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화'는 현상, 사실입니다. 진화에도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주 거칠게 얘기하자면 [과거의 생물상과 현재의 생물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화석으로는 삼엽충 있는데 현재는 없고, 1억년 전에는 치킨이 없었는데 지금은 있다 .. 이런 얘깁니다. (여기서 화석, 1억년은 일단 패스하고) 이것은 무슨 이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사실입니다. 누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가 생명을 창조했다고 믿건, 제우스가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믿건 관계 없이 그냥 사실이라는 겁니다. ex) 비슷한 예로 중력을 들 수 있습니다. 뉴턴이 젊어서 우연히 사고로 죽고 지금까지 아무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닫지 못했거나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중력이 없다면 십자가에 매달려도 죽지 않았을 수도?) 죽었다 살아난 것과 관계 없디 사과는 떨어지고 질량을 가진 물체는 다른 물체를 잡아당깁니다.
1-1 참고로 화석의 연대가 의문시된다거나, 지구의 나이가 5천년 밖에 안됐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시려면 진화론자가 아니라 지질학자들을 깨부시고 오세요. 지구 나이가 40억년이고, 지질 시대가 아주 길며, 각각의 지층이 시대순으로 잘 쌓아진 것이라고 보증하는 게 지질학자들이거든요. 진짜입니다. 지질학자가 그랬대요.
1-2 또 참고로 방사성 연대 측정 이런 거 못믿겠다 하시면 진화론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들을 깨부시고 오세요. 반감기가 어쩌니 하는 얘기 다 물리학자들이 하는 얘깁니다. (대강 이런 식으로 상당히 많은 분야의 과학자들을 깨부시고 오시면 됩니다.) 물론 이 얘기는 진화론은 지질학, 생화학, 물리학 등등 여타 과학분야의 성과와 아주 합리적으로 잘 들어맞는 이론이라는 얘기죠.
2. 철학과 과학은 차이가 있습니다. 철학은 어떤 명제가 현재까지는 빈틈없이 들어맞을 지라도 과연 0.0000000000001%의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되면 그 명제를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학은 애초에 자신이 '진리'라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모든 현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고 빈틈없이 들어맞는다면 과학적 사실이라고 인정합니다. 물론 과학적 사실을 진리라고 하지 않고, 과학자들은 항상 또 다른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혹은 어떤 현상에 대해서 틀리지 않을까 계속해서 자기 검증을 합니다. (만유인력처럼 99.9999999999999999% 들어맞는 이론에 대해서 진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건 과학용어라기보다 일상용어죠.) * 만유인력이 다 맞다는 건 상대성이론 영역은 제외하고입니다. * 철학의 저 명제를 도용해서 '그래도 진리는 아니지 않느냐. 의심의 여지가 있지 않느냐'라면서 물타기를 하는데 그러지 마세요.
2-1 과학 이론이라는 것은 현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다시 뉴턴을 말하자면 뉴턴이 있거나 없거나 중력은 작용하는데, 뉴턴이 한 것은 사과를 떨어지게 만든 것이 아니라 사과가 왜, 어떻게 떨어지나를 설명한 것이죠. 그래서 내놓은 이론이 질량을 가진 물체는 다른 질량을 가진 물체를 잡아당기고, 그 힘은 질량에 비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겁니다.
위에 말했듯이 과학 이론은 검증을 거칩니다. 뉴턴 니 말이 맞으면 지구 질량이 여차저차니까 중력가속도는 9.8g 이 되야하는데 맞나 볼래? 손목 걸까? 했는데 맞음. 지구 질량 달 질량 재서 거리랑 속도 맞춰보니까 맞음. 뉴턴이 틀린 거 찾아내고, 그것까지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을 내세우면 노벨상 열 개 받는 것도 우습습니다. 뉴턴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만유인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찾아서 내세우는 거죠. 내 귀에 도청장치에서 만유인력 틀렸대 이런 거 말고, 실제 존재하는 현상 딱 하나만 찾아내면 됩니다. 아직까진 못찾았죠 (물론 상대성 이론 영역은 제외)
2-2 '진화론'은 '진화'라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다윈이 있건 없건 하나님이 있건 없건, 땅속에서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의 흔적이 발굴되는 것은 '사실', '자연현상'입니다.
