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집 망하기 전에
좀 살던시절 ㅇㅇ
가족여행으로 태국 푸켓을 감.
나 초딩때였으니 상당히 오래 전 이야기임.
첫 해외여행이라 설렘반긴장반으로 비행기를 탔고
긴 비행으로 인해 처음 겪어보는 심한 멀미가
지옥행 급행열차의 시작이었음.
태국에 맹그로브투어 라는게 있음.
늪지대 같은곳에 맹그로브군락지역이 있는데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렇게 생김
왠지 저런 큰 나무에서 비누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와 신세계의 강자들이 모여
동료들을 뿔뿔히 흩어지게 해 2년후에 다시 모일거같은 아름답고 신비한 비주얼이지만
태국은 스콜이란게 존재함.
빠르면 중학교 사회시간에, 늦으면 고등학교 세계지리시간에 배움 ㅇㅇ
열대성저기압 아직도 기억해 시험 틀려서 더 기억해
여튼 이게 10분 비오고 10분 맑고 쩅쨍하고 우비를 입으면 더워 죽고 벗으면 비가오고
참 거지같은 날씨임.
패키지여행에 맹그로브 보트투어가 있음.
보트에 타서 태국인아저씨가 노를 저어 보트를 요기저기 사이로 슥슥 지나감.
저게 맑으면 저렇게 신비롭고 이쁜데
내가 보트투어할때는 비가 오고 있었음.
평소엔 이런 이쁜 이미지겠지만
흐린날씨와 일렁이는 흙탕물(물이 맑지 않음)
무서운 얼굴의 낯선외국인
며칠 전 본 납치영화를 보니
다른이들에게 아름다워 보이는 맹그로브숲은 나에게
딱 이런 느낌이였음.
여튼 아저씨의 능숙한 운전으로 맹그로브 숲을 요래조래 지나가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오기 시작함.
물은 점점 더 탁해지고 점점 더 음산하게 변해감.
나무를 쳐다보니 엉켜있는 나무뿌리가 더 음산해서
그냥 물을 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는데
보트 옆으로 나무토막이 둥둥 떠다님.
오 맹그로브나무가 부러졌나 싶은데
그 나무가 갑자기
눈을 뜸
오시.발 악어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그 악어
현상금 8000만베리 크로커다일 엘리게이터
그대로 얼어버림.
...아 죽나부다.
코리안 펫키드가 악어밥이 되겠구나
미술시간에 썼던 물통에 빨간 물감을 짠 듯
흙탕물에 빨간 물이 넓게 번지겠구나 싶었음.
님들 1미터 앞에서 악어 눈 봄?
난 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로 몸도, 입도, 생각도 얼음.
그러다가 태국인 아저씨랑 눈이 마주침.
아저씨와 아이컨택을 하며 손가락으로 악어를 가르킴.
손도 멀리 못뻗음, 갑자기 달려들까봐.
근데 아저씨는 별거 아니란듯이
노를 번쩍 들어 악어 빡통을 내려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좌의게임 1화에서 네드스타크가 내려치는 발라리아산 강철검인줄
순간 내 입에서 비명이 나오는지도 몰랐음.
저 태국아재가 미쳤나, 악어가 달려들면 이길수있나
악어가 달려들어 배가 뒤집히면
내가 피신할 가장 가까운 맹그로브나무는 어디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악어는 사라졌음.
그리고 난 아직도 잘 살아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