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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travel_22186
    작성자 : 공극어
    추천 : 7
    조회수 : 719
    IP : 210.132.***.4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2/04 13:47:51
    http://todayhumor.com/?travel_22186 모바일
    길고양이들의 천국, 아이노시마(스압, 데이터주의)
    2015년 4월. 회사를 그만두고 머리를 식히러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에서
    길고양이들 수백마리가 살고 있는 아이노시마 섬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노시마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반말인점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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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오카에는 아이노시마라는 섬이 있다. 이곳은 약 470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섬이다. 조그마한 섬이다 보니 관광객은 고사하고 일본 사람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가끔 낚시꾼들이 와서 한적하게 낚시를 즐기다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 섬에는 약간 특이한 것이 있는데 고양이들이 넘쳐나도록 많다는 거다. 섬의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 들이 아닌길고양이들이다. 섬에는 약 200여마리의 길고양이 들이 있다고 하는데 짧은 여정으로는 그 녀석들을 다 만나기는 힘들다. 아이노시마 섬에 가기 위해서는 신구어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사진에 있는 배인데아주 조그만 배라 파도가 넘실대면 배도 같이 넘실된다(.....) 내가 갔던 날은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던 날이라 멀미가 올랑말랑 하는 위태로운 상태였는데 다행히 멀미가 오기전에 아이노시마에 도착했다. 배타고 20분정도면 가는지라 멀미하는 사람도 눈 꼭 감고 버티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이다 보니 배가 고팠다. 아침도 못 먹고 나오느라 출출한 배를 채우러이 섬의 하나뿐인 식당으로 갔다. 해물짬뽕을 시켰다.​ 참고로 배는 하루에 4번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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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얼큰한 맛의 짬뽕은 아니었지만 고기를 우려낸 육수의 고소한 맛은 일품이었다. 사실 일본의 음식이 맛있긴 하지만 한국의 얼큰한 맛에 길들여져 있는 내 입맛으로는 많이 먹가 보면 어딘가 느끼해져 김치를 찾게 되는데, 이 짬뽕은 고기를 베이스로 해서 육수를 우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느끼하지가 않다. 일본 여행중에 먹었던 먹거리 중에 탑5에 넣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며 어촌마을이기 때문에 해물들 또한 푸짐하며 싱싱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섬을 거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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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나서자 마자 고양이가 날 반긴다.  인터넷에서 아시노시마 정보를 찾아가면 사람들이 사료를 사 가지고 가라고 조언을 한다. 나 역시 사료를 사서 가고 싶었으나, 아이노시마섬에 간게 여행 둘째날이었고 첫째날에는 적응하느라 사료를 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섬에 그냥 들어갔더니 뭔가 고양이들에게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래서 물이라도 마시라고 뚜껑에다 따라줬는데 안 먹는다.
