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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으면 나도 쓰고싶어집니다. 좋은 동력이 아닐까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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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가면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9시 반쯤 되면 일처리가 조금 느린 최대리를 마지막으로 나를 제외한 모두가 퇴근한다.
그럼 나는 9시 40분쯤 일어나 옥상으로 담배를 피우러 간다. 여자로서 담배를 피운다는 걸 오픈하기는 조금 꺼려지는 분위기였기에 이 시간은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담배를 태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부장은 나에게만 야근을 시켰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해 여름엔 우리 회사 전부가 야근을 하긴 했다. 이렇게 어려운 때 일수록 애사심을 가지라나 뭐라나, 그러면서 자기는 사원에 대한 애정은 눈꼽만치도 없지. 하지만 뭐랄까, 다들 9시 즈음에는 집에 갈 수 있었지만 나는 항상 자정을 넘길 때까지 남아서 일을해야할만큼 많은 양의 일을 받곤 했다. 내가 일을 못해서 나만 남는건 아닐지도 고민해봤지만 일단 건내받는 서류의 높이가 달랐기에, 나는 내가 받는 차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딱붙는 치마 입을땐 속옷을 잘 골라 입어야지~ 라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썩은 표정으로 응대해서일까? 회식이 끝나고 조용히 둘이 한잔하는 제안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 이런 일들은 김부장 밑에 있는 여직원이라면 한번 쯤은 겪어봤을 일일테고. 아니면 오히려 내가 제일 일처리를 잘해서 라든지. 나는 이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들로 짜증을 잠재우며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탁!”
비상구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 생활 소음이야 언제는 들을 수 있는 거겠지만 그 소리는 왠지 섬뜩했다. 4층 건물에 1층은 편의점, 2층은 우리가 쓰고 있었고 3,4층은 빈 건물이었기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매일 담배를 피러 올라오는 이 조용한 시간에 비상구쪽에서 나는 소리를 처음 들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비행청소년인가. 편의점 알바생인가. 아니면 건물이 오래되서 자체에서 소리가 나나. 이러다 혹시 무너지는건 아닐까. 1초안에 머리속에 별별 생각들이 다 들었지만 손과 입은 평소처럼 차분히 남은 담배를 계속 태웠다. 담배를 끌 때 즈음엔 그 소리에 대한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일하기 싫다는 생각과 억울하다는 생각만 남은 채였다.
사무실은 시원했다. 최대리가 에어컨 끄는 것을 잊고 간 모양이었다. 혹은 매일 마지막까지 남는 나를 드디어 불쌍히 여기기 시작한거였던지. 닫힌 창문 밖에서 차들이 빵빵 거리는 소리가 간혹 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사무실은 소용했다. 웅웅-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와 내 타자소리만이 리듬감있게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탁 타다닥 탁탁 타다닥 탁탁 타다
“뿡”
나는 타자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사무실엔 나 혼자였다. 하지만 분명 들렸다. 내 배에서 난 것이 아닌 방귀소리가. 내 머리 속에선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책상에서 두 책상쯤 떨어진 곳에,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캐비넷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캐비넷은 잠겨있을텐데. 사무실에 들어오려면 키가 있어야 하고. 밖에서 뭔가 넘어진 소린데 창문에 막혀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거겠지, 혼자 있으니 별별 생각이 다...
그리고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컴퓨터도 끄지 못하고 가방을 챙겨 서둘러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그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소리가 나고 몇 초가 지났을까, 냄새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당히 익숙한, 항상 저녁에는 순두부 찌개를 먹는 김부장의 방귀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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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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