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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31269
    작성자 : 가오리씨
    추천 : 26
    조회수 : 1692
    IP : 218.155.***.206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4/26 06:43:18
    원글작성시간 : 2009/04/20 17:04:36
    http://todayhumor.com/?humorbest_231269 모바일
    cereanelida (스압주의)
    승헌은 잠이오지 않았다. 

    자기방이 무섭다며 안방으로 베게를 안고들어온 딸아이가 그를 깨운후 다시 잘수 없었다.

    승헌은 아내와 그녀의 품에 안겨 잠들어있는 딸 현주가 잠든것을 확인하고 거실로 나와 텔레비젼을 켰다.

    이리저리 테레비젼 체널을 돌리며 뭔가 재미있는것를 찾고있었다.

    그렇게 체널을 돌리다 그는 연예인들이 오지로 가서 신나게 떠들며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쇼프로그램에 리모컨을 멈추고선

    방송작가가 원하는 시점에 웃어가며 보고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보고있던중 화면 아래로 한줄의 속보가 나타났다.


    - 속보. 수입곡물에서 괴질환 발생.


    무슨소리일까 하고 궁금했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것은 속보에대한 의문이 아닌 내일 출근해서 일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한참 텔레비젼 쇼를 보던 그는 언제 잠든것인지 모르게 텔레비젼을 켜둔채로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았다. 그는 셔츠를 걸치고 타이를 매고 있고 그의 아내는 아침식사준비로 바쁘다.

    그들의 딸아이는 아직까지 안방침대에서 아침해가 뜬것을 모르고 자고있었다.


    '여보 어제 거실에서 잤어?'

    '아 응. 잠이 안와서 말이야.'

    '소파에서 자면 허리 안좋아. 잠은 편하게 자야지.'

    '응 그래 알았어.'

    '이구. 말만 그래요 꼭. 회사에서 무슨일 있어? 요즘 잘 못자는거 같더라. 소파에서 자주자고 말야.'

    '무슨일은. 별일없어. 걱정안해도 되요.'


    평범한 부부간의 평범한 대화를 하고 승헌은 평범하게 출근을 한다. 

    문뜩 어제 속보로 나왔던 한줄의 뉴스가 떠올랐지만 아침을 먹으며 그의 등뒤로 들었던 텔레비젼 뉴스는 거기에대한 별말이 없다.

    그저 잠결에 잘못보았나 하고 생각하고 회사로 향했다.

    그는 곡물수입회사에 다닌다. 정부에서 곡물을 수입할 길을 크게 뚫어준 덕분에 그는 대학교때 배운 언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었다.

    정부에서 길을 넓혀주기 전에는 수입품이라는 명목으로 돈많은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내던 회사였지만 이제는 저가로 판매하여 돈없는 사람들에게 싸게 팔아 이윤을 내고 있다. .

    그가 다니는 회사는 이윤의 비율은 줄었지만 전체이윤은 늘어 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퇴근할때까지 회사에선 수입곡물에 대한 별말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잠결에 속보를 잘못보았을거라고 확신했다.

    지하철을 타고 그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내린 지하철역은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퇴근하는 사람들로 바쁘게 움직였지만 평소와다르게 텔레비젼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다른나라와 축구시합이 있는 날인가하고 생각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 있는 화면은 뉴스였다.


    '...수입곡물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럼 현장연결 해보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고 화면은 병원으로 바뀌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 환자복을 입고 앉아있다. 

    그의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고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화면에 보이는 의사와 기자의 지시에 따라 상의를 벗고 침대에 엎드려 눕는다.

    카메라는 환자의 등을 가까이 찍고있다.

    대체 뭐야? 라는 생각으로 승헌은 화면을 주시한다. 남자 등따위를 자세히 보여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등은 피가 베여나오는 거즈가 잔뜩 붙여져 있다.

    그리고 그 거즈 사이로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왼쪽 등옆구리쪽에 엄지손톱만한 무엇인가 튀어나와있는 것이 보인다. 카메라는 그 튀어나온쪽을 자세히 잡는다.



    -꿈틀.. 꿈틀...



