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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인
자살!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할 수 없는 짓이다.
신혼여행 첫날 이렇게 호텔에 데리고 온 것 부터가 미안한 일이다. 그런데 어린 목숨을 빼앗자고 생각하다니. 못한다. 못한다.
또한 지금은 내 아내도 아닌 여자를 죽인다 살린다 결정할 처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문득 그는 다른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연희가 아닌 혜영을 죽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준혁은 연희는 죽일 수 없지만 혜영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꼭 죽여버려야 할 것이다.
저 악마같은 여자만 없으면 연희를 슬픔과 치욕에서 건져낼 수 있지 않은가!
고통과 괴로움 속에 있는 내 자신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 후에 연희와 살갑게 살다보면 행복이 부서서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대로 즐거운 신혼여행을 떠나자. 그렇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준혁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김혜영을 죽이자, 그러면 나와 연희를 이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죽이자! 죽이자!’
준혁은 이제 사람이 아닌 한 마리 사나운 짐승이 되었다. 아니 악마가 되고 싶었다.
김혜영을 죽인다는 말이 소리가 되어 입으로 나왔는지, 또는 뱃속에서만 중얼거렸는지 자신도 깨닫지 못했다.
그녀를 죽이겠다고 결심을 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니 이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갑자기 들려온 인기척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산책을 하고 돌아온 듯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연희의 모친 즉 자신의 장모와 가깝게 지내는 마진수라는 신사였다.
아까 결혼식에서 인사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여기는 어쩐 일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만일 그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준혁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아니 의심이 많지 않더라도 밝은 낮이라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웃으며
“저도 사업차 내일 외국으로 나갈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신혼첫날 왜 이런 곳에서 계십니까? 그러면 연희 씨가... 아차, 준혁 씨의 부인께서 외로울 텐데요?”
놀리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한 마디를 하고는 준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호텔로 들어갔다.
참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진수 덕분에 준혁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김혜영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면서 더욱 어떻게 죽여야 증거가 남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고 있었다.
그는 죽이고 난 뒤에 상황까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혜영이 죽는다면 현재 모든 혐의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혐의가 오면 무슨 상관이야.’
정신이 없는 준혁은 혐의가 오든 말든 죽이고 연희를 데리고 달아날 생각마저 들었다.
죽이고 그 시체를 땅에다 유기하면 어떨까? 공항 근처라서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계획까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럼 혜영을 유인할 장소를 물색하면 그뿐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아~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어서, 쓸데없이 마음이 괴로웠다.’ 안심하면서 들어가고 있을 때 호텔 웨이터가 와서 쪽지를 하나 전했다.
웨이터에게 쪽지를 받아 불빛에 비춰보니 혜영의 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줄 알았던 부인이 돌아오니 어때요? 아직도 설레나요? 오늘 밤 꼭 할 말이 있어요. 10분 후에 차를 가지고 호텔 정문으로 나와주세요. 오지 않는다면 저와의 관계를 모두 폭로하겠어요.]
불나방이라는 말이 제격인 여자였다. 유인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제발로 걸어나올 줄이야.
출처 |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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