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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된 이야기지만 북한에 억류된 기자를 미국에서 전세기를 띄워 데리고 간 일이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직접 가서 말이죠.
소말리아에서 프랑스는 특수부대를 출동시켜 납치된 자국민을 구하며 해적도 소탕했고 러시아도 무력을 과시하며 자국민을 건들면 반드시 응징한다는 교훈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기사 밑에는 역시 선진국이다, 강국이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저 나라 국민은 든든하겠다 등 존경과 부러움이 뒤섞인 의견들이 주를 이루곤 했고요.
몇 안되는 사람이라도 자국민의 안전에 관한거라면 기꺼이 국력을 과시하는 모습은 강대국이나 선진국들의 상징같은 일입니다.
얼마전 정부가 이탈리아에 전세기를 보내 한국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답니다.
지금 이탈리아는 백 만명당 확진자수가 2,100명으로 한국이 200명이니 단순 계산으로 걸릴 확률이 열배가 넘습니다.
사망률도 마찬가지 이탈리아 12.3프로, 한국 1.8프로니 7배 정도입니다.
단순계산으로 한국에 있는 것보다 죽을 확률이 70배가 높다는 이야기죠.
그런 위험한 곳에 비행기를 보내 자국민을 구해올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어느새 우리 나라도 당당히 그 반열에 들어간 겁니다.
그 소식을 듣고 위험해지면 정부가 뭔가 하는구나 내심 안도하고 있는데 어째 이번에는 기사 밑 의견들이 예전과 영 다르더군요.
세금 한 푼 안 내는 사람들인데 왜 데리고 와야 하느냐거나 격리와 검사비를 자비로 지불하게 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보입니다.
다른 나라가 자국민을 구해낼때는 칭찬 일색이더니 어째 자기 일이 되니까 정부도 맘에 안들고 기어 들어와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못마땅한가 봅니다.
설상가상 격리시설에서 반찬 투정 비슷하게 민원을 넣은 사람이나 담배를 사러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게 또 이슈가 되어 인식이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사실 교민 대부분이 한국에 세금을 안 낸다는 말은 아마 맞을겁니다.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 소득세를 내니까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한국에 소득세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죠.
소득이 있는 곳에 소득세가 있습니다.
의료보험을 한국에 들어갈때만 활성화 시켜서 단물만 빨아먹고 출국할 때 정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한국 들어갈때마다 의료보험을 활용해 치과에서 만 팔천원짜리 스케일링을 받는 기생충같은 국민이거든요.
사실 이건 한번 활성화 시키면 일 년이던 반 년이던 유지하는 의무 조항이 있어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세수에 도움이 안 되고 의료 보험 안 낸다는 이유로 나라에서 버리라는 말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세금 안내고 보험료 안 내는건 비단 해외 교민만이 아닙니다.
전업주부나 어린이, 학생, 실업자, 취업준비생,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경제 논리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정부에서 자국민 보호를 할 때는 그런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나라의 책임이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교민이라고 묶여있지만 전세기를 타고 온 사람들 중에는 아마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섞여 있었을 겁니다.
잠시 여행이나 출장을 갔다가 발이 묶인 사람, 유학생, 현지에 오래 살던 교포, 해외 취업으로 직업을 얻은 교민, 그리고 그 중에는 지능이 부족하거나 상황인식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4, 5백명 중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더 이상한 일이죠.
반마다 한 두명씩 있는 눈치없는 애가 아예 없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 아닐까요.
163가지 민원을 했다 해도 실제로는 아마 눈치없는 몇 명일겁니다.
짜증은 나도 그런 혜택 없습니다 하고 넘어갔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그런 일입니다.
굳이 이슈로 만들어 씹고 뜯어봐야 결국 남는건 21세기 화냥녀 이야기 뿐일겁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의료수준이 열악한 나라에 정착한 사람들은 거기서 죽어야 할까요.
테러나 폭동이 일어나도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으니 알아서 해야 할까요.
하물며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들조차 데려오진 못해도 해외에서의 자국민 입국을 막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 정도 국력이라면 자국민 보호에도 모범을 보일만한 나라입니다.
본질은 단순합니다.
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중입니다.
신규 환자를 줄이며 생명을 구하는게 첫 번째고 경기침체의 늪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게 두 번째입니다.
우리 모두의 공동의 적 앞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전염되지 않고 전염시키지 않는 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운 좋게도 여차하면 비행기를 보내 구해줄 국력이 있는 나라의 국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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