    그것은 움직였다. 피부밖으로 튀어나온 작은 그것은 마치 벌레가 기어가듯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텔레비젼을 보던 모든 사람들은 웅성이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욕으로 당혹감을 표현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화면은 미리 녹화되어있던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환자는 1주전 입원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증세때문에 당혹감을 보일수 밖에 없었지요. 통증은 없지만 피부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벌레임을 확인하고난뒤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화면은 그 남자에게서 꺼냈을거라고 생각되는 벌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록색에 검붉은 반점이 나있는 작은 벌레는 유리병 안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평소에 보던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와 다른점이라면 다리와 눈이 없었다.

    그벌레는 유충보다는 지렁이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저 피부 바로 아래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현상은 큰 위험이 아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벌레는 인체에 어떤 손상도 입히지 않고 돌아다니기만 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치료법보다는 감염경로를 찾는데 주력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텔레비젼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보고있을 뿐이었다.

    화면속의 의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 환자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환자였습니다. 얼마전 수입이 개방된 그나라 말이죠. 그래서 그점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해본 결과 놀랍게도 이 증세는 이미 그나라의 곡물을 먹음으로써 감염된다고 합니다. 이미 그 나라에....'


    화면은 다시 뉴스데스크로 돌아와있었다.

    의사는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화면은 거기에서 끝나도록 편집된 후 더이상 보여주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어떤말을 더하였으나 텔레비젼앞에 모인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그것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승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들어오자마자 그의 아내는 놀란표정으로 승헌을 맞이한것은 승헌역시 예상한 일이었다.

    문제가 되는 그 곡물은 그가 수입하는것이니까...


    '승헌씨. 뉴스봤어??'

    '응 오는길에 지하철역에서..'

    '회사에서는 별말없었던거야??? 세상에 어떻게.....'

    '응... 나도 뉴스에서 처음 알았어.'

    '어떻게 이런일이... 그러니까 지금 우리집에 있는 쌀. 그거 먹으면 그 벌레가 생긴다는거지??'

    '응.. 그런거 같아.'

    '아니대체 그런 큰일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모를수가 있지?? 후.. 이렇게 떠들때가 아니네.. 일단 다 버려야겠다.'


    승헌의 아내는 그렇게 말하고 승헌이 다니는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물건들을 봉지채로 쓰레기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그 회사에 다녔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싼 가격으로 서민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버리는 물건들은 눈깜작할 사이에 쓰레기 봉투3개를 채웠다.

    그렇게 버리고 난뒤 승헌의 아내가 준비하는 저녁식사는 라면이었다.

    반쯤 되고있던 밥은 이미 쓰레기통으로 버려진지 오래이다.

    그의 아내가 딸 현주를 불러 저녁을 먹자고 했을때 승헌은 한마디 하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저 라면의 밀가루는 그가 일하는 회사에서 나온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음날 승헌의 출근길에 보이는 풍경은 쓰레기통에 가득찬 그의 회사로고였다. 

    다른집들도 승헌의 집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뉴스가 나오자마자 일단 모두 버렸을테니까..

    그가 도착한 회사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사무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승헌이 일하는 파트는 그 나라에서 곡물들을 사오는 역할이었기에 퇴근하자마자 불려지는 그런일은 없었지만.

    판매파트는 어제 저녁부터 사무실로 돌아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잠한숨 자지 못하고 리콜 요청을 받았는지 그들은 리콜받은 물량을 체크하랴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받으랴 정신이 없었다.

    승헌역시 자신이 하던일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는 일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승헌은 텔레비젼을 켰다.

    체널 전부가 곡물때문에 생긴 벌레이야기뿐이었다.

    승헌은 그 체널들 중 어제 뉴스에서 봤던 의사가 나온 체널에서 멈추고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방된 그나라 말이죠. 그래서 그점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해본 결과 놀랍게도 이 증세는 이미 그나라의 곡물을 먹음으로써 감염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제 뉴스에서 본 화면이었다. 텔레비젼은 편집되지 않은 의사의말을 이어서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이미 그 나라에서는 다섯달전에 이 증세가 먼저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곡물을 사료로하는 가축들에게서 말이죠. 가축들을 도축하던중 내장안에서 손톱만한 초록색의 벌레들을 잔뜩 발견했고. 몇일 지나지 않아서 사람에게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주일전 입원한 환자로 알게 되었고요. 아니 대체 다섯달전에 일어난 이 끔찍한 상황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나서 알게된겁니까?? 그나라에서는 이미 전량 폐기하고 난리도 아닌 그 곡물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일없이 그대로 수입할수 있는거죠???'



