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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206819
    작성자 : 부라퀴
    추천 : 15
    조회수 : 945
    IP : 218.50.***.1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04/12/26 01:05:30
    http://todayhumor.com/?humordata_206819 모바일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 후기 ***
    먼저 이 자리를 빌어 제 글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를

    추천해 주시고 진심으로 성원해 주신 오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장난 같은 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실 여자분이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다음뉴스에도 나오는 등 예상보다 큰 주위의 반응에 저 또한 놀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공했습니다.

    추천해주면 보답하겠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 일일이 보답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이렇게 하면 크리스마스 외롭게 보내지 않을 수 있다"라는

    성공담을 들려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기는 일기 형식으로 쓰도록 하겠으며, 사실과 약간 다른 픽션 12.25%가

    가미되었음을 밝혀 드립니다.



    * 12월 21일 01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캐빈과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인가?

    ...안되겠다. 사고 한번 치자.


    * 12월 21일 12시

    오호...몇 분이 진지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잘하면 솔로부대에서 탈출할 수 있겠어!


    * 12월 21일 23시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너무 많은 신청자가 있었으나, 다 만나고 싶었으나,

    제일 먼저 "확신"을 보여주신 "김태희(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쓰도록 하겠습니다)"님과

    만나기로 결정했다. 태희님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메신져도 등록했다.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채 그냥 무작정 "우주아홉"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신나게 놀아도 서로 신상은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런 맛에 묻지마관광을 가는 것인가 보다...


    * 12월 24일 19시

    걱정이 되서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직접 하기에는 너무 쑥스러웠다.

    "내일만나는거변함없죠?혹시못나오시게되면연락주세요"

    이런...두시간 지났는데도 답장이 없다. 속은 것인가...


    * 12월 24일 23시

    마지막 희망이다.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다.

    "멀리서보고영아니면그냥도망가셔도되요"

    비참하다...진짜로 도망가는 여자가 있으면 쫓아가야 하는 것인가...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를 구해준 건 잠시 뒤 울린 전화벨 소리였다.

    "안녕하세요...김태희예요...답문자 보냈는데 못 받으셨나봐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메시지 날리는 양이 많아져 서버가 폭주했나보다.

    나갈테니 걱정말라는 답문자는 결국 25일 새벽 3시에 도착했다.


    * 12월 25일 07시

    소풍날도 아닌데, 그럴 나이도 지났는데,

    아침 일찍 눈이 저절로 떠졌다.

    흠...오늘 나의 컨셉은 뭘로 잡을까?

    요즘 인기있는 리마리오의 느끼? 마대전자의 어벙?

    에라...모르겠다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자.

    결국 오늘 나의 컨셉은 "소심"이였다...A형은 안되는 것인가...


    * 12월 25일 10시 20분

    태희님이 약간 늦을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야 물론 30분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예매한표미리찾아놨으니걱정말고천천히오세요"

    라고 답문자를 보내주었다. 속뜻은 이렇다.

    (늦어서영화못보더라도상관없습니다나와만주십시오)


    * 12월 25일 10시 45분

    드디어 태희님이 "드래곤마운틴역"에 나타났다.

    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솔로부대인 나를 구원하러 몸소 행차하신

    태희님의 후광에 눈이 부셔 나는 잠시 몸이 굳어졌다.

    태희님은 "설마 이 남자는 아니겠지"라는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서는 전화기를 꺼내들어 내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계세요?"

    "바로 뒤에요"

    그렇게 부라퀴와 태희님의 역사적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하늘도 우리의 만남을 축복해 주는 듯 흰 눈...

    은 커녕 아무것도 내리지 않았다.


    * 12월 25일 11시 5분

    모집공고글을 통해 약속장소와 시간이 너무 공개 되어버려서

    "인터넷 유머사이트를 통한 성매매범 범행현장 잠입밀착 취재" 등의

    소재로 쓰이게 될 것을 우려, 실제로는 다른곳에서 다른 영화를 봤다.

    "대지영화관"이라는 곳에서 르네젤위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였다.