    (지금은 사료를 주면 안된다고 하네요)
    ​이 곳의 녀석들은 고양이라기보다는 뭔가 강아지 같다. 사람 손을 좋아하는 길고양이라니! 사람손을 좋아하는 길고양이라는 문장은 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 대신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말만큼이나 모순적인 문장인 듯 싶지만 아이노시마섬에서는현실적인 문장이 된다. 사람을 보면 강아지 처럼 다가온다. 물론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지 않는다. 그냥 냥냥 거리며 밥 내노라며 도도하게걸어온다. 심지어 밥 아주면 그냥 가는 녀석들도 있다. 고양이한테 한번 까이니, 호구의 기운을 느꼈다가 받아갈게 없으면 그냥 돌아가는게 고양이나 인간이나 나쁜것들은 나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곳에는 나쁜 고양이들보다 착한 고양이가 더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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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갔던 날은 비가 왔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고양이 들이 자기들만의 아지트로 대피했는지 고양이 찾는게 사정당국에서 전 민정수석님에 대한 협의입증 증거 찾는것 마냥 어려웠다. 숨어있는 고양이를 찾으러 섬 곳곳을 누볐고 뜻하지 않게 좋은 사진들을 건졌다. 이곳은 고양이 뿐 만 아니라 섬 자체로만도 이쁘다. 영화에 나온 한적한 일본스러운 마을을 눈앞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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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발목지뢰마냥 고양이 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고 한번 잡히면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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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도 피할겸 남에 집 처마밑에 앉아 ​바다와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물살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느순간 내 옆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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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옆에 다가와 가만히 앉는다. 난 녀석을 쓰다듬었다. 그랬더니 눈을 감고 금새 잠든다. 이 녀석을 쓰다듬다가 다른 곳을 좀 더 둘러보기 위해 일어 났다. 내가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자 이 녀석도 눈을 뜨고 냥냥 거리며 따라온다.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자리에 철퍼덕 앉는다. 그러자 녀석도 내 옆에 앉아 또 다시 잠을 청하고 나는 그런 녀석을 쓰다듬는다. 그러다 다시 일어섰더니 또 냥냥 거리는다. 이러기를 몇 번, 결국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녀석 옆에 완전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녀석도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한다. 한 참 녀석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뭔 가 괘씸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못 가게 잡았으면 뭔가 놀아줘야 되는거 아냐? 그런데 이 녀석은 뻔뻔하게 눈만 감고 있다. 목살 부근을 꼬집어 주려다가 그만 두었다. 뭔가 묘하게 이 녀석에게 동질감을 느꼈다랄까. 아이노시마섬의 고양이들은 나름대로의 생태계와 서열이 있는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이 녀석은 혼자다. 고양이 밀집지역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꽤나 떨어진 섬의 거의 끝부분에 사는 녀석이다. 고양이들 사이에서 참 인기가 없는 녀석인가보다. 하긴 나도 인기 없는 인간이기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보다. 인기없는 장소에서 인기없는 고양이랑 인기없는 인간이 같이 있다. 뭔가 인기없음의 3박자가 같춰진 나름 완벽한 순간이라는 되도 않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이 이 녀석과 같이 바다를 보면서 30분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다. 남들은 일본 여행을 오면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돌아다니는데 고양이 머리나 쓰다듬도 있다니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낯선 시간과 공간속에서 일상을 만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비록 아이노시마와고양이 들에겐 내가 이방인 이지만 잠깐 왔다 사진찍고 가는 것이 아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다를 보고, 지나가는 섬 주민들과 '곤지찌와' 라고 짧게 인사를 하는 행위를 통해 잠깐이지만 이 곳의 일상을 공유했고 참 가치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도 말했지만 아이노시마는 아주 작은 섬이라 상업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민박집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잠을 자기 위해 배를 타고 다시 후쿠오카로 나가야 한다. 배를 타기 위해 나는 일어섰고 이 녀석은 또 다시 냥냥 거린다. 아쉽지만 배 시간이 임박해져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니 냥냥 꺼리며 쫓아오다가 자신만의 경계선이 있는지 그 곳에 멈춰서서 냥냥냥냥 거린다. 아쉽지만 배를 타고 신구어항으로 돌아와 하타카에 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며 카메라에 담겨 있는 사진을 보니 다시 가고 싶어졌다. 비가 와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과 사료와 간식거리를 사가지 못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던 마음의 부채(?)가떠 올랐다. 그래서 결국 4일째, 나가사키를 포기하고 다시 아이노시마로 향했다. 도중에 친구에게 다시 고양이 보러 간다고 카톡하니 [호구새끼] 라고 답장이 왔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 몸에 호구에 피가 흐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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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은 아이노시마는 화창한 날씨였다. 이 때는 사료를 사가지고 갔는데 사료를 들고 다니자 뭔가 피리부는 사나이가 된것 같은 기분이었다. 섬의 모든 고양이여 나에게 사료가 있다. 너희들을 먹여살리리라! 라고 외치니 섬의 고양이들의 내 뒤를 따라왔다. 는 거짓말이고 사료만 먹고 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리뷰를 쓰면서 다시 섬정보를 찾아봤는데 이제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게 금지되었다고 한다. 작년까지만해도 그런 규정은 없었는데 이제 마을에서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니 이젠 사료들고 가지 맙시다.
