인 등등 정말 다수의 인종이 존재했었고  
    다들 부러워하시는 Nine to Five(9-5시까지 일하는)직업이였습니다. 한국 분들을 만날때에도 절대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자리잡아가는 모습에 대견해하시고 부러워 하시는 분들이 계셨죠. 


    심지어는 영주권 신청이 다 들어가 있었고, 기다리기만 하면 영주권이 나오는 상태에서 모든걸 접고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경험해온 인종차별과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생활방식, 그리고 명배한 한계선(유리천장) 때문이였습니다.


    이민을 가시고자 하는 분들은 한국생활이 지치셔서, 당연한 야근과 회식 술자리, 그리고 저녁이 없는 삶과 주말 근무, 또한 아무리 일을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 등등...을 이유로 그러한 결정을 하셨을 건데요, 확실한 장점과 단점 혹은 맹정 등 여러가지를 이어서 써 드리겠습니다.


    1. 일을 할 때에 보장되는 나의 시간과 권리들.

    일을 할 때에 월차, 연차, 반차 등등을 눈치 전혀 보지않고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육아휴직과 아파서 내는 Sick day off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어느때고 이용한다고 해서 눈치주는 사람 절대 없습니다. 심지어는 내일이 토론토 지사와의 화상회의라도요(정말입니다). 그리고, 1년동안 일을 하고 Lay-off가 된다면 정부에 EI(Employee's Insurance)신청을 하시면 원래 받던 돈의 80%인가도 충분히 오래 나오구요. 

    하.지.만. 이건 캐나다인들이나 여러 인종들이 일하는 회사에 들어갈 때입니다. 기술도 없고 언어도 되지 않으면 어디서 일할지는 뻔하죠:

    A) 대도시 한인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
    B) 외진 시골구석 동양인이라고는 몇 없는 곳의 숙박시설(역설적이게도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실 확률이 정.말. 높습니다)

    둘 중 하나로 갈리는게 현실입니다.


    만약 저 위의 A나 B에 취직을 하셨다면, 중간중간 쉬는것도 눈치보고 바쁠때는 월차 연차 반차 등을 쓰는 것 또한 눈치보게되는 한국과 다를게 없는 타지 노예생활을 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팽 당할까 조마조마하며 눈치보며 사는게 현실이구요. 그래도 최저임금이 10불이 넘어서 괜찮다구요? ㅋㅋ 월세는 생각 안하십니까? 원룸(방 거실 화장실 하나씩)가 850불에 시작입니다. 한국형 원룸(거실과 부엌 일체형, 화장실 하나)은 Bachelor라거나 Studio라고 하는데, 그것도 가격은 비슷하고 공급이 소수이니, 그냥 원룸 렌트해서 사는게 맘 편합니다.


    위의 B 같은 경우는 이미 결혼을 하시고 아이는 아직 없으신 분들이 많이 선택하시는데요, 중개업체에서도 부부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동반입대병이 최전방으로 배치되는 것과 동일합니다(중개업체들도 당연히 아시겠지만 이어줘서 커미션 받습니다). 2년정도 동안 X빠지게 힘들고 스트레스 풀 곳도 없고 눈치보고 하루 종일 노예짓 시킬거니까 둘이 의지할 수 있도록요. 그러다 맘에 안들면 다시 팽. 그래도 이건 잠자리는 보장되니까 돈은 모을수라도 있겠네요.

    요약: 대도시는 렌트비가 많이들고 외진곳은 외로움과 싸우며 돈 모으는것. 그마저도 고용주한테 팽 당할 위험이 있음.


    2. 나만의 자유시간, 높은 삶의 질과 여유.

    위의 나열된 점과 맞물리는 부분이죠. 일이 5시에 끝나서 버스나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대략 6시를 넘길 시간정도가 됩니다(아, 다운타운에서 안사냐구요? 가격이 얼만데 거기서 삽니까... 왠만한 사람들은 거기서 못삽니다. 워홀이랑 어학연수 간 학생들이 투룸 구해놓고 각 방에 한두 명, 거실에 2-3명 총 4-6명이 생활하는 거 보면 얼마나 비싼지 감이 오시죠?). 집에 오면 뭘 할까요? 운동? 좋죠. 취미생활? 좋죠. 아이들 챙기기?는 당연하죠.

