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주말 알바로 시작해 지금은 한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지 입니다. 요즘 진상시리즈가 많이 올라와서
카페에서 그동안 봤던 진상을 한번 나열해 보죠.
일단 제 매장은 24시간 매장이고 매장위치상 24시간 바쁩니다.
1.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결정장애자
손:(아무 말이 없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하다.)
나: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손:(눈동자를 움직여 나를 본다. 역시 아무말이 없다. 살아는 있는 듯 하다.)
나:손님, 주문 도와드릴까요?
손:이건 뭐에요?
나:이건 어쩌구저쩌구.... 입니다.
손:그럼 이건 뭐에요?
나:이건 어쩌구저쩌구.... 입니다.
이러기를 5분 반복. 나도 지치고 뒤에 기다리는 손님도 지칠때 쯤. 내 오장육부의 혼을 모아서 싸대기 한대 날리고 싶은 손(놈/년)의 한마디.
'그냥 아메리카노나 한잔 주세요.'
... 그럴꺼면 왜 물어봤니?
2. 나, 여기 단골이야!-자신을 알아봐주는게 당연한 손님들.
(P.S.이 유형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나: 주문 도와드릴게요~!
손:(빤히 쳐다본다. 민망하다.)
나: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손:(말 없이 돈을 내민다. 이건 또 뭔가 싶다.)
나:메뉴는 어떤걸로 하시겠어요?
손:내가 항상 먹던거 있잖아요!
...
내가 니를 언제 봤다고.. 응?
24시간 매장 특성상 제가 간간히 전 타임을 다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보는데, 아니. 제가 모든 시간대의 단골을 일일히 다 기억할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안그런가요? 심지어 처음 온 알바한테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것 처럼 말하더라구요.
3. 여기는 카페입니다. 모텔/식당/PC방/술집 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는 경우,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경우에는 취식이 금지됩니다. 또한, 카페이기에 수면, 붕가붕가 또한 금지
입니다.
3-(1) 카페를 모텔로! 사용하시는 발정난 짐승새끼들.
이건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벌어진 일 입니다.
매장이 2층으로 나뉘어 있고, 남자화장실은 1층에, 여자화장실은 2층에 있는 그런 매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간직원이 며칠 전 부터 여자 화장실에서 ㅋㄷ 껍데기가 자꾸 나온다고 울상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저는 일단 CCTV를 확인해 보았으나... 여자화장실에는 여자밖에 안들어갔고, 결국 제가 2~3일정도 야간을 대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2일차. 술이 떡이 된 커플이 들어와서 아메리카노 2잔을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음료를 받아든 여자의 엉덩이를 떡주무르듯이 주무르던
그 남자. 느낌이 싸해서, CCTV를 보니. 2층 매장 CCTV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알았는지 안보이는 곳으로 쑥 들어가더군요.
한 10분 뒤.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2층으로 올라가, 사각지대 앞에서 갑자기 발소리를 쿵쿵 거리며 다가가니.
......
전 아프리카 초원에 온 줄 알았습니다. 이미 내 앞에 보이는 두 고깃덩어리는 사람이 아닌 짐승이었고, 여자의 머리는 암사자처럼, 남자의 머리또한 숫사자처럼 봉두난발을 해가지고는, 그 짓거리를 하더군요. 심지어 얼마나 흥분을 했던지 제가 오고나서 한 10초정도?는 저를 인지하지도 못한채 허리놀림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짐승같은 년놈이 저를 인지하자마자.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쳤습니다.
'여기가 모텔이야? ㅆㅂ 쎾쓰를 하려면 모텔을 빌리던가 돈이 없으면 DVD방이라도 쳐 가던가 발정난 개새끼도 아니고, 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그러고는 2층 매장앞을 막고 서서 경찰과 보안업체를 모두 불러 그 짐승들을 포획해 갔습니다...
3-(2) 야! 2차는 카페로!
이 일 또한 3-(1)과 동일한 매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매장구조가 1층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2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구조여서 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한창 피크를 끝내고 저는 중간정산을 하고 있었고, 같이 일하던 직원이 2층을 정리하러 올라갔습니다.