    날씨가 맑으니 저번보단 확실히 고양이가 더욱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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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증거 찾기가 아닌 숨은 고양이 찾기. 이렇게 숨은 고양이 찾아내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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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료를 나눠주고, 밥을 준 댓가로 애교를 부려주는 고양이를 뒤로 하고 나와 같이 앉아서 몇시간동안이나 멍때렸던 고양이를 찾아 나섰다. 그 고양이를 얼마 안가 찾을 수 있었는데 처음 봤던 장소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이 곳 고양이들에게 자신의 영역이 확실히 있나보다.
    너무나 반가와서 한 걸음에 달려 갔는데 사료를 가지고 있는데도 안줘서 화났다보다. 표정에 활짝 놀라 밥을 대령했다. 촵촵촵 맛나게드시더니 또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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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또 뭐가 좋다고 이 녀석을 쓰다듬고 앉아 있다. 역시 난 고양이 호구인가 보다. ​전에 왔을때는 아무런 준비 없이 왔지만 요번엔 다르다. 왜냐하면 일본여행의 필수품 맥주를 가지고 왔으니까!! 그것도 500ml 3캔을 준비해왔다!! 한 손으론 고양이를 쓰다듬고 한손으론맥주를 마시며 눈으로는 바다를 바라보고 불어 오는 바람을 느끼며 멍을 때린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좋은 멍은 처음이었다.한 참 이녀석을 쓰다듬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또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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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고팠는지 오자마자 밥 부터 먹는다. 금새 다 먹고는 또 달라고 알짱댄다. 밥도 다 먹고 간식에 관심을 보이길래 간식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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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이랑 간식 준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사진 포즈도 알아서 지어준다. 역시 인간도 고양이도 기브 앤 테이크 인가 보다.이 녀석도 밥 을 다 먹더니 나랑 조금 놀아주는 척 하다가 엎드려서 잔다. ​ 너도 자냐! 그만좀 자 이것들아!! 라고 외치며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으나 이 녀석들에겐 멱살이 없잖아. 에휴 나도 이젠 모으겠어서 고양이들 옆에 누웠다. 니네 만 편히 누울꺼냐 나도 누울꺼다! 라는 치기어린 오기가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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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흐름도 잊은채 이 녀석들과 같이 누워 하늘과 바다를 바라봤다. 육지에서 준비해온 600g의 사료는 다 떨어졌고 맥주 3캔도 다 마셔 버렸다. 분명 아침에 들어왔는데 어느 덧 배가 끊길 시간이 다가왔다. 또 한번 이 녀석들을 두고 다시 육지로 가야 한다. 가기 싫지만이 곳이 내 일상의 터전이 아니기에 떠날 수 밖에 없다. 계속해서 이곳의 일상의 순간들을 공유하고 일부분으로 남고 싶지만 현실적인제약이 따라온다. ​배를 타기 위해 일어섰다. 고양이들도 일어서서 냥냥 거린다. 저번에는 한마리였는데 이번에는 두마리 여서 냥냥냥거리는 소리가 서라운드 사운드로 내 발목을 잡는다. 저번에는 일정이 남아서 언제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올수 있어고 그래서 다시 왔지만 이제는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지라 더욱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어쩌랴,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여기까지 인걸.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낯선 시간과 공간속에서 익숙한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왔고 쭈욱 이어졌던 일상으로 복귀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은 오사카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다. 일본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끔 후쿠오카에 가서 고양이들을 보고 싶지만 살인적인 교통비 때문에 가질 못하고 있다. 오사카에서 후쿠오카 가는 거랑 한국가는거랑 교통비가 비슷하다. 결론이 이상하지만 교통비가 싼 한국이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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