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잉, 여가 책게인겨?
아주 재미가 솔찬허네잉.
많이들 놀러오씨오~잉
------------------------
에일 듯 몰아치는 찬바람에 희뿌연 가로등도 꺼질 듯 위태롭다.
아파트 단지 좁은 길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자동차는 이제 막 좌판을 접고 빠져나오던 야채 트럭과 뒤엉키며 소란이 일었다.
볼이 빨간 아이를 데리고 요리조리 차량사이를 피해가던 현정이네는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불쑥 짜증이 솟았다.
"최현정! 빨리 안 올거야? 엄마 무거운 거 안보여?"
"엄마, 저기..."
홀로 쿵덕거리며 차가운 시소를 타던 세연은 속이 터진 바지 주머니에 벌건 손을 우겨넣었다.
옆구리에 꿴 핑크색 토끼 잠바는 작년부터 맞지 않아 늘 들고 다니기만 하던 터였다.
몇 해 전 대구에 산다던 이모가 사준 핑크색 토끼 잠바는 세일러문이 그려진 분홍색 운동화와 한쌍이었다.
밑창에 구멍이 날 만큼 헤진 신발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핑크색 토끼 잠바만은 항상 끼고 다녔다.
옆집 살던 무성이네 엄마가 준 갈색 잠바도 있었지만, 남자애 옷을 입기는 죽기 보다 싫어 집에서 잠을 잘 때만 꺼내 입었다.
불이 나간 가로등의 벤치에 걸터앉은 세연은 괜히 까맣게 때가 탄 토끼 잠바를 투덕거렸다.
이대로 조금만 더 먼지를 털어내면 저 볼이 빨간 아이도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항상 또래 아이들과 맞닥뜨리는 일은 가슴 서늘한 일이었다.
마주칠 때 마다 냄새가 난다며 밀치던 정수도, 도시락이 없다며 옆 교실까지 달려가 소문을 내던 형준이도 세연에게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신발을 잃어버린 채 맨발로 학교에서 돌아오던 작년의 방학식 날처럼 자신을 향한 시선은 언제나 불안하고 떨리는 일이었다.
세연은 혼자 타는 시소가 마치 아빠의 오토바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선생님의 회초리가 서러워 눈물을 머금고 교문을 나서던 날, 학교 앞 문방구 앞을 늠름하게 지키던 아빠의 낡은 오토바이에 세연은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왜 우니, 세연아. 무슨 일 있었어?
다정하게 건네는 아빠의 쫀드기에 울다 웃던 세연은 뿡뿡대며 하얀 연기를 내뿜는 아빠의 오토바이에 묻혀 아이들로 가득한 학교 골목을 갈랐다.
아빠의 오토바이만 있으면 정수도, 형준이도, 다른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무섭거나 겁나지 않았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침에 편의점 김사장이 발견했데요.
"경찰에 신고는 했데요? 아이고, 무서워라. 왜 하필 여기에서."
밤부터 몰아치던 바람이 잦아들고 오랜만에 햇볕이 내리쬐는 아침이었다.
빨갛게 녹이 슨 시소 아래로 하얗게 서리를 덮어 쓴 핑크색 토끼 잠바는 햇살에 부서지며 환하게 반짝였다.
마치 오토바이 같던 시소가 또다시 쿵덕대며 하늘 높이 치솟을 것 같았다.
------------------------------------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