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조그만 미용실을 하십니다.
큰 헤어샵같은 곳에 있는 각종 잡지나 만화책
그런걸 갖다놓을 공간도 없을 뿐 아니라
손님이 그다지 많지도 않아 기다리는 사람이 그리 없어
굳이 갖다 놓지 않아도 되죠
있는거라곤 손님 기다리면서 어머니께서 읽으시는 신문이 전부.
어렸을때부터 제 머리는 항상 어머니께서 깎아주셨습니다
지금 제나이 스물 셋
지난 주에도 학교 방학하고 집에 내려가 머리를 깎기위해 미용실에 갔습니다
소파 앞 탁자위에 신문 너댓개랑 잡지 몇권이 있더군요
마침 어머니께서 손님 머리를 하고계시길래
앞에 있는 스포츠 신문을 펼쳤습니다.
대략 14페이지 이후부터 나오는 연예기사쪽의 므흣한 사진이나 찾아보려구요
그렇게 신문을 펼쳐들었는데 주변에 있는 신문이 온통
조선일보 일간조선 스포츠조선 또 뭐 다른거 있었는데
아무튼 온통 조선일보인겁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조선일보 말고는 직접 접한게 처음이어서
사설 부분 펼쳐보고 메인 1면기사도 살펴보고,
역시나 조선일보다운 기사들만 있더군요
손님이 나가고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엄마, 왜 조선일보 봐?"
어머니께서도 조선일보가 개꼴통신문인건 아시나봅니다
약간 머뭇거리시며 제앞에 있는 많은 종류의 신문들이
단지 조선일보 신문 하나값으로 온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은품으로 뭐도주고 뭐도주고 이러시면서 말씀하시는데
더이상 어머니를 설득하겠단 의지조차 사라져버리더군요
아버지 평범한 회사원이시고, 어머니 매일아침 아홉시부터 밤 아홉시까지
어쩌다 밤늦은 시간 파마손님이라도 있는 날이면 열한시 열두시에 집에
들어오실때도 허다합니다. 저희 어머니 가게 주변에 제법 큰 미용실도
수두룩하거든요.
그렇다고 저희집이 못산다거나 가난한건 전혀 아니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차피 신문을 보는 거라면 하나라도 더 얹어주고
하나라도 더 받아볼 수 있는 조선일보를 택하신 겁니다.
서민들은 이렇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상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쉬운말로 한겨레를 보면 한겨레만 봐야하는데
조선을 보면 잡다한 잡지부터 같은 계열의 다른 신문들 까지 좌라락
객관적으로 당신들은 무엇을 택할건가요.
사실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하루 온종일 일하다 9시뉴스 꼴랑 하나보시고 사시는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평범한 대다수 서민들은
미디어법이 어떻게되든 아 그냥 그런가보다, 솔직히 피부로 와닿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세금을 내라면 내는거고, 미디어법이 통과된거라면 통과된겁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벅찬 서민들은 한가하게 정치이야기에 관심이나 쏟고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하는 겁니다.
당장 하는일도없이 컴퓨터앞에 앉아 인터넷 뉴스나 보면서 욕하고
댓글달고 할수 있는 시간이라도 가진 바로 우리들,
우리들이 해야하는 겁니다.
솔직히 누가알아주겠습니까. 한시간짜리,
스포츠 빼고 지역뉴스 빼고나면 다해서 삼십분도 안되는 저녁 9시 메인뉴스에
기껏해야 2~3분 어디어디에서 미디어법 관련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정도로 보도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또 그런가보다 하고 일상을 살아갈겁니다.
학교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참 이런 일도 옛날엔 다 있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첨부된 삽화나 사진자료들,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 시위하는 모습, 솔직히 피부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랬나보다. 아 이때 이랬었나보다. 단순히 대학으로 가기위해
점수획득용으로 용어를 외웠고 년대를 알아두었습니다.
우리민족 최대의 사건인 3.1운동만해도 정말 대단했구나
외엔 좀더 관심있게 찾아본적도 없고 그냥 이때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참
훌륭한 일을 하셨구나 이정도가 다였습니다. 당장 우리에게 사진으로만보던,
기록으로만 보던 그런 무지막지한 만행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후손들, 우리의 아들 딸들은 우리가 행동한 일에 대해
아 이때 이런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태평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은 우리가 만들어 줘야 하는 겁니다.
우리 조상들이 그랬고 지금의 아저씨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그러하였고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하는 겁니다.
젊고 깨어있는 사람들,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불의에 대항해야하는 겁니다.
그동안 컴퓨터 앞에만 앉아 관련 뉴스만 찾아보면서 욕만 하고 있었습니다
답답해하고만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겁니까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는 07년 1월 군번으로 의경나왔고
작년 한창 광우병 촛불집회 현장에 수없이 동원되었던 사람입니다.
도대체 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행한 제가 군대이야기를 하면서 창피해해야 합니까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겁니까
집회 막으러 다니면서 솔직히 모든게 귀찮았고 와닿지 않았습니다.
광우병 문제가 심각하단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시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내몸이 너무나 힘드니까요
너무 이기적이라구요? 죄송합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공부해서 남주는 사람 있습니까?
열심히 피땀흘려 일해서 번 돈으로 내 밥 안사먹는 사람있습니까?
그 돈 전부 고스란히 기부할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일단은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이후에 주변도 돌아보게 되는것 아닙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불의에 대항하는게 남주기위한 겁니까?
쉽게 생각하세요 어렵다고 느끼지마십시오.
단지 나의 행복을 위해 조금 노력하는거라고 생각합시다.
이순간 만큼은 조금만 이기적으로 생각합시다.
이기적이라고 해서 어떻게 되던 난 신경안써 가 아니라
나 조금 더 행복하고 나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조금만 바꿔보자 라고 생각합시다.
투표요? 2년 3년 기다릴 겁니까?
당장 박근혜가 미디어법 동의하지 않는다고 돌아선다고 지껄였을 때
그래 그래도 넌 생각이 조금이나마 박혔구나 라고 생각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불과 몇일이나 됬습니까? 사람 생각 바뀌는 건 순식간입니다.
저들은 우릴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고 그럴 능력도 있습니다.
우리가 2년 3년 사이에 지금의 일을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합니까?
당장 이 사건 잠잠해지고 대충 서민들을 위한 정책 이딴소리 하면서
세금 몇만원 깎아주고 내년에 월드컵열리고 어쩌고 하다보면
지금의 이 통탄할 만한 사건들은 우리의 기억 저너머로 사라지게 되있습니다.
안그럴꺼라구요? 장담할 수 있습니까?
투표나 잘하자 라고 생각하시는분들은 너무 현실 도피적인겁니다
너무 수동적인겁니다
지금 당장 배고파 죽겠는데 일주일 뒤에 있을 회식생각하실 분 계십니까
전 지금 민주주의가 너무나 고픕니다.
3년뒤에 있을 투표, 선거.
기다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투표는 필수지 옵션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하겠다고
무슨 강한 결심을 한거마냥, 독립군 투사라도 된거마냥, 나혼자 깨어있는
지성인인 마냥 잘난체하지 마십시오
내나라, 내 가족, 내가 행복해지기위해 그 모든 행복에 대한 권리를 누리기위해
투표는 필수조건일 뿐입니다.
그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움직여야하는 겁니다.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라고 방관하지말아주십시오
이제는 더이상 두고보기만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십시오
우리보다 훨씬 먼저 행동하고 있는 많지만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힘을 보내줍시다.
우리도 움직입시다.
정말,, 너무 답답한 마음에 주절거려봅니다
우리에게도 무언가 행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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