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한국팀이 1위로 2라운드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2차전에서 진출 결정하고, 3차전에서 일본을 잡으면서 가장 좋은 그림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군요. 흐흐흐흐...
저는 1차전 대만전만 도쿄돔에 가서 보았는데, 3차전 안간것을 땅을 치고 후회중입니다..ㅜ.ㅜ 지금도 속이 쓰림....
<도쿄대첩 승리의 요인과 주요 포인트>
아시아 지역 예선 스케줄은 일본이 제일 좋았습니다. WBC가 미국-일본 두 큰손들의 합작품이기에, 아시아에서 일본이 지들에게 최대한으로 유리하게 조건 맞추는 거야 뭐 식은 죽 먹기겠죠.
일본은 중국, 대만, 한국 순으로 경기 치뤘습니다. 중국한테 몸 풀고, 대만전에서 결정하고, 젤 까다로운 한국은 2라운드 진출 결정 후 상대하는 식. 2차전은 한국이건 대만이건 누가 올라와도 박터지게 싸우고 올라올테니 일본은 2차전에서 이미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1차전에서 한국-대만 총력전였으니까요.
암튼, 일본이 지들 마당에서 치루고, 스케줄도 가장 이상적이였지만 우리에게 박살이 났군요. 우허허허허...
어제 열린 3차전은 투수력에서는 한국-일본이 비슷하거나 한국이 살짝 우위, 타격은 일본이 한 수 위의 상황에서 치러졌다고 봅니다.
선발 김선우는 초반에 잘 했습니다. 1회에는 일본 타자들이 김선우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못잡고 방망이 중심에 맞추지 못하더군요. 근데 안타 맞고 홈런 맞으면서 김선우 선수 공 끝이 흐트러지고 결국 2실점 허용했습니다. 그치만 이후 봉중근 배영수 구대성 박찬호로 이어지는 투수라인은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를 묶어 놓았죠.
일본 타자들 역시... 투수랑 쉽게 승부를 하지 않습니다. 워낙에 변화구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이라, 잘 속지도 않고 끈질기게 승부를 하더군요. 김선우 선수에게는 누구 하나 허무하게 죽어 나가지 않았죠. 공 많이 던지게 하고, 커트도 많이 하고, 물고 늘어지는 게 아주...보는 사람 피를 말리더군요.
반면 우리 타자들은 대만전, 중국전까지 불안불안하더니 일본전에서 역시 안 맞더군요. 제가 일본 투수 중 겁낸 것은 와다투수였고, 와타나베는 정도는 우리 타자들이 치지 않을까...했는데 1회부터 무지하니 버벅대더군요.
그러나 야구는 방망이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종범의 두 번의 몸에 맞는 공과, 이진영의 호수비가 분위기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종범 선수 아예 맞을라고 작정하신 거 같던데 ^^ 두 번째 몸맞는 공에선 투수가 짜증스러워 하는게 눈에 확 보이더군요. ㅋㅋ
그리고 이진영 선수의 수비가 없었으면 이승엽의 홈런도 물음표입니다. 왕정치 감독의 작은야구, 작전 야구가 악랄하게 2점 뽑는 거 보셨죠. 이진영 선수가 니시오카의 공을 놓쳤다면 악랄하게 야금야금 점수 뽑는 정도가 아니라 대량 실점을 허용했을 겁니다. 분위기 타면 또 무지막지한 집중력을 보이는 게 일본 타자들입니다.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홈런. 승엽 선수 국내리그서부터 승부처에서 좀 약한 모습을 보였죠. 부담을 느끼면 헤매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일본 와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지난번 코나미컵 때도 직접 가서 관전했습니다만, 승엽 선수 배포가 커졌다고나 할까요...한 방 쳐야할 순간에 이제 제대로 칠 줄 아는 선수가 되어 있더군요. 롯데에서 전경기 출장도 못했지만 작년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출전 기회 때마다 본인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는 반증입니다.
사실 2005년 재팬시리즈 MVP도 이승엽이지 어디 이마에가 가당키나 합니까. 이마에가 MVP 받고 나서 치바 롯데 팬들이 말 많았습니다. 이승엽이 받아야지...이러면서 말이죠.