    근데 이것도 아셔야 하시는게, 대부분의 한국 분들은 주로 한국 예능과 티비를 시청하시면서 사신다는거에요. 다른 취미활동 할 시간도 안되고 같이 갈사람도 없고. 우리 솔직히 집에오면 편히 쉬고 싶어서 안나가잖아요? 끽해야 헬스장 가거나 개 산책시키거나 하다가 예능 보는거에요. 거기서는 다른 생활을 하겠다! 라고 하실지도 모르죠. 근데 우린 매해 1월 1일마다 그런 다짐 계속 하지 않았나요? 지켜진거 있는지 한번 돌아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 거에요. 높은 삶의 질...도 뭐한게...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차값 때우려고 일해서 돈내고, 집 Mortgage껴서 사면 그 몰기지 갚는다고 몇십년 일하다보면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내 자식들 보고 사는, 내 인생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똑같아요. 그게 자본주의의 현실이구요.

    또한 제가 말씀드렸던 오히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간다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게, 노는 사람들(한국인들)과, 가는 곳이나 가봤던 곳만 가며, 보는 한국 예능만 시청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저렇게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3. 호주나 미국보다 안전하고 인종차별이 없고 안전하다.

    수치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총기도 불법이고 허가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갱들은 다 들고 다닙니다. 수치상으로 안전한 것도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게 상식이고 안전을위해 지켜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총기살인사건은 심심치않게 신문에 뜨고요.

    인종차별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도시는 그래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유리천장이라는 Career상 한계도 분명 존재하며, 아마 그렇게 원하시는 백인 친구들을 사귀기에도 정말 힘이 드실겁니다. 고등학생때는 오히려 인종차별도 더 명확하고 백인 친구들 만들기도 쉬웠죠. 왜냐면 그만큼 저를 좋아해줄만한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을 구분하기도 쉬웠기 때문이고 그때는 동양인 하나 무시한다고해서, 아니면 동양인친구 하나 사귄다고해서 뭐 잃을것도 얻을것도 없는 학생이였으니까, 저는 도망치는 트럭으로부터 계란을 맞고 커터칼을 맞고 콜라도 맞았지만 백인 여자친구도 사귀고 그랬었죠.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학생이 아니실거에요 그쵸? 안그래도 중국인들 투기로 동양인에 대한 시선은 안좋아요. 제가 일했던 다운타운만 보더라도 대리나 과장까지는 유색인종들이 많다가 그 이후부턴 백인들이 지배적으로 많은게 다 보여요. 월스트리트에서도 승진 안돼서 그냥 한국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있는거 기사로도 몇번 마주치셨을거에요. 그거 다 사실입니다. 기득권들이 밥그릇 지키는거 만만히 보실 수 없을거에요. 그래서 다들 은퇴하시고 하시는게 스시집이나 구멍가게인거구요.

    쉬운 예로는 그냥 이번에 극진보주의인 저스틴 트루도가 수상으로 당선되었지만 내각에서 유색인종은 그나마 캐나다에서는 소수민족중에서도 수가 제일 많은 인도/파키스탄계 사람 3명이 다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백인이구요.


    4. 의료보험 전액 무료

    맞습니다. 전액무료인 점은 정말 좋죠. 근데 검사 한번 하려다가 잘못하면 1년 기다리셔야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한국분들이 한국에 와서 진료받고 수술해 가시는 이유죠. 물론 구급차타고오면 1순위이긴 합니다만 제발로 걸어들어간 응급실에서는 최대한 아픈
    척을 하고 연기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하루종일 걸리구요. 치과와 안경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구요. 제 지인분은 충치치료로 7개 "떼우는" 데에만 3백만원 들으셨습니다. 크라운 씌운거 아니구요. ㅋㅋ 견적 뽑는데에도 8만원 정도 해요 ㅎㅎ...


    5. 깡패는 기술

    한국도 기술이나 이공계가 취업 깡패라그러죠?
    밴쿠버에는 BCIT라는 기술 전문학교가 있어요. 2년제이구요
    여기 별명이 UBC(캐나다에서 1-3위를 다투는 대학) 대학원이에요 ㅎㅎ UBC갔다가 졸업하고 취업안돼서 BCIT가서 기술배운다구요.
    이민하기엔 기술직이 훠씬 더 수월한 것도 사실이구요.
    그러니 만약 기술이 있는 상태시라면 영어만 좀 준비하고 가시면 문과분들보다는 덜 고생하실 거에요.


    일단 이로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 끝이 났네요.
    너무 부정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현실은 알고 가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주변에도 막연한 기대만 품고 다 팔고 가셨다가 정말 새된 케이스도 봤고, 그냥 어학연수나 놀러 잠깐 갔다가 외관에 반해서 너무 좋다고 이민가야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부디 후회없는 선택 하시길 빌며 행운을 빌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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