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화
어제 회사 출근했는데 아침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 오늘 검사하는데 올꺼지?
>>물론이지... 9시반까지 가면되지?
2... 분노
전화 끊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부서장이 대뜸 한다는 말씀이...
[김과장! 9시에 회의 참석해!]
[넵? 9시요? ㅡㅡ;;; 눼에~~~]
이 맘 아십니까?
가슴에서 끓어 오르는 머리에 아드레날린이 다량 분비되어 형언할 수 없는 이 느낌...
3... 억울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자기야 내가 끝나는 시간에 가야될 것 같애... 9시에 회의 들어가래...
아내: 아니 어떻게 내가 췌장암일줄도 모르는데 그럴 수가 있어?
수면내시경하고, 조직검사하고 나오면 마취에 취해서 걷지도 못하는데
너무한거 아냐?
(중략)
>> 그러니까 끝날때 가겠다고... 어쩔 수 없잖아...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해? 엉? (계속 내 사정만...)
(회사생활이 그렇듯이 이런경우에 빠득빠득 우겨서 나가면 마이너스입니다...)
아내 : 남편 맞아? 관둬! ---- 뚜우뚜우 ---
4... 용기 & 굽신굽신
부장님! 저 어쩌구 저쩌구...
회의후 내역 챙길테니 다녀오게 해 주세요...
[그래? 다녀와...]
5... 안심 & 급 불안
지금 간다고 전화하고는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에
검사결과가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췌장암이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더군요...
그 동안 못되게 군 것도 생각나고,
못난 남편 덕에 고생시켰던 것만 생각나고,
이제 안정이 되었는데...
아우 썅! 뭔 드라마냐??? 엄청 짜증나고 눈물도 나고 그랬습니다.
6... 無念
집에 도착해서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췌장/쓸개/간 검사...
수면내시경 위...
이렇게 두가지 검사를 한답니다.
아무 생각도 안납디다... ㅠ.ㅠ
7... 소원
그저 소원이라면 나와 함께 주욱 건강하게만 살아주기를...
그저 소원이라면 나를 보고 이야기만이라도 할 수 있기를...
돈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건강만 하기를...
비틀거리며 나온 아내를 부축이고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8... 희망
의사 : 췌장/쓸개/간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위염이 있어요. 약 드시고... 어쩌고 저쩌고...
9... 여자는 강하다
결과를 듣고 나와서는 제 부축을 받으며, 아내는 영수증을 조목조목 챙기기 시작합니다.
보험료 청구할꺼라나요? 대단합니다. 정말...
배 고프답니다. 하루를 꼬박 굶었으니...
비싼데 가지 말자며,,, XX버 식당가로 가자더군요.
8900원짜리 2인세트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허허허 이야기도 잘 하던데...
그렇게 집에 데려다 주고, 약 먹는 법 알려주고, 다시 회사로 왔어요.
10... 황당
ㅋㅋㅋ 어제 저녁에 퇴근해서 집사람하고 이야기좀 하는데,
밥먹기 전까지의 일들을 하나도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거시야요...
영수증 잘 챙겨왔다고 칭찬까지 해 주더군요... ㅋㅋㅋ
의사가 누구였냐고까지 물어서 정말 황당했습니다.(같이 들어가서는 네네 거리면서 대답까지 했으면서...)
다시 다 이야기 해 줬습니다.
아내 : 내가 그랬어?
>> 그래... ㅋㅋㅋ 바보가 되었구나...
11... 다짐
잘 해주자.
아껴주자.
사랑해주자.
죽을병에 걸릴뻔 했던
그래서 이별할 뻔 했던
세상헤 하나밖에 없는 내 아내...
12... 하나더...
담주엔 수면대장내시경 한다던데... ㅡ..ㅡ
사실 걱정입니다...
다시 한 번 기도해 봅니다...
아무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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