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그저께 고물 치누크 도입론에 이어서 어제는 고물 대잠초계기 썰 풀어대는 걸 보고 화가 나긴 합니다만
군사분야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라면 솔깃하게 들릴 내용이긴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 기준으로 JTBC 보도 내용들이
어떤 점에서 현실과 어긋나는지 일부 정리해봤습니다.
-- 목차 --
1. 고물 치누크.. 못쓸 물건인가?
2. S-3 대잠초계기 도입 시도는 잘못?
3. JTBC가 주장하는 고물... 과연 운영못할 고물인가?
4. JTBC가 누명씌우는 방식의 진짜 문제점
5. 기타 부가설명
1. 고물 치누크.. 못쓸 물건인가?
중고 치누크에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제기들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를 골라, 첨단장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봅니다.
---[JTBC의 선정적 보도내용.]-----------------------------------------------------------
미군이 GPS가 연동된 항법장비를 제거한 뒤 판매하면서 악천후 때와 해상 임무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별도로 제공한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도 탑재가 안 됐고 올해 연말이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현재 생존장비인 미사일 경보체계도 없는 상태입니다. 바닥엔 방탄 설치가 제대로 안 돼 있고
제자리 비행 시에는 자동 기능이 없어 수동 조종을 해야 하고 계기판도 아날로그인 탓에 정보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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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하는 말 들어봐선 전쟁터지면 막 학살당해버릴 야라레메카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 내용이 과연 현실과 맞는 보도였을까요?
군사분야 전문잡지로 유명한 안승범이 JTBC 보도를 보고 기가 막혀서 올린 글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중고도입 치누크 헬기는 우리 공격헬기들에게 대량 연료보급을 하기위해 사용중이라는 겁니다.
치열한 전쟁터가 아닌 헬기 기지들에게 연료보급하는 물건인데,
전문 항법장치나 방탄장치, 미사일 경보체계, 해상비행 임무 같은게 필요한가요?
만약 헬기기지에 적 미사일이 날아들고 적탄이 빗발치는 상황이면 전쟁 끝난거죠.
게다가 해상 비행능력 얘기는....
육지에서 이륙해서 육군 헬기 기지에 기름보급하는 건데... 왜... -_-;
문제는 JTBC 이 망할 놈의 인간들이...
중고도입 치누크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전에 이미 취재했었다는 겁니다.
이철희 의원이야 중고 도입 치누크 헬기의 운용목적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변명해볼 수도,
JTBC는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자기네가 직접 취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뻘소리 보도를 한 겁니다.
2. S-3 도입 시도는 잘못된 결정이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글을 올렸습니다.
요약하자면 해군의 대잠초계기 숫자가 너무 부족한데, 추가로 사자니 새로 개발된 P-8 기종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P-8은 가격이 엄청난 놈이라서 그 당시 해군이 사달라고 요청하기엔 엄두도 안 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가용한 예산 가지고 초계기 숫자를 채워보려고 궁리궁리 하다보니
중고 S-3 라도 도입해보자라는 방안까지 나왔던거죠.
돈 없으니 중고 노트북이라도 사보려고 기웃기웃 거린거지, P-8 살 돈이 있었더라면 그딴 짓거리 안했습니다.
말하자면 JTBC는 돈 없던 시절에 중고노트북 찾아다니던 걸 가지고
왜 중고품 사려고 했느냐며 수상한 짓이라고 트집잡고 있는 겁니다.
나중에 북한의 SLBM 개발모습이 나타나면서 정부에선 긴급하게 비싸더라도 P-8을 사주겠다는 메시지가 떨어졌고,
S-3 도입시도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3. JTBC가 주장하는 고물... 과연 운영못할 고물인가?
JTBC의 왜곡보도가 심각한 점 중 하나는
S-3 가 중고물품이라며 비행도 못할 물건인 것 처럼 막 공포소설을 써댄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퇴역했다 뿐이지, 그게 운영 불가능한 물건인 건 아닙니다.
밀리터리에 관심없던 분들도 이따금 "미군의 위엄~" 이라면서 올라오는 사진들을 한번쯤 구경했을 겁니다.
