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상영 중인 영화들을 살펴봤는데
국산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가 떡하니 있더라고요.
내가 그래도 오덕인데 이런 건 봐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다녀왔습니다.
상영관에 들어서니 한 10명 정도 관객이 있더라고요.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전체에 남성 주연이 파랑머리 꼬마, 흑발, 은발 세명이 나오는데
은발은 문신 같은 것도 새겨주고 좀 개성을 주려고 한 것 같지만
어째 헤어스타일의 작은 차이를 빼면 비슷해보이더라고요...
특히 파랑머리와 흑발은 채색이 없으면 동일인물로 보였을 정도입니다.
설정상 이름이 둘 다 '강림'인 듯 하던데 이건 아마 무언가 복선일 것 같네요.
영화 초반부에 몸집이 좀 통통한 애가 주인공(추정) 파랑머리 꼬마와 관련해서
등장하는데, 친구들한테 사과하는 장면에서 합장을 하더군요.(기도하듯 손 모으는 것)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고멘'하듯이...
저는 사실 문화 사이에 경계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 문화 요소가 일본 애니에 등장하건
일본 문화 요소가 우리 애니에 등장하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작화가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연출해버린 건지 궁금했어요.
마치 우리 웹툰 작가들이 3월을 묘사할 때 따듯하고 벚꽃이 활짝 핀 풍경으로 묘사하듯이요.
(한국은 일본보다 평균기온이 낮아 벚꽃의 개화가 늦고 4월은 되어야 따듯해지지요.)
그리고 중간에 종이 쓰레기를 집어던질 때, 그리고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 등에서 모션이 어색하더군요.
이왕 칼을 잡은 거 좀 절도 있게 멋지게 휘두르면 좋았을텐데 뭐랄까...
드래곤볼 초창기에 주먹 내지르면서 싸우는 장면 아시죠?
투닥투닥 하면서 손이 빠르게 교차하는 묘사만 나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붙는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거요.
좀 그런 느낌이었어요...
또 이건 작품 자체의 컨셉과 관련된 건데, 전투할 때 핸드폰의 키패드를 조작하곤 하잖아요.
그게 하필 칼의 손잡이 부분인데 칼을 잡은 상태에서 그 잡은 손으로 키패드를 조작하는 게
정말 제작진에게 실례인 것 같지만, 동작 자체가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또 많은 장면에서 배경음이 성우 목소리보다 커서 대체 성우가 무슨 얘길 한 건지 못 알아듣겠는 장면이 많았어요.
보는 내내 느꼈던 건데 집에 돌아와서 엔하위키에 검색해보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요...
설정이 좀 복잡한 작품인 거 같은데 그렇게 대사가 안 들리는 장면이 많다보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할아버지와 부황의 관계는 무엇인지, 후반부에 나온 은발은 왜 흑발을 죽이려고 드는 건지.
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관객(저 하나뿐일 수도 있지만)을 짜증나게 하는 유형의 캐릭터도 있었어요.
무려 주인공(추정) 파랑머리 꼬마... 왜 핸드폰 돌려달라는 흑발을 계속 가뒀다 풀어주는지,
그래놓고 놀이공원에서(놀이공원은 또 어쩌다 간 건지? 편집이 너무 뚝뚝 끊겨요.)
이상한 혼령한테 쫓기다가 왜 그 흑발을 다시 불러내서 겨우 처치한 뒤에
다시 그 흑발을 가두려고 하다가, 흑발이 변신하니까 그렇게 무서워하는지...(부자연스러운 오버액션도 하고)
장난이었다고 설명하는데 납득이 잘 안 가네요. 그야말로 장난이라 그런가.
저는 근데 이 영화를 예매할 때 작품 이름이 '고스트 메신저'로 나왔거든요.
그래서 독립적이고 완결된 하나의 작품인 줄 알고 보러 갔던건데 집에 와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니까
'고스트 메신저 극장판'으로 나오네요;
보는 동안 '분명 상영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인데 대체 이 시간동안 전개가 겨우 이만큼이면 끝을 어떻게 낼 셈이지?'하고
생각했는데 파랑머리가 이계로 워프한 장면에서 끝나버리더라고요.
본편의 1, 2화를 합쳐서 만든 극장판이라 그렇다네요. 허허. 이건 뭐 제 실수인 거겠죠.
애초에 처음부터 이 작품을 봐온 팬들을 위한 작품이었던 거죠. 애니메이션의 극장판들이 대게 그렇죠 뭐. 이건 괜찮습니다.
9000원 내고 보러 가서 실망만 하고 온 기분이라 찝찝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야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피어나는 꽃 같은 상황이니까 분명히 한계가 있을 거고
그런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 비난만 하면 안 되는 거겠죠. 응원이 필요한 시기일 거 같아요.
모션이 이상하다거나 한 것은 아마도 제작 예산과 제작진 투입이 부족했던 거겠죠.
결코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역량이 부족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소재는 한국적 신화를 차용했다는 게 신선했지만, 신선한 소재가 반드시 재밌는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않지요.
보는 동안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 했어요.
글이 온통 비판뿐이네요. 저는 제작진을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비방할 생각은 없습니다.
순수하게 작품이 제게 별 감동을 주지 못 했고 그게 아쉬워서 조목조목 적어봤습니다.
부디 만약 제작진분들이 제 글을 보시더라도 기분 나빠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추호도 그런 의도로 쓴 글은 아닙니다. 다만 보고서 아쉬운 포인트가 있어서 써봤습니다.
네이버 영화 평점상으로는 9점대를 찍었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 평가해보자면 4점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