암튼, 이승엽 선수가 두 차례의 찬스에서 삽질했지만 (너무 잘 하려고 하고 부담을 가지면 외려 못하는 승엽 선수 고질병이 살짝 보였슴. 특히 2아웃 이후 찬스였죠), 1아웃 상황에서 살짝 부담을 덜었는지 홈런이 나왔죠. 대만전을 직접 관전했지만, 이승엽 선수 대만전에서도 안타 많이 때리지는 못했지만 타격감 좋았습니다. 어제의 홈런을 보니 역시 컨디션이나 방망이 감각이 제대로 살아있었더군요.
이종범 선수의 두 번 맞아주기, 이진영의 호수비, 이승엽 선수의 홈런, 투수진만 봐서는 역대 최고 드림팀이라 할 수 있는 우리 투수진의 호투가 어제의 승리를 낳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이랄까...정신력이랄까...여기서 나오는 집중력에서 우리가 역시 한 수 위였다고 보여지는군요.
<일본은 1.5군? 이런 말 같잖은 소리가...>
어제 이기고 나서 포탈 게시판 좀 둘러보니 일본은 마츠이랑 이구치 죠지마 빠져서 1.5군 정도라며 유언비어 퍼트리고 다니시는 분들 계시던데용. 그거 완죤 멍멍이소리입니다.
우선 죠지마가 있었어도 포수는 사토자키가 나왔을 거예요. (입술 위에 점난 놈. 치바 롯데) 지금 일본 선발 투수진 절반이 치바 롯데입니다. 사토자키랑 던지던 놈들이죠. 사토자키가 죠지마보다 많이 쳐지는 선수도 아니구요. 물론 마츠이랑 이구치가 있었으면 일본이 훨씬 강했겠죠. 근데 전력누수로 따지면 실상 우리쪽이 더 합니다.
일본 야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일본의 타선은 진짜..최강입니다. 최고의 클린업 트리오가 걍 세바퀴 돈다고 보시면 되요. 걸러 갈 사람이 없습니다.
우린 어떻습니까. 심정수, 박재홍, 김한수 부상으로 빠지고, 김동주 1차전에서 어깨 나가고, 김동주 선수 하나 빠졌는데도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확 줄어들더군요.
이치로 하나 달랑 있는 일본 이겨서 뭐하냐고 하시는 분들은 일본 야구의 수준, 지금 일본 타선의 화려함을 잘 모르시는 분들입니다. 일본 전문가라는 인간들도 한국전에서 낙승을 예상했었죠. 전승하고 올라가는 거 당연하다는 둥...쿠쿠쿠. 지금쯤 아플 것이다..
<이치로의 애국질>
일본은 아시다시피 스포츠 영웅 만들기에는 최고의 솜씨를 가진 나라입니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야구의 히어로는 뭐...완죤 만화주인공처럼 미화합니다.
일본 만화 중에 "뭐시기 갑자원" 이런 제목 많이들 보셨죠. 갑자원(고시엔)구장에서 치러지는 고교 야구 결승 리그는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입니다. 일본 전역에 3000개 이상의 야구팀이 있으며 (한국 50여개),이 고교야구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도 대단합니다. 갑자원(고시엔)에 가는 것은 재팬 시리즈 우승만큼 의미가 있으며, 지역 예선부터 관중이 빽빽합니다. 상상이 안되죠 우리는. 지금의 현역 프로야구 스타들은 고교 시절부터 키워진 겁니다.
이런 일본 야구계의 대스타 이치로에게 일본 야구 협회가 남다른 미션을 내렸는지, 아님 본인이 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치로 선수가 이번에 두 가지 역할을 맡았죠. 우선은 스타 선수로서 마케팅의 촛점, 즉 관심 모으기와 관객 동원의 기수가 되었구요, 또 한 가지는 일본 국가 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만방에 떨치는 것이었습니다.
