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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24457
    작성자 : 김코노
    추천 : 4
    조회수 : 915
    IP : 175.223.***.19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3/20 01:00:45
    http://todayhumor.com/?readers_24457 모바일
    국수 -백석
    옵션
    • 펌글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 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대가리밭에서

    하룻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 불이 뿌우연 부엌에

    산멍에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지 속을 타는 듯한 여름 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이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느 하룻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 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가

    또 그 잡등색이에 서서 재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 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웃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김코노의 꼬릿말입니다
    오래 전에 봤을 때랑 또 다르고 
    참 좋네요 

    이런 시를 쓸 수 있기를 

    위로가 됐으면 해요 

    국수 먹으러 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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