    의사는 흥분해 있었다. 아마도 이랬기에 어제의 뉴스에는 뒷말이 잘려있었던거라고 승헌은 생각했다.

    진정하라는 기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의사는 냉정을 되찾으려 했는지 책상위의 물을 한모근 마시고는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치료법은 없습니까?'

    '치료법? 그저 벌레가 생기는 것뿐이니 말그대로 치료법이라 할수 없지요.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미 그나라에서는 다 조사가 이루어졌고 말이죠. 이 벌레는 어찌된 일인지 사람에게 위험이 가지 않는 선의 약으로는 도저히 죽일수가 없습니다. 뭐 방사선을 쪼이면 벌레들이 죽긴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아무해도 입히지 않던 벌레가 독성을 띄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하지요.'

    '.........'



    기자와 의사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러던중 의사는 물을 한모금 더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치료법이라고 물으시니 치료법을 말씀드리지요. 그냥 3개월간 그 곡물들을 먹지 않으면 됩니다. 이 이상한 벌레는 말그대로 인체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거든요. 3개월간 소화기관에서 살기만 합니다. 그저 소화기관에서 살다가 피부가죽 밑으로 산책이나 나올 뿐이죠. 정말로 희안하게도 죽을때가 되면 위안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먹은 음식물처럼 소화되고 흡수됩니다. 아. 여기서 해가 하나 있긴 하군요. 위안으로 들어갈때는 아마 속이 쓰린것을 느끼실 겁니다. 위에 작은 구멍을 하나 내놓거든요.'

    '...벌레를 없앨 방법이 없습니까?'

    '네 화학적으로는 현재 기술로 불가능합니다. 뭐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요.'

    '물리적이라면...??'

    '살을째서 하나하나 꺼내면 됩니다. 피부아래로 돌아다니는 크기가 큰 4~5마리는 그냥 간단한 칼질로 꺼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내장안에 있는 수백마리의 벌레들은 어떻게 할겁니까? 장을 들어낼까요??'

    '........'

    '이 벌레는 그냥 그 곡물들을 먹으면 뱃속에 생깁니다. 생으로 먹던 익혀서 먹던 100% 생깁니다. 제 뱃속역시 이 벌레들이 가득 들어있을거라 생각하니 구역질이 치미는 군요.'

    '저.. 흥분을 가라앉히시고요...'

    '네... 죄송합니다. 이 벌레의 이름은 cereanelida입니다. 곡물환형동물 대충 이런뜻인데, 이름이 있다는것이 무슨뜻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학회에 보고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아니 세상에 학회가 보고가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이걸 몰랐다고요? 이걸 모르고 곡물들을 그대로 수입해서 사람들이 먹고 있었다고요??'




    의사는 흥분한채로 이야기를 계속해서 했다.

    그 의사가 이야기한것을 정리하면 그 초록색의 검붉은 반점의 벌레의 이름은 cereanelida 이며 수입된 곡물을 섭취함으로 사람의 뱃속에 생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cereanelida는 사람이던 가축이던 곡물을 먹은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살다가 위속으로 돌아가 죽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해라고 한다면 소화기관에 벌레로 가득 차 있으니 속이 더부룩한것을 느끼게 될것이며 가끔 실수로 소화기관 밖으로 나가게된 cereanelida가 위로 돌아올때 바로 회복될 작은 구멍을 내기에 속쓰림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후에 그 의사는 진정한뒤 자신이 흥분한이유가 우리나라만 이것을 몰랐던것이 누군가가 숨겼기 때문이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때문에 그랬음을 설명했다.

    의사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방송이 끝난뒤 정부의 대변방송이 나왔다.

    정부또한 몰랐다. 앞으로 곡물들의 수입을 금지하겠다 라는 입장설명과 대책을 이야기한뒤 먹지 않으면 인체에 해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cereanelida가 위속에서 죽으면 단백질이 될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짧은 이야기를 한시간에 걸쳐 대변인과 전문의를 통해 이야기했다.