바로 그 유명한 미군의 퇴역 항공기 보관소(AMARC)입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퇴역만 했다 뿐이지 필요하면
재생작업 거쳐서 바로 전쟁터 투입될 수 있는 물건들입니다.
막말로 3차 세계대전 터지면 여기에 있는 비행기들은 재생되어 전쟁터로 달려나갑니다.
(우스갯소리로 전 세계 4번째로 강력한 공군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사갑니다.
최첨단 항공기까지는 필요치 않거나 돈이 없는 국가들은 이런 곳에서 중고 미군기를 사다가 재생해서 운영합니다.
이전의 우리나라 해상 초계기였던 P-3도 바로 이 퇴역 항공기 보관소에서 사온 거에요.
그리고 S-3도 바로 여기에서 보관되던 물건입니다.
JTBC가 썰 풀어댄 공포소설대로라면
S-3 말고도 이전까지 운영하던 P-3도 비행불가 고물품이란 결론 나옵니다.
퇴역 항공기 보관소에서 중고품 사가는 다른 나라들도 죄다 방산비리범들인 셈이고요.
현실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헛소리를 JTBC는 보도한겁니다.
4. JTBC가 누명씌우는 식의 문제점
JTBC 가 막 설레발치는 내용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중고 군사장비 도입 자체가 무슨 비리인 것처럼 덮어놓고 몰아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군사장비란게 원체 비싼 물건이다보니
국제적으로 중고 군사장비 사용은 아주 흔합니다.
물론 중고장비 도입에 따른 여러가지 단점들도 많습니다만,
그 돈 많다는 미군도 죄다 새 물건쓰지 못하고 중고 재생해서 활용하곤 합니다.
어느 정도의 중고품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가격에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명확한 정답이 있을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그 정도면 적절하다, 그건 바가지 썼다 등등으로 의견이 갈릴 수 밖에 없죠.
국회의원들이 "이건 이렇지 않은가요?" 라고 다른 관점에서 의문을 가져보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그건 의문을 가진 단계이지, 그 의문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
JTBC 보도의 문제는 의문을 넘어서 바로 결론을 도출해버렸다는 겁니다.
마치 "둘 사이에 썸타나?" 하는 생각해보는 단계를 넘어서
"어머어머, 쟤네 둘 벌써 숨겨둔 자식이 있나봐~~~" 하고 호들갑 떨어버렸다는 거죠.
그딴 식의 태도에 대해선 아무도 합리적 의문제기라고 평가해주진 않죠.
중고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장단점이 크게 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신규 장비를 사올때야 우리 필요에 따라 이거저거 맞추지만
중고장비는 내가 아닌 타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고 사용하던 걸 가져오게 되니까요.
그런데 JTBC 같은 식으로 "중고 장비를 사오다니!!" 하면서
중고 도입 자체에 대해 덮어놓고 잘못이라고 누명씌우기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중고장비는 남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장비를 값싸게 사오려는 것인만큼
필연적으로 우리 사정에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로 트집 잡아서 중고장비 도입 잘못이라고 누명씌우면 전 세계에서 트집 안 잡힐 군대 없어요..
이런 식이면 도대체 국방관계자들 중 누가 중고장비 도입을 추진하려고 하겠습니까? 다들 무서워서 피하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1,2선급 모두 새삥 물건만 질러댈만큼 돈이 많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무기 사업에서 구체적인 비리행위가 나와서 보도를 하는 거라면 옳은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덮어놓고 중고장비 도입 자체를 죄악시 하는 건 잘못이고 사기치는 행위입니다.
5. 기타 부가설명
Q : 그럼 팬텀이나 제공호도 기골보강해서 운영하면 되잖아요?
A : 그렇게하면 운영수명은 늘어나긴 하지만 현대전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100년전 군함도 운영은 가능하지만 현대전에 투입할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Q : 이철희 의원은 무려 국방부 자료를 보고 발제한건데, 그게 잘못되었을리 있나요?
A : 자료의 신뢰성과, 자료를 보고 도출한 결론의 신뢰성이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들을 기반으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사례는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