평소같으면 3분이면 내려올 친구가 5분... 10분... 15분이 되어도 안내려오더군요.
왜그럴까 하며 2층 CCTV를 보니 이 친구가 큰 쓰레기봉투를 들고 울상을 지으며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교대근무자가 오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보니..... 이 손님들. 2차를 중국집이 아닌 카페에서 했더라구요.
탕수육에 짜장에 짬뽕에.... 심지어 보족세트까지... 테이블에는 탕수육소스와 여기저기 튄 짬뽕국물이.
바닥에는 된장이 널브러져 있었고, 소파 시트에는 짜장이...짜장이... 아주 알흠다운 무늬로 수를 놓았더군요.(흰색 벨벳소파였습니다.ㅡ,ㅡ)
하아.... 생각같아선 잡아서 진짜 그만둘 각오로 머리채 휘어잡고 벽에다 떡이되도록 내리치고 싶었으나... 다신 안오더군요. 그래서.
당시 CCTV 화면을 크게 인쇄해서 1층와 2층 입구에 붙혀두었습니다.
4. 손가락 병신들
사진 한장으로 그냥 설명 드리겠습니다.
왜 이러는거에요? 도대체? 응? 손가락에 장애가 왔나요? 저는 이렇게 주는 것들 한테는 똑같이 줍니다.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요.
그러면 반응은 두가지 입니다. 지 잘못을 알고 공손하게 받거나, 멈춰서서 안받고 노려보는 사람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여 이런 습관을 가지신 분들. 조심하세요. 대부분 친구들이 그냥 넘기겠지만, 저에게 걸리신다면.
똑같이 모욕감을 선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정신이 부족하다구요? 손님이 직원에게 모욕을 주는것을 그냥 참고넘기는게 서비스정신이라면
전 진작에 이 직종을 떠났습니다.
5. 내 머릿속의 지우개-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에 대하여.
나:주문도와드리겠습니다
손:아메리카노 2잔이요~
나:아이스로 드릴까요 뜨거운 걸로 드릴까요?
손:(말을 자르며) 얼마에요?
나:아이스로 드릴까요 뜨거운 걸로 드릴가요?
손:(짜증내며) 아이스로요.
나:두잔 다 말씀이세요?
손:(대꾸도 안하고 싶다는 투로) 네. 얼마냐구요?
나:XXXX원 입니다.
...
음료가 나온 뒤
...
손:(눈을 희번덕 거리며) 저 뜨거운걸로 달라고 했는데요?
나:(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손님. 아이스로 2잔 시키셨습니다.
손:(눈썹도 같이 치켜올리며)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요! 저 뜨거운걸로 시켰거든요? 바꿔주세요.
나:(... 어디까지 지껄이나 함 보자.) 아이스 두잔 시키셨어요. 환불 안되시구요, 뜨거운거 드시고 싶으시면 2잔 다시 시키셔야 됩니다.
손:(아몰랑!)야! 여기 점장 누구야. 너랑은 말이 안통해 점장나오라그래.
나:(나다 이 XXX야) 제가 이 매장 점장입니다. 저랑 이야기하시죠. 손님께서는 아이스 두잔 시키셨고, 제가 2번이나 확인하였습니다.
손:(우기면 다 되는줄 안다.)뜨거운거 시켰다고. 말 안들려?!
나:(그럴 줄 알고 우리 CCTV는 음성녹음도 된다 ㅄ아.)손님. 그러시다면 CCTV 음성확인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
손님이 아이스로 2잔을 주문한 것을 확인하고.
...
나:손님께서 아이스 2잔 주문하셨습니다. 제가 2번이나 여쭤봤는데 두번 다 귀찮다는듯이 대충 말씀하신것도 모두 녹음이 되어있네요.
손:근데 말투가 왜그래?
나:무슨 말씀이시죠?
손:내가 실수했다쳐도 당신 말투가 그게 뭐냐고?
나:제 말투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손:싸가지가 없이 말하잖아!
...
저는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아닌건 아닌 사람입니다. 확실히 말해두었습니다.
