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Opinion/opinion1_m1_list.aspx?cntn_cd=A0001597512&add_gb=2&ord_gb=1&add_cd=RE005706506&line_no=82&page_no=1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물론 이성이 지배되어야만 선진국으로 가는 국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해당하는 여성분들도 많겠지만 역이용되는 남성 피해자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간과 로멘스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몸에 딱 붙는 검정 원피스가 비에 젖어 몸매가 더욱 도드라졌다. 게다가 속이 다 비치는 일명 '시스루룩' 스타일의 옷이다. 검정 브래지어를 했지만 다른 부분은 망사여서 속살이 보인다. 짙은 선글라스, 빨강 립스틱을 바른 입술, 모두 눈에 확 들어온다.
이런 차림으로 시내 한복판에서 춤추는 여성. 그녀의 손에는 매직으로 갈겨쓴 피켓이 들려있다.
"꼴리(발기)는 건 '본능' 때문이나, 덮치는 건 '권력' 때문이다."
어깨가 드러나는 상의와 짧은 치마는 흔한 복장이었다. 비키니 수영복이나 배꼽이 훤히 드러난 탱크톱, 찢어진 스타킹에 짧은 치마 밑으로 보이는 가터벨트... 다른 여성들의 복장도 대개 이 정도다. 간혹 다리털이 숭숭 난 남성들도 치마를 입고 함께 춤을 췄다.
강한 비트의 클럽 음악이 흐르고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사람들 모습은 영락없이 홍대 클럽의 모습. 하지만 이들이 들고 있는 구호가 가볍지 않다. 스웨덴 출신 그룹 ABBA의 <댄싱퀸>에 맞춰 군무를 추던 이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옷은 양념이 아니다, 그녀는 '먹을 것'이 아니다."
"내가 벗었다고 당신이 만질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는 잡년이다, 그래도 내 몸에 손대지마."
▲ '슬럿워크(Slutwalk) 잡년행진 - 벗어라 던져라 잡년이 걷는다' 참석자들이 "잡년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꼴리는 건 본능 때문이나, 덮치는 건 권력때문이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슬럿워크
"그녀는 '먹을 것'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촉발된 반성폭력 시위, 한국에서도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원표공원'에서는 '잡년행진'이란 제목의 반성폭력 시위, '슬럿워크(Slut Walk)'가 열렸다. '슬럿'은 성매매여성(창녀, 매춘부)을 뜻하는 단어로, 슬럿워크는 '야한 복장이 성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가부장적 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시위다.
이들의 피켓 구호대로 "어떤 옷을 입어도 성폭행당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감형되고,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며, 피해 여성이 성폭행의 원인 제공자가 되는 사회 모순까지 지적했다.
이런 시위는 지난 1월 캐나다 경찰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들이 '슬럿'처럼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학생들에게 배포한 사건이 촉발했다. 이후 미국, 영국, 호주, 인도 등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날 한국에서도 처음 시위가 열렸다.
한국 사회에도 이런 논쟁은 계속 있었다. 여기에 지난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남학생 3명이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논쟁에 불이 붙였다. 이번 사건도 역시 술자리에서 일어난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여학생의 품행이 단정치 못했다" "먼저 유혹했다" 등의 의견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어 "성폭력 가해 학생들을 출교시켜야 한다"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또 서명운동과 고대 졸업생들의 성명서 등이 이어졌고 이날 집회로 절정에 달했다.
이날 집회에 '슬럿' 복장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100여 명 정도. 복장은 갖추지 못했지만 지지의사를 표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함께 외치는 인원까지 더하면 200여 명이 함께했다. 얼마 전 동성연인과 결혼을 선언한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격투기 해설가 겸 '사회참여 프로레슬러' 김남훈씨도 슬럿 복장을 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은 오랜지색 원피스를 입은 김조광수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옷차림이나 행실이 문제라고 하고, 법원에서조차 그런 식의 판결을 내린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런 인식은 잘못된 권력에서부터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남훈씨는 "성범죄는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가해자의 변명이 먹히는 범죄"라며 "이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누가 어떤 옷을 입든 그 사람은 보호받은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슬럿워크는 남자 대 여자의 대결이 아닌, 인간과 쓰레기의 대결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남자는 성범죄자를 같은 남자의 카테고리에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슬럿워크(Slutwalk) 잡년행진' 참가자들이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마이클잭슨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권우성 슬럿워크
시민들의 다양한 시선... "야한 옷이 성폭력 원인이라 말하지 말라"
이번 시위는 누가 주최했는지 불분명하다. 제안자는 있지만 대부분이 트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준비부터 진행까지 참가자 스스로 나섰다.
시위 참가자 김아무개(22)씨는 "옷차림이 어떻든 그건 여성의 자유인데 일부 남성은 야한 옷차림을 하면 그걸 성적 소비의 대상으로 본다"며 "본능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야하게 입은 여자에게 그 본능을 마음대로 부려도 된다는 건 아주 몰지각한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대 사건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여성들이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말고, 남성들에게 강간하지 말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시위가 '모든 남성을 성폭력 가해자, 또는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우리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가 원인 제공자가 되고 단정한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 참가자 중에는 남성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들 중 구아무개(27)씨는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가 더욱 고통받고, 가해자는 힘이 있고 남자라는 이유로 도망치는 구조"라며 "지금부터라도 그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구씨는 이번 집회가 단순히 '야한 집회'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단순히 벗고 시위한다고 보면 안 된다"라며 "스스로 '잡년'이라고 부르는 건, 잘못된 구조 조소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럿워크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도 다양했다. 인근을 지나다 우연히 시위 현장을 보게 된 양원조(남. 25)씨는 "이런 행사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남자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는 게 아니라 여성 스스로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성의 그런 권리가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씨와 함께 현장을 보던 연인 이선민(여, 24)씨는 "야한 복장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건 잘못"며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재밌고 의미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 채 지나치거나 대놓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 있던 김상주(남, 65)씨는 "정신 나간 미친 여자들 아니냐"며 "성폭력 문제는 남자도 조심하고 여자도 조심해야 할 문제지 자기들은 마음대로 하겠다면서 남자들에게만 왜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슬럿워크(Slutwalk) 잡년행진 - 벗어라 던져라 잡년이 걷는다'에 참석한 한 여성의 가슴에 'Don't touch!(손대지마!)"가 적혀 있다.
ⓒ 권우성 슬럿워커
"여자는 '먹을 것'이 아니다".... 외국인 "한국에서 슬럿워크? 놀랍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과 누리꾼 아이디 '레드걸'의 퍼포먼스 등 원표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덕수궁 대한문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길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호주에서 온 리즈(여. 21)씨는 "놀랍다, 환상적이다"라며 "한국에서 이런 시위가 일어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슬럿워크가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일어난 동기는 알지 못했다.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을 설명들은 그녀는 "의사는 매우 도덕적인 직업이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매우 안타깝다"며 "야한 옷을 입었거나 술에 취했다고 성폭행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주 멍청한 생각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빨리 바뀌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덕수궁 대한문까지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성폭력 피해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짧은 집회를 진행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관리자들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온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하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이 해고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여성가족부까지 함께 행진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와 경찰의 저지로 슬럿워크 참가자들은 원래 행사장이던 원표공원에서 시위를 마무리했다.
출처 : "내가 벗었다고 네가 만질 수 있는 건 아니야"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