이치로 30년 발언은 괜히 나온 게 아니예요. (기자회견 보니까 본인은 농담조더군요. 우리 기자들이 너무 그걸 심각하게 쓴 것 같기도 함) 마츠이 이구치 안 온 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본인이 더 오바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일본 대표팀의 리더로서 팀내에 사명감 비슷한 걸 심어줄려는 겁니다.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각 개인들이 알아서 맘 속으로
"일본은 꼭 이겨야 돼" 이런 강한 의지를 불태우지 않습니까. 물론 일본 선수들도 그런게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강도가 우리 선수들 보다 덜하기도 하고, 또 "국가"에 대한 것보다 "우리가 아시아 최강인데 이걸 뺏기면 망신이다"는 생각이 더 강하죠. 이건 어찌보면 쫓기는 자의 심정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이치로의 애국질은 양념처럼 필수였죠. 1등 지키기 뿐 아니라 감히 일본을 제끼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근데 이치로가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미디어도 너무 오바했고. 게다가 이치로가 3차전 내내 죽 쑤고 있지 않습니까....지금 일본 타자 중 젤 감 못 잡고 있는 선수가 이치로 같은데요. 말로만 자꾸 오바하니까 오늘 배영수한테 맞았잖습니까. ㅋㅋㅋ 배영수 선수 공이 미끄러졌다고 하는데 선동렬 코치랑 투수 교체하면서 둘이 왜 웃는겝니까. 크크크...
암튼, 이치로의 말로 하는 애국질이 이제 한 풀 꺾일 듯 하네요. 흠..근디 이치로가 살아나면 것도 걱정이구만요.
<자랑스런 한국 응원단>
이번에 KBO에서 추첨식 이벤트를 해서 100명의 응원단이 왔습니다. 두 개조로 나뉘었구요, 첫 번째 조는 대만, 중국전 보고 돌아가는 팀. 두 번째 조는 일본전만 보는 팀입니다. 입장료 포함 전체 비용 관계로 그리 잡은 것 같아요. 경품 당첨에 해당되므로 일인당 17만원 정도의 세금만 내고 오셨더군요.
대만, 중국전은 일본팀 경기가 아니라서 자유석 2,000엔 지정석 5,000엔. 일본전은 자유석 5,000엔 지정석 10,000엔 입니다. ㅡㅡ; 일본전 지정석이라 해서 우리나라처럼 좁은 구역이라 생각하심 안됩니다... 우리로 치면 내야석까지 일본전에서는 지정석입니다.
암튼 이 100명 남짓한 응원단과, 현지 교포들...티비로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정말 잘했죠? 저도 대만전 가서 목 터져라 응원했습니다만 진짜 신났습니다. 각 구단의 소위 골수팬 분들 많이 오셨더군요.ㅎㅎ 거의 자리에 앉아서 보지를 않았어요. 각자 준비해오신 플래카드며 메시지들, 또 본인이 응원하는 팀 아이템들...정말 한국사람들의 열정이란. 뜨겁기가 세계 최강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해봐야 몇 백명의 인원이 어제도 도쿄돔을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그 적은 인원이 어찌 그리 큰 소리로 응원들을 하시는지...티비로 봐도 우리 응원이 돔을 울리더구만요. 일본은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게 대체로 이치로 응원...그 외에는 각 팀별로 좀 분산된 응원을 보여줬죠. 작년 코나미컵 때 치바 롯데의 응원 정말 무서웠는데요...기 팍 죽을 정도로. 어제의 일본 관중들은 치바 롯데 응원 때랑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극적이더군요.
우리의 대한민국~응원과, 아리랑...이 도쿄돔을 날려버릴 것 같았습니다. 응원단 여러분들 너무 멋졌습니다.
KBO는 꼴랑 100명이 아니라 다음부터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주세요. 대만에선 엄청 왔습디다...우리의 세배 이상은 되는 거 같던데요. 각 구단에서도 조금만 더 투자하시고..먼 나라도 아니고 일본인데 좀 더 많은 분들 오시게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KBO는 재일 민단하고 협의하셔서 현지 가격으로 티켓 구입한 후, 각 학교의 유학생회에도 좀 뿌리시구요...중국은 이런 거 딥따 잘하두만..우리도 좀 합시다.
쓰다보니 길어졌군요. 한국야구 강합니다. 전 지금 결승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야구공은 둥글거든요. 절대적인 전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나지는 않는다는 거죠. 결승까지 힘차게 응원합시다~
뱀발: 대만전에서 재응, 병현, 찬호의 투구 모습을 직접 봤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흐... 특히 김병현 선수 공은...소름이 쫙 돋더군요. 그런 극각의 언더핸드 투수를 실제로 본 게 처음이라서요..허...암튼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 미국에서도 멋진 플레이 보여주시길.
ⓒ 덱스터_dex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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