...
나: 손님.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단답형으로 딱딱하게 말씀 드렸나요? 손님께서는 이 매장에 돈을 지불하고 음료를 드시러 오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저희 매장 직원은 주문을 받을 때 손님의 기호사항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 손님께 차가운건지 뜨거운건지,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가지고 가시는지 드시고 가시는지를 모두 여쭤봅니다. 그게 모두 손님들을 위해서구요. 그런데 손님께서는 저희가 손님을 위해서 여쭙는 질문에 답도 제대로 안해주시고 심지어 손님의 실수로 잘못나온 음료를 가지고 저희에게 반말에 언성까지 높히셨습니다. 누가 잘못한겁니까? 예?
손: 아무리 그렇다고...
나:(손님의 말을 자르고) 저희는 손님께서 말씀하신 그 대로 음료를 준비해드렸고, 손님께서 말을 잘못하신것이니 이 음료에 대한 환불은 불가하시며
뜨거운 것이 드시고 싶으시다면 따로 주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제 말투나 손님께 응대해드린 태도에 불만이 있으시다면 본사직통번호를 안내해드릴테니 직접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본사에 CCTV를 넘기고 본사의 지시가 내려오면 그 때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결국 그 손님은 본전하나 못건지고 그냥 돌아갔습니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게 갑질이나, 감정노동자의 인권, 등등... 이런것들이 화두가 되고 있잖아요? 그에 따라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직원들의 응대가 점점 손님과 대등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님은 손님일 뿐이다. 왕이 아니다.'
이 글 읽으시는 진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기억해두세요. 당신은 그냥 돈을 내고 돈을 지불한 댓가를 받으러 온 손님일 뿐이지, 파출부나 노예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낸 돈에는 원재료값과 음료를 제조하는데 이용되는 인건비, 기기사용료, 수도세, 자릿세만이 포함됩니다. 그 어디에도 당신의 히스테리를 받아주는 댓가는 1원도 포함이 안되어있기에, 저는 그에 응대를 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이건 제가 신입직원을 받을 때에도 누누히 교육하는 부분이며, 손님과 직원은 수평관계이지 절대로 수직관계가 아니라고 교육합니다. 그리고 이런 매장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구요.
지금은 이런 진상이 먹힐지는 모르나, 머지않아 이렇게 진상 떨다가는 매장에서 욕쳐먹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조심하세요.
이외에도 많은 유형의 진상들이 있지만, 정말 말도안되는 유형 5가지만 모아봤습니다.
저는, 카페에서 일 하면서 단 한번도 손님과 직원이 수직관계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로 인해서 옷을 벗은적도 있었고, 사장과의 마찰이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지금 매장의 경우 사장님의 마인드 또한 '손님? 풋. 직원이 왕이지. 지들이 돈을 아무리 싸들고 와봤자. 안만들어주면 못 먹는걸?' 이라서, 저는 아주 당당하게 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매장은 결국 손님 떨어지고 망할거라구요? 네. 처음엔 저도 그런 걱정을 안한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님은 더 늘었습니다.
왜냐구요? 진상이 떠난 자리는, 예의바르고 상식을 가진 손님들로 메워지거든요. 왜냐면, 직원에게 진상을 부리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매장에 있는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니까요. 그런 것들이 사라지니, 매장환경은 더욱 쾌적해지고, 단골은 더욱 늘어나고, 직원들은 상식이 통하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응대에 대한 스트레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지금은 월 매출이 훨씬 늘었습니다. 저희매장 직원들 또한 이전에 진상이 많았을 때에 비하면 그만두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가장 기간이 짧은 친구가 1년 4개월째 입니다.) 손님이 늘어나니 인센티브나 급여인상도 확실히 되고. 또 손님이 훨씬 많아지니 직원을 더 두어서 유급휴무를 더 늘릴 수 있게되고, 간간히 회식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진상분들. 기억하세요. '내가, 여기 다신 오나봐라. 여기 어디 잘 되는지 두고보자.' 라구요? 천만해요.
'당신 하나 없어도 세상돌아가는데에는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착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