    15세이상 관람가였지만 영화 내용이 그렇고 그래서 남녀간의 응응응에

    대한 것이 자주 나왔다. 혼자 봤더라면 "크흐흐~"하고 웃을 내용도

    모르는 척 안 웃었다. 이런 가식덩어리...


    * 12월 25일 13시

    영화가 끝나고 예정된 수순인 식사를 하기위해 상영관을 빠져 나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영화관 주변은 커플들 세상이였다.

    "태희님...약속은 약속이니까...'연인인 척' 해 주셔야 하는거 알죠?"

    "네, 그럼요 알죠"

    태희님은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나도 역시 팔장을 끼었다.

    각자 자신의 팔장을 낀 어색한 남녀는 그렇게 스파게티 음식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12월 25일 13시 20분

    "깔보르나라하고 봉골레 스파게티로 주시고요, 콜라는 한잔만 주세요"

    당연히 연인이라면 이런곳에 와서는 콜라는 한잔시켜서 나눠먹어야 한다는,

    그래야 더 연인처럼 보인다는 나의 비장한 설득에 태희님이 동의하셨다.

    야호~ 콜라 값 굳었다! 내가 짠돌이인거 눈치채진 못했겠지?


    * 12월 25일 14시

    일부러 "우린 절대 오늘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예요"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식사를 마친 나와 태희님은 마지막 코스인 커피전문점을 찾아 잠시 헤매였다.

    시간이 갈수록 커플들은 늘어만 가고, 커플들의 애정행각이 진해질수록,

    어색했던 태희님과 나의 사이는 가까워져 갔다.

    커피전문점에서의 약 한시간에 걸친 담소는 서로 본명도 모르는 남녀가

    처음 만나 나눈 대화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정겹고 다정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라고 시간이 멈춰 있지는 않았다.

    이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난 용기를 내어 태희님께 부탁을 했다.

    "저기...저하고 계약한 건 여기까지인데요...혹시 제가 마음에 드시면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낼 순 없을까요?"

    아아~ 질문이 뭐 이리 뻔뻔할 수가 있을소냐.

    마음에 안 들어도 미안해서라도 "그럼 뭐 조금만 더 놀아보죠"라는

    대답을 유도하는 유치찬란한 멘트가 아니더냐!


    * 12월 25일 15시 40분

    결국 나의 사악한 꾀임에 넘어간 태희님은 노래방을 선택,

    부라퀴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보너스편이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태희님이 굳이 그 많은 방(PC방, 찜질방, 비디오방 등등) 중에

    노래방을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신가요 위주로 고운 음색에 가수 빰치는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태희님이

    "어 이 노래 나 중학교 때 들어본건데"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참 철지난 가요무대 수준의 노래를 부르던 나는

    괜히 보너스타임도 넣어주지 않는다고 노래방 주인 아저씨를 탓했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더 태희님과 오래 있을 수 있잖아요...)


    * 12월 25일 17시 10분

    노래방을 나오니 어느덧 하늘은 무엇인가의 끝을 알리려는 듯 붉게 물들고 있었다.

    드래곤마운틴역 우주아홉 건물 앞에서,

    핸드폰으로 태희님과 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조그만 사진이지만,

    나중에 나중에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라도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소중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내 작은 심장 어디엔가에 자리매김한 것은 알 수 있었다.


    * 사진은 역시나 신변보호를 위해 르네젤위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포스터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원래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 아닙니다.
    부라퀴의 꼬릿말입니다
    * 부라퀴[명사]
    - 야물고도 암팡스러운 사람.

    * 야물다[야무니·야물어]
    Ⅰ[자동사] (낟알이나 과일 따위가) 알이 들어 단단히 익다. (큰말)여물다.
    Ⅱ[형용사]
    1.(바탕이) 굳고 단단하다.
    2.(몸이나 언행이) 단단하고 깜찍하다.
    3.(일이 야무지게 되어) 뒤탈이 없다.
    4.(돈 따위를) 헤프게 쓰지 않고 알뜰하다. (큰말)여물다.

    * 암팡―지다[형용사] (몸은 작아도) 당차고 강단이 있다.

    * 강단 (剛斷) [명사] 1. 강기 있게 결단하는 힘. 2. 어려움을 꿋꿋이 견디어 나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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