    곡물들의 수입을 금지한다라..... 승헌은 그부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회사는 망했구나....




    다음날 승헌이 출근한 회사는 더이상 회사로 부를 수 없었다.

    회사의 간부들은 이미 지금까지의 이윤들을 모두 챙겨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공금은 곡물들의 리콜비용으로 모두 써버리게 되었다.

    승헌과 같은생각.. 혹시나 내 월급은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출근한 직원들은 간부들의 도피와 회사자금이 바닥난 것을 알고 모두 집으로 가버렸고,

    승헌만이 사무실에 앉아 자신의 이름으로 산 작은 아파트 대출금을 걱정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승헌은 아무도 없는 이 사무실에 홀로 출근했다.

    그의 아내에겐 다른직장을 알아았고 다른곳에 취직했다고 말했지만 그는 텅빈 사무실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몇일동안 회사 곳곳을 돌아보았다. 어지럽혀진채 정리되지 않은 사무실들과 사무실 뒤에 마련된 큰 곡물 창고. 그것이 이곳에 있는 전부였다.

    승헌은 퇴근. 아니 집으로 들어오는길에 작은 포장마차에 들린다.

    월급이 들어올 수 없다는 허탈감이 그에게 소주한잔을 권한다.

    작은 포장마차는 두테이블이 채워진 채로 소란스럽다.

    홀로 앉아 술잔을 비우는 승헌에게 옆테이블의 대화가 들린다.



    '자네 현철이 딸 소식 들었나?'

    '현철이 딸? 현철이네가 왜??'

    '외동딸이라고 하나있는 그 딸년이 자살했잖아.'

    '아니 왜??'

    '왜긴 왜야 그놈의 벌레 때문이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중년남성은 그들의 친구 현철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현철의 딸은 자신을 예쁘게 꾸미기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현철은 방에서 들리는 딸아이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꺄아아아아악!!!!!'



    현철은 비명소리에 놀라 딸아이의 방으로 급하게 뛰어들어갔다.



    '아..아빠.. 이것좀 봐... 내 팔... 내팔안에 뭐가 있어....'



    현철은 딸아이가 내민 그녀의 팔목 피부 아래에는 cereanelida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아빠.. 이거 그거 맞지??? 그 수입된 쌀먹으면 생긴다는 그거... 응?? 그거 맞지??'

    '아.. 아닐꺼야. 미연아. 내일 병원가서 그게 뭔지 확인해보자.'

    '아냐 그거 맞아! 그 쌀로 밥해먹으면 100% 생긴다고 했잖아... 그..그거 맞지?? 아..아빠.. 이거 꺼내줘... 응? 지금 꺼내줘. 징그럽단 말이야.'




    현철의 딸 미연은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는 울면서 cereanelida를 얼른 꺼내달라고 보채었다.

    현철은 미연을 어루고 달랬지만 겁에 질려 cereanelida를 없애달라며 울고 있을 뿐이었다.

    하는수 없이 현철은 딸아이와 병원을 찾아 cereanelida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팔과 다리.. 그리고 등에 7개의 칼자국을 남기고 피부아래의 cereanelida를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집에 돌아온 미연은 그 뒤로 부터 잠도 자지 못하며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자기 피부아래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같다며 낮이고 밤이며 가리지 않고 그녀의 부모를 불러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cereanelida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미연은 정말로 자신의 허벅다리 안쪽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cereanelida를 확인했다.

    그녀의 부모가 잠들었을 늦은 시간 그녀는 부모님을 깨워 병원에 가서 이것을 없애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그것을 없애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피부아래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다니는 cereanelida를 얼른 없애고 싶어했다.

    미연은 책상서랍속에서 커터칼을 꺼낸다. 그리고 cereanelida가 기어다니고 있는 자신의 안쪽 허벅지에 커터칼을 갖다 댄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난다. 미연은 손에 힘을 실어 허벅지 안쪽을 그어버린다.



    '하...하악....'



    아프다. 너무 아프다. 사실 cereanelida가 기어다니고 있는 진피 아래까지는 칼이 닿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커터칼로 그어진 그녀의 허벅지에선 피가 흐른다.



