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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장준하 선생님의 글 사상계 1961년 6월호 -
1년 전 우리나라의 젊은 학도들은 그 꿈 많은 청춘을 바쳐, 부패와 탐욕과 수탈과 부정에 도취한 이승만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사경에서 회생시켰다.
그러나 정치생리와 정치적 행상과 사고방식에 있어서 자유당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민주당 정부는 혁명 직후의 정치적 공백기를 기화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스스로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정권을 마치 전리품처럼 착각하고, 혁명과업의 수행은커녕 추잡하고 비열한 파쟁과 이권운동에 몰두하여 그 바쁘고 귀중한 시간을 부질없이 낭비해 왔음은 우리들이 바로 며칠 전까지 목격해 온 바이다.
그러는 동안 국민경제는 황폐화하고 대중의 물질생활은 더 한층 악화되고 사회적 부(富)는 소수자의 수중으로만 집중하였다. 그 결과로 절망, 사치, 퇴폐, 패배주의의 풍조가 이 강산을 풍미하고 있었으며 이를 틈타서 북한의 공산도당들은 내부적 혼란의 조성과 붕괴를 백방으로 획책하여 왔다.
절정에 달한 국정의 문란, 고질화한 부패, 마비 상태에 빠진 사회적 기강 등 누란의 위기에서 민족적 활로를 타개하기 위하여 최후 수단으로 일어난 것이 다름 아닌 5.16군사혁명이다.
4.19혁명이 입헌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었다면, 5.16혁명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다.
따라서 5.16혁명은 우리들이 육성하고 개화(開花)시켜야 할 민주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는 불행한 일이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위급한 민족적 현실에서 볼 때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군사혁명은 정치권력이 단지 국민의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넘어갔다는 데서 그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혁명공약이 암암리에 천명하고 있듯이, 무능하고 고식적인 집권당과 정치가 수행하지 못한 4.19혁명의 과업을 새로운 혁명세력이 수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5.16혁명의 적극적 의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에서는 5.16혁명은 4.19혁명의 부정이 아니라, 그의 계승, 연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냉철히 생각할 때 4.19 1년 만에 다시 정변을 보지 않으면 안 된 이 땅의 비상하고 절박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리는 어느 한 정당이나 개인에다만 전적으로 뒤집어씌움으로써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배후에서 또는 주변에서 사회적 혼란을 선동한 방종무쌍한 언론, 타락한 망국적 금력(金力)선거, 이미 도박장으로 화(化)한 국회, 시세에 끌려 파쟁에만 눈이 어두웠던 소위 정객들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으며,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 각자에도 다소를 막론하고 간접적 책임이 있음을 우리들은 준렬하게 자아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5.16군사혁명으로 우리들이 과거의 방종, 무질서, 타성, 편의주의의 낡은 껍질에서 자기탈피하여, 일체의 구악의 뿌리를 뽑고 새로운 민족적 활로를 개척할 계기는 마련된 것이다. 혁명정권은 지금 법질서의 존중, 강건한 생활기풍의 확립, 불량도당의 소탕, 부정축재자의 처리, 농어촌의 고리채 정리, 국토건설 사업 등에서 괄목할 만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수 백 년의 사회악과 퇴폐한 습성, 원시적 빈곤이 엉크러져 있는 이 어려운 조건 밑에서, 정치혁명 사회혁명 도덕혁명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혁명정권이 치밀한 과학적 계획과 불타는 실천력을 가지고 모든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간곡히 기대하는 동시에 동포들의 자각 있는 지지를 다시금 요청해 마지 않는 바이다.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와 막다른 정치적 한계상황에서, 국제공산주의와 대결하면서 자유와 복지와 문화의 방향으로 국가를 재건하여야 할 우리들의 민족적 과업은 크고도 어렵다. 이제 모든 정치권력은 혁명정권에 집중되었고, 혁명정권은 민족백년의 운명을 그 쌍견에 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혁명정부는 우리 사회를 첩첩히 얽매고 있는 악순환의 사슬을 대담하게 끊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민정(民政) 아닌 군정(軍政)의 의미가 있는 것이요, 혁명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일체의 권력이 혁명정권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에 만전의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본래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함은 하나의 정치적 법칙이다.
이러한 권력의 자기부식작용에 걸리지 않고 오늘의 청신한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시급히 혁명과업을 완수하고, 최단시일 내에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한 후 쾌히 그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는 엄숙한 혁명공약을 깨끗이, 군인답게 실천하는 길 이외의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국군의 위대한 공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사상에 영원히 빛날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군사혁명은 압정과 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후진국 국민들의 길잡이요 모범으로 될 것이다.
- 사상계 1961년 6월호 장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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