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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카페는 공교롭게도 8시에 문을 닫았다.
당황한 우리는 골목으로 들어가 아무데나 괜찮아 보이는데 자리를 잡았다.
망고식스가 막 오픈했을 때였고
그날은 추웠고
난 입에도 맞지 않는 얼음초코를 씹어먹고있었다. 오빠는 아메리카노.
공부를 하는 내내
평온했지만 평온한 와중에 나는 전에 없던 충동을 느끼고있었다.
'이 인간은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내가 그냥 고백을 할까 지금 애매한기분이 참 별론데?
이오빠만 아니었음 지금 열번도 더 넘게 사귀고도 남았을 각인데
사귀어도 그만 안사귀어도 그만인데 그냥 고백하고 애매함을 종료해?'
...
라고 생각만 하고 그냥 말았다.
아무리 깜깜한 집에서 돌아가는 길에 오빠가 무섭지 말라고 전화통화를 해줬을지언정,
아무리 한강가고싶어요, 라고 말했다고 2호선을 타고있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고 돌아서 내쪽으로 왔을지언정
그냥 이사람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 집에가는 버스에 올랐다.
왠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에이 촉이 안맞았나보네. 하긴 얼마전에 친구 연애조언해줬다 그친구망했지..
그런생각을 하며 집에 왔다.
별일이 아니었던 것 처럼 여기려고 노력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00야, 이 애매한 관계를 내가 못견디겠어. 우리 사귈래?"
그리고 우린 연인이 되었고,
난 고백을 전화로 했다고 3년간 놀리겠다고 선언했다.
(..정말로 딱 3년놀리고 지겨워졌다.)
그 이후로, 나는 휴학한채로 2년간 시험준비를 했고,
그걸 그만두자 마자
오빠는 빠듯하기로 유명한 랩실에서 석사를 땄다.
서로의 가치는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
드러나지 않는데서 있었다.
둘다 지옥이 될 수도 있었던 시간을 참 행복하게 보냈으니.
나는 몇달간 하루 종일 공부하면서도
따듯한 카페에서 집중한 채 코딩하는 옆자리의 오빠를 살짝씩 훔쳐본 기억을 가지고 있게 되었고
오빠는 바빠서 식사를 거르던 날 내가 랩실로 배달해주던 샌드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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