    '아야아.....'



    진피까지 닿지도 못한 상처였지만 미연은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cereanelida를 꺼내려한다.

    하지만 안될일이다. 그저 깊이 긁힌듯한 상처로는 cereanelida를 꺼낼 수 없다.

    미연은 다시 칼을 들어 cereanelida가 움직이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는 아까같은 상처로는 cereanelida를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선 2센치가량 칼을 쑤셔넣는다.

    칼날 사이로 붉은 피가 스며 나온다.



    '흐..흑! 아..아파..... 하지만 꺼내야해.. 꺼내야해... 이 징그러운것이 내몸안에 기어다니게 내버려둘 수 없어...'



    미연의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자신의 허벅지안으로 느껴지는 금속성 이물질이 자신을 너무도 매스껍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보다 cereanelida의 존재가 그녀를 더 매스껍게 만드는것을 느낀다.

    미연은 힘을 주어 칼을 옆으로 긋는다.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만든다. 피가 그녀의 다리를 타고 내려와 바닥에 고인다.

    그리고 미연은 자신이 낸 상처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cereanelida를 꺼내려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cereanelida가 이미 다른곳에 기어가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는 다시 칼을 들어 허벅지에 상처를 낸다.



    '아아악..... 빼..빼내야해... 이거 빼내야해..'



    그녀는 다시 칼을 쑤셔 넣는다..........




    현철은 딸아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 



    '아...아빠...... 아빠..... 으허어어어어엉.... 아빠.....'

    '응...? 왜그러니 미연아.'



    자신의 침대 앞에서 울면서 아빠를 찾는 미연을 느끼고선 현철은 스탠드 불을 켠다.



    '오! 제...젠장... 미..미연아!! 미연아 괜찮니?????? 이런 세상에...'

    '버...벌레 내가 못꺼내겠어.. 으허어어어어엉 계속 도망 다녀... 으허아아아엉어어엉....'



    속옷차림으로 그앞에 서있는 그녀의 왼쪽 다리는 깊은 자상을 가지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의 근육은 한번이라도 건드린다면 떨어질 것같이 미연의 몸에 붙어 너덜거리고 있었다.



    '으허어어어어엉!! 너무 아파!!! 아빠!!! 꺼내줘!!! 으허어어어엉!!!'



    너무 놀라 어쩔줄 몰라하는 아내를 다독이며 피가 멈추지 않는 미연이의 너덜거리는 다리를 수건으로 싸매며 그는 가장으로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뒤 살펴본 집안광경은 그가 다시 정신을 잃도록 부측였다.

    반쯤 열려있는 미연의 방문 사이로 보이는 방안에 흥건히 고여있는 핏자국이 안방으로 이어진 모습이 말이다. 

    미연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평생 다리를 절며 살수있다는 의사의 경고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현철의 아내는 미연이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를 돌보았고 그렇게 미연이 잘 회복되는듯 했다.



    '여보 나왔어.'

    '쉿 조용히해요. 미연이 이제 겨우 잠들었어요.'

    '후.. 그래 당신이 고생이 많아...'

    '고생은요 무슨... 다 제잘못이죠...'

    '당신잘못은 무슨!!!!!! 이런 빌어먹을 먹거리 우리밥상에 올린 자식이 잘못한거지!!!!!'

    '조용히 해요~! 미연이 이제 잠들었다니까요.'

    '그래. 미안해 여보... 후우... 이제그만 쉬워. 미연이 내가 볼께.. 많이 피곤하겠어.'

    '고마워요.. 조금 부탁할께요...'



    그렇게 아내를 쉬게 하고 현철은 미연의 방으로 들어갔다.

    현철은 몇일사이 무척 헬쓱해진 미연의 얼굴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내릴뻔 한것을 참는다.

    미연의 침대 머릿맡에 앉아 미연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현철은 침대 머릿맡에 업드린채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를 잤을까 그녀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



    '아빠.. 아빠....... 아빠!!!!!!!!!'

    '으..응?? 미연아?!?!?'



    고개를 들어 침대를 보았지만 자신을 찾는 미연이의 목소리는 침대에서 나는게 아니었다. 

    현철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미연은 자신의 배를 향하여 부엌칼을 들고 거실에 서있었다.



