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SBS는 억울하다?
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 국민들을 거리로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MBC의 최근 위상에 견주면 SBS에 드리운 그늘은 한층 더 어두워 보인다.
△“켜켜이 쌓여온 불공정의 업보”=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심석태)는 지난 4일 펴낸 ‘SBS노보’에서 “SBS가 지난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앞서 진단하고 최근 뉴스를 통해서는 ‘오역 파문’ 등을 앞서 보도하는 등 협상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도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시민들 중에 이를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창사 이래 켜켜이 쌓여온 오류와 왜곡, 불공정의 업보가 다 씻기지 않고 후배들이 온몸으로 치러내는 것 같아 선배들의 가슴은 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보에 따르면 SBS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거리 시위가 시작된 날부터 일부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적잖은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시민들이 “너무 편향적인 보도 때문에 SBS와는 인터뷰 안 하겠다. 어차피 인터뷰해도 마음대로 편집하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SBS에 대한 시위대의 냉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누그러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둘 것 같지는 않다는 현장 기자들의 말도 노보에 실었다. “SBS와 SBS 보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말”이라는 게 노조의 풀이다.
△“최근 SBS 보도는 다르다”=하지만 노조는 “SBS 취재진에 대한 싸늘한 시선에는 언론노조나 언론시민단체 사람들도 의아해 한다. 최근 거리 시위 국면에서 SBS는 신문은 물론 타 방송사에도 뒤지지 않는 적극성과 객관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사가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 예로 청와대에 진입하려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한 지난 1일 SBS의 메인뉴스인 <8뉴스>는 집회 소식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첫 리포트인 <거리시위…이틀째 충돌>를 비롯해 <물대포에 특공대>, <부상자 속출>, <긴박했던 12시간>, <강경진압 왜?>, <“과잉진압에 분노”> 등 6꼭지의 관련 기사를 잇달아 배치했다. 또 “정부의 일방적인 쇠고기 고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범국민적인 저항’으로 분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앵커 멘트 등을 통해 시위대 쪽에 힘을 실었다.
반면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쇠고기 정국에 대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동향을 먼저 보도한 뒤 4번째 꼭지인 <이 시각 시위 상황>을 시작으로 4개의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특히 7번째 기사인 <“강경 대응 불가피”>의 경우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는 시위대의 주장과 ‘불법 시위엔 강경 대응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친 데다 되레 경찰 쪽 입장을 표제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MBC의 이날 보도와 관련, 사내 보도 감시기구인 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보도국장에게 기자들의 우려를 공식 전달하고 MBC 인터넷 사이트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도 비난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등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판적 시사프로도 집중 편성”=거리 시위 국면을 다룬 SBS 시사교양프로그램들도 최근 잇달아 편성되고 있다. SBS <뉴스추적>은 4일 ‘이명박 정부 100일, 등 돌린 민심’ 편에서 촛불 집회를 중심으로 현 정부의 위기 상황을 비판적으로 점검한 데 이어 11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정부가 추진 중인 쇠고기 자율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쇠고기 재협상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분석하는 ‘난국돌파, 쇠고기 재협상’ 편을 내보낼 예정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중계 탓에 미뤄졌던 <그것이 알고 싶다> ‘촛불, 대한민국에 소통을 말하다’ 편도 오는 14일 밤 방영된다.
방송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BS에 대한 오해는 역사가 짧고 민영방송이란 한계를 지닌 SBS의 스테이션 이미지 탓이기도 하지만 KBS·MBC와 SBS를 분리시켜 방송을 순치하려는 보수세력 일부의 의도적 편가르기 때문에 깊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S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비판을 하더라도 일단 SBS 뉴스를 본 뒤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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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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