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애플 A7 프로세서의 벤치마크와 결과 분석을 올렸던 글쓴이입니다. 이번에는 애플 A7 프로세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불과 수 년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한 애플의 설계 능력을 좀 보도록 하죠.
산술적인 내용은 행여나 걸려올 태클을 위해 작성하는 것이니 이해가 안 되시면 밑줄 친 부분을 위주로 보시면 됩니다.
1. 깡패 수준의 아키텍처
벤치마크 자료의 정수 연산 성능(주석 1)을 뭉텅이로 조사한 결과, 클럭을 정규화하였을 때 Swift 아키텍처(주석 2) 및 그와 동세대의 아키텍처인 Cortex-A15 아키텍처(주석 3), Krait400 아키텍처(주석 4)의 정수 연산 성능 스코어가 서로 오차 범위 이내에서 같았습니다. 실성능이 아닌 절대적인 성능을 판단하기에 벤치마크 자료보다 더 확실한 자료는 없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실성능은 벤치마크 자료로 판단하긴 애매합니다.)
이는 Swift 아키텍처, Cortex-A15 아키텍처, Krait400 아키텍처는 절대적인 하드웨어 성능이 동급임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정수 연산 성능만을 비교한 것이지만, 다른 성능 지표들의 벤치마크 결과 또한 각자의 장단이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비등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적용된 Cyclone 아키텍처는 Swift 아키텍처에 비해 2배의 정수 연산 성능을 뿜어냅니다. 이는 현존하는 모바일 AP들과 비교하여 코어 수와 클럭이 동일할 때 2배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아키텍처의 성능이 2배로 뛰어오른 것입니다.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이나 메모리 성능 등 다른 성능 지표들의 벤치마크 결과 또한 대폭 향상된 것을 고려하면 이것은 ARM의 다음 세대 아키텍처인 Cortex-A57 아키텍처의 성능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Cortex-A57 아키텍처의 추정 성능이 각 성능 지표별로 Cortex-A15 아키텍처의 1.5배에서 2배 정도니까요.) Cortex-A57 아키텍처를 적용한 AP는 내년에나 겨우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갖춘 아키텍처를 한 세대나 앞서서 애플이 내놓은 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주석 5) (주석 6)
(주석 1) 정수 연산 성능은 기본적으로 절대적으로 클럭과 아키텍처에 종속됩니다. 게다가 정수 연산과 부동소수점 연산 중 부동소수점 연산은 대부분 GPU에 밀어버리고 대개 정수 연산을 위주로 사용하는 CPU의 특성 상 정수 연산 성능은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죠. 다시 말해, 순수한 하드웨어 성능만을 측정하기 위한 최적의 성능 지표가 바로 이 정수 연산 성능입니다. 이외의 성능 지표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이 정수 연산 성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발휘하게 하는가에 관한 성능 지표들. 다시 말해 발목을 얼마나 덜 붙잡느냐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석 2) 애플 A6 프로세서에 적용된 아키텍처. 아이폰 5의 CPU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석 3) 테그라 4, 엑시노스 5 옥타 등 퀄컴을 제외한 타 제조사의 AP에 적용된 아키텍처. 국내판 갤럭시 S4의 CPU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석 4) 퀄컴 스냅드래곤 800에 적용된 아키텍처. 갤럭시 S4 LTE-A, 옵티머스 G2 등의 CPU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석 5) A 시리즈 AP들의 성능이 1년마다 2배씩 올라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고, 애플이 발열과 전력 소모량을 고려하여 코어 수의 증가나 클럭 상승을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A8 프로세서가 나올 때쯤 아키텍처 면에서 또 한 번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되면 Cortex-A57 아키텍처를 적용한 AP가 세상에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이를 능가하는 아키텍처가 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기대가 됩니다.
(주석 6) Cortex-A57 아키텍처가 아직 나오질 않아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ARM 아키텍처의 성능은 발표된 성능과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이야기했습니다.
2. 우월한 효율성
이것은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다른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과 비교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존하는 최상급의 모바일 프로세서들과 A7 프로세서를 비교했을 때 Geekbench 3.0 기준으로 평균적인 벤치마크 점수가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적인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므로 정수 연산 성능 스코어가 아닌 전체 스코어로 비교합니다.)
○ 애플 A7(1.3GHz 듀얼코어, 아이폰 5S 탑재) : 2500점대
○ 스냅드래곤 800(2.3GHz 쿼드코어, 옵티머스 G2, 갤럭시 S4 LTE-A, 베가 LTE-A, 엑스페리아 Z1 등에 탑재) : 2800점대
○ 테그라 4(1.9GHz 쿼드코어, NVIDIA Shield 탑재) : 3000점대
○ 베이트레일(평상 시 1.6GHz 쿼드코어, 터보 부스트 적용 시 2.4GHz 쿼드코어, 인텔 Atom 탑재) : 2900점대
○ 엑시노스 5420(1.9GHz 쿼드코어, 갤럭시 노트 3 탑재) : 2800~2900점대 (추정)
○ 엑시노스 5410(1.6GHz 쿼드코어, 갤럭시 S4 탑재) : 2400점대
대충 이 정도. 1.3GHz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2GHz 근처를 넘나드는 고클럭 쿼드코어 프로세서들에 비해 고작 최대 15% 정도 밀립니다. 전력 대 성능비로 환산하면 장난 아니겠죠. (주석 1) 아이폰 5S가 1570mAh라는 낮은 배터리 용량을 가지고도 잘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주석 2)
(주석 1) 여담입니다만, 언론이 여전히 듀얼코어네 여전히 클럭이 낮네 옹알옹알 떠드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아시겠죠. 거의 무르익어 가는 PC CPU에서조차 그러한데, 한창 발달 중인 모바일 AP에서는 당연히 아키텍처가 가장 중요하기 마련입니다. 클럭이니 코어 수니 하는 것들은 그 다음입니다.
(주석 2) 소프트웨어의 최적화가 첫 번째 이유고 아이폰 5부터 탑재되기 시작한 인셀 디스플레이의 전력 효율이 매우 좋은 게 두 번째 이유고 AP와 CP(통신 칩)의 전력 소모량이 적어진 게 세 번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