    '아빠.... 그..그벌레 내 뱃속에 잔뜩 더 있는거 맞지??? 그렇지???'

    '미...미연아 그... 그 칼좀 내려놓고 말하자 응??? 미연아.'

    '대답부터 해줘!!! 내 뱃속에 더 있는거 맞지??? 그렇지???'

    '아..아냐 미연아 뱃속에 없어. 뉴스에서 봤잖아 시간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들었지??'

    '아냐!!!!! 3개월 있어야한다고 했잖아!!!!  내뱃속에 잔뜩 들어있어!!!! 속이 더부룩한거 보면 알아! 먹을게 들어있어야할 장속에 그 벌레가 잔뜩 있다고!!!!!!!!!!!!!!!'

    '이....일단 칼부터 내려놓자 응?? 미연아 착하지??? 응????'


    현철은 어떻게든 칼을 빼앗으려 미연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미연은 소리지르며 현철이 다가오는 것을 막는다.


    '오지마!!!!!!! 아빠 있는거지?? 그렇지?? 내 뱃속에 잔뜩 있는거지???'

    '아냐 미연아 미연이 뱃속에 없어. 그러니까 얼른 칼부터 내려놓자..'

    '거짓말마!!!!!!!!!!!!!!!!!'


    소리지르는 미연의 복부에 부엌칼이 조금 들어간것이 보인다.

    그곳에서 부터 그녀의 잠옷이 점점 붉게 물들여져간다.

    현철은 어떻게든 강제로라도 칼을 빼앗기 위해 미연을 향해 뛰어간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미연은 이미 자신의 배에 부엌칼을 손잡이만 보이도록 쑤셔넣은 후이다.


    '여..여보!!! 나..나와봐!!! 여보!!!'


    현철은 배에 칼을 꼽고 힘이 빠졌는지 주저앉고 있는 비연을 부측하며 소리질렀다.

    미연은 현철의 품에 안겨 계속 피흘리며 이야기하고있다.


    '아...아빠... 내.... 뱃속에 있.....는 벌레.. 그.....거 꺼내....줘...으..응??? 아...알겠지???? 고...꼭이야... 내가 열...어놨으니... 아빠가 꺼내주기만하면 되....아..알겠...지????'

    '미...미연아!!!!!! 미연아!!!!!!!!!!! 여..여보!!! 병원에 전화... 전화좀!!! 미연아!!!! 눈좀떠봐!!!!!!!! 미연아!!!!!!!!'



    미연이는 그렇게 현철의 품안에서 cereanelida를 꺼내달라며 스스로 배에 칼을 꽂고 죽었다........





    '어이고.... 이거 난리도 아니구만....'

    '후... 그렇지....난리도 아니지 현철이는 그뒤 완전 정신나갔지 뭐...'

    '당연하겠지... 지 딸이 지눈 앞에서 배에 칼 꼽고 죽는거 봤으니.... 정신안나가면 사람도 아니지.'

    '뭐 어쩌겠나.... 술이나 마시자구...'

    '그러세나.'



    중년 남성들은 서로의 잔에 술을 채운다.

    그렇게 잔을 채우고 건배를 하려던 순간 중년남성중 한명이 다른 남자에게 이야기했다.


    '어..어라?? 자네.. 얼굴에..?'

    '응...?? 아.. 벌레가 기어다니나???'

    '그...그렇네...'

    '뭐 어쩌겠나... 이미 먹은건 먹은거고... 뭐 삼개월만 살다가 해없이 간다하지 않는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뭐.'

    '후후 하기사 나도 말할처지는 못되겠는군. 밖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뱃속에는 벌레들이 가득할거 아닌가??? 안그런가??'

    '그렇지 푸하하하하하하!!!! 마시자구! 뱃속에 벌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마셔보자구!'

    '그러세나. 인체에 무해한 벌레라는데 말야. 푸하하하하하'



    그들은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웃음으로 건배를 하며 술잔을 비웠다.

    cereanelida는 확실히 인체에 무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육체에만 무해할뿐 정신에게까지 무해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피부아래와 뱃속에 초록색의 붉은반점을 가진 벌레가 잔뜩 기어다닌다고 생각한다면 미치지않고서는 견디지 못할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서 꺼낸 cereanelida를 본 사람들은 더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것은 자아가 정착되지 않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주었다.