실은 성경의 대홍수이론이 합리적인 '진화론'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왜 산위에 조개껍데기가 있고, 땅속에 왜 지금은 없는 생명체가 있느냐? 대홍수 때 물에 잠겨서 조개가 산으로 가고 방주에 못탄 애들이 다 죽어서 묻혔다. 라는 것이죠. 당시의 지식 수준에서 이것은 '과거 어느 땐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가 있었다'라는 현상을 꽤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이 지층이 조올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것임을 입증했을 때 대홍수는 틀린 이론으로 입증되었죠. (다시 말하지만 지질학자들이 나쁜 놈들임. 지질학자한테 먼저 따지고 오세요. 그리고 천체물리학자도 지구가 오래됐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생물들이 있었다 멸종했다 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 유전을 통해서 다음 세대로 생명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고 멸종하고 유전자 빈도가 바뀌고, 모양도 바뀌고 습성도 바뀌고 등등등 ... 그러하다. 라는 거죠. 물론 진화론 내에도 세부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 여러 이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러 진화론들은 모든 생명체가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유전을 통해 세대를 이어오면서 여러 종으로 갈라져 다양한 생명들을 형성했다.. 는 측면에서는 모두 동의합니다. 이 최소한의 합의지점을 진화론이라고 합시다. (어차피 우린 아마추어니까 그 이상 알기도 어렵습니다.) 공통조상에서 분화해 왔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인간 의약품을 만드는 데 왜 동물 실험을 할까요? 동물들이 인간과 유사한 포유류 사촌이기 때문이죠. 비슷한 DNA를 가졌고, DNA가 비슷할수록 외형도 비슷하고, 종분화에 관한 화석 기록과도 일치합니다.
진화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려면 진화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딱 하나만 찾아내면 됩니다. 긴 시간 진화해왔다는 것을 부정하려면 살아있는 공룡이나 삼엽충을 데려오거나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인간 화석을 찾아내면 됩니다. 역시 아직까지 못찾았죠. (다시 말하지만 오래된 지구를 부정하는 것은 지질학자에게 문의)
3. 종 분화 여러 가지 이론은 각설하고, 소진화는 되는데 대진화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만 써봅니다. 여기서 흔히 웃긴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분들 스스로 대진화를 '다른 종'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의하거든요. 즉, 어떤 종이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근육이 많아지거나 입이 뾰족해지거나 색이 바뀌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종이 생길 수는 없다는 거죠. ........ 아까 어느 분도 말씀하셨지만 그러면서 하는 말이 '쥐'가 '쥐'가 아닌 게 된다던가, 개가 고양이가 된다던가 원숭이가 사람이 된다던가 하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쥐'는 종이 아니에요. 쥐는 쥐목 쥐과입니다. 쥐과 중에 쥐아과가 있고 무려 500종이 넘는 쥐가 있습니다. 어느 쥐 조상이 생쥐와 집쥐로 분화한 게 종 진화에요. 늑대와 개가 구분되는 게 종 진화고요..
그렇다 해도 좀더 큰 규모의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항변을 할텐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진화를 얘기할 땐 항상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천 년에 한번씩 아주 작은 규모의 - 몸집이 좀 커지거나 발톱이 좀 길어지거나, 다리가 약간 길어지거나, 힘이 세지거나 하는 님들이 인정하는 소진화 - 진화가 일어난다고 칩시다. 이걸 5천만년 동안 반복하면 쥐처럼 생겼던 동물이 굇수 곰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소진화 자체를 부정한다면 모르겠지만, 소진화는 되는데 대진화는 안된다는 건 넌센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