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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의 육아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대체 무슨 심리 또는 불만이 있어서 육아를 이렇게도 못하는가... 에 대해 헤아려보고자 글을 올립니다.
아이는 세 살 딸이고 남편은 30대 후반입니다.
저희 남편은 혼자 힘으로 아이를 볼 수 있는 최대 시간이 1시간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동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오겠다고 하면 자기가 아이를 보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블록을 가지고 같이 놀거나 몸으로 놀아주거나 하는데, 1시간 뒤 집에 와보면 아이는 TV 앞에 방치돼 있고
남편은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는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습니다.
남편은 제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신은 나몰라라합니다.
휴일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거실로 아이를 데리고 나와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침을 챙겨먹이는 동안
남편은 베개와 이불을 가지고 안방으로 쏙 들어가서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잠을 잡니다.
제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신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거나 누워서 핸드폰을 합니다.
셋이 놀러 나가도 제가 아이랑 놀아주는동안 남편은 혼자 걷돌거나 숨어서 핸드폰을 합니다.
(요즘은 아이도 아빠가 안 보이면 막 찾습니다... 아빠 어디갔어 하면서...)
남편은 자기 손으로 아이 밥을 차려서 먹여본 적도 없고, 아이 목욕을 시켜준 적도 없습니다.
아이 응가 기저귀를 치우고 닦는 것도 불과 몇 달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그것도 제가 버럭 짜증을 내서...)
이런 사정으로 남편은 혼자서는 절대 아이를 돌볼 수가 없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근처에 사시면서 육아를 도와주시니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육아를 떠넘깁니다. (친정은 멀어서...)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할 때는 남편이 집에 있는데도 시어머니께서 오셔서 아이 아침을 챙기고 어린이집으로 보내십니다.
제가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하는 날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시댁에서 봐주십니다.(그리고 남편은 집에서 맥주파티...)
그뿐 아니라 제가 휴일에 서너시간 정도 일에 집중해야 할 때도 시어머님이 오셔서 봐주십니다.
제가 칼퇴근해서 부랴부랴 집에 뛰어가면 시어머님이 아이 저녁을 먹여주시고, 남편은 안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혈압이 오릅니다.
시어머님도 당신 아들이 육아에 너무나 무능하다는 것과, 제가 일을 하면서 육아도 거의 독박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아십니다.
아들 혼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냅두시고, 저에게는 당신께서 아이 봐줄테니 좀 쉬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며느리가 어떻게 그렇겠습니까. 시어머니께 육아를 떠넘기기 죄송해서 지인들과 술약속 같은 것도 못 잡습니다.
(남편은 술먹고 간다고 카톡 한줄 남기고 늦습니다...)
사실 이런저런 문제로 남편과 저의 관계는 다른 부부들처럼 살갑지 않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감정이 안 좋을 때는 더더욱 육아에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좋을 때라고 딱히 육아를 잘 하진 않는다는 게 함정입니다.
제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오히려 버럭 화를 냅니다.
심리상담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자존감 낮아서 자신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하십니다.
이쯤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몇가지 반론 또는 의문을 생각해봤는데...
1) 남편이 밖에서 돈 버느라 고생할텐데, 아내가 이해해줘라.
밖에서 돈 버는 고생은 제가 남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저는 주5~주6일 근무에 야근, 초과근무도 잦습니다. 아이 재워놓고 새벽에 잔업을 하는 일도 많습니다.
남편은 굳이 분류를 하자면 파트타임 프리랜서 격입니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아니면 집에 있어도 됩니다. 평일에 하루종일 놀기도 합니다.
일이 몰릴때는 힘들어하지만, 그럴땐 주말에라도 제가 독박육아 자처하며 남편이 일에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급여는 제가 남편의 세배...)
2) 남편이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아니냐.
남편은 아이를 이뻐라 합니다. 아이는 아기모델 해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을 정도로 예쁘게 생겼고 말도 잘 합니다.
순둥이는 아니지만 나름 순한 편이라 돌보기 까다롭지 않습니다.
3) 남편이 다른 집안일은 잘 하지 않느냐.
남편이 전담하는 집안일은 분리수거와 음쓰 버리기입니다. 요리는 라면끓이기밖에 못 합니다.
빨래는 제가 더 챙기는 편이고, 설거지는 서로 알아서 하며, 청소는 전적으로 제가 합니다.
거실 가구 옮겨가며 청소하고 있으면 안방으로 숨어버려요... 그나마 제가 운전을 못해서 아이 등원에 차가 필요하면 남편이 운전합니다.
4) 남편도 처음에는 육아를 잘 했지만 점점 지친 것 아니냐.
아기가 더 어렸을 때 남편은 육아는커녕 젖병설거지도 안 했습니다... 지금은 나아진 겁니다.
5) 남편도 칭찬과 격려, 보상이 주어지면 잘 할 것이다.
제가 남편의 육아에 대해 칭찬과 격려, 보상이 인색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육아에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남편이 칭찬과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편을 고쳐 쓸 생각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편의 심리가, 무슨 불만이 있는건지 궁금할 뿐입니다. 그냥 제 마음이라도 비우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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