    승헌은 소주병에 남겨진 마지막 한잔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승헌은 한달간을 일자리를 알아보며 그가 다니던 회사로 나갔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사무실과 곡물들이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제 밀려가기 시작하는 아파트 대출금과 함께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예전에는 그의 자리였을듯한 책상에 엎드려 있을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계세요???? 아무도 안계시나요???'


    승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사무실 밖에는 점잖은 정장차림의 어떤 한 남자가 사람을 찾고 있었다.


    '누구신가요???'

    '아 계셨군요 다행이네요.'

    '누구시길래 이곳을 찾으신...?'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정장차림의 젊은 남자는 승헌에게 명함한장을 건냈다.

    그 명함에는 '학교급식납품전문업체 OO식품 대표이사 서승모' 라고 써있었다.



    '그런데 무슨일로..'

    '아 다름이 아니고 음... 여기선 말씀드리기가 뭐한데....'

    '여기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말씀하시죠.'

    '저기... 그쪽... 그러니까...'

    '제소개가 없었군요 장승헌이라고 합니다. 여기 망한 이 회사 수입파트 대리로 있었고요.'

    '아 그러시군요 장대리님. 다름이 아니고 여기에.. 그... 예전에 수입하던 쌀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까???'

    '네????'

    '아 말그대로 그 쌀들이 좀 남아 있냐구요.'

    '있긴 하지만 그건왜요??'

    '급식업체 사장이 쌀이 있냐고 물어보면 왜겠습니까 하하하! 요즘 쌀은 단가가 잘 안맞아서 말이죠.'

    '....그러니까 여기 이 쌀들로 납품을 하겠다고요??? 이쌀이 어떤 쌀인지는 잘아시지 않습니까!'

    '네 알지요. 그러니까 단가가 맞지 않겠습니까? 후후'



    승헌은 서승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당장가세요! 제가 여기 물품들을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애들한테 여기것을 먹이는것은 허락하지 못합니다!!!! 당장가세요!!'

    '흐흐 알거 다 알만한 젊은 사람이 빡빡하기는... 알겠습니다. 뭐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하세요.'



    승헌은 화를 내며 승모를 쫒아내었다.

    그에게서 받은 명함은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고 말이다.

    사실 승헌이 화를내며 쫒을 필요도 승모가 승헌에게 팔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승모는 가격이 낮은 쌀을 원했고 혹시나 일이 잘못되어서 걸릴시에는 책임을 떠넘길 어떤 사람이 필요했다.

    그사람이 그 곡류를 수입한 회사에 어떤식으로도 관련되기만 하면 되는것이었기 때문이다.

    망한 이 회사에서 몰래 쌀을 내다 파는 전 직원... 그것도 전혀 문제없는 쌀이라고 속여파는 것이라고 포장될 그림이 그려졌기에.

    승모는 훔칠수도 있는 저 쌀을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 하고 사야만 했다.

    승헌이 여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시간은 한달이 더 흘렀다.

    cereanelida의 문제가 되지 않는 곡류들은 이제는 왠만한 금액으로 사기 힘들어졌다.

    승헌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이 다니던 회사로 다시 와있다.


    이제 승헌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파트 대출금만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 먹을 밥이 없었다.

    그의 아내도 이제는 그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는것을 알았지만 매일 밖으로 나가서 일자리를 찾고있는 승헌에게 내색을 보일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승헌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딸 현주는 배가 고팠다..

    그가 서있는 이곳에는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쌀이 충분히 있다.

    먹을수는 있지만 먹일수는 없는 쌀이다.

    승헌은 무슨생각에서인지 주위에서 포대를 찾아 쌀을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쌀로 가득찬 들고 사무실로 올라온다.



    승헌이 멍하게 포대를 들고 멍하니 사무실을 바라보다가 문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쌀포대를 내팽겨치고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한다.

    쓰레기통에서 명함을 찾은 승헌은 혼자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래... 내 아내 내 딸에게 이 쌀을 먹일수는 없지...... 암...그럼.. 그렇고 말구...'
    가오리씨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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