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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되고 나서 생면부지의 저에게 다정한 오유인들께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크나큰 위로를 받고 힘을 얻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3차 항암제를 맞으러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기왕에 병은 걸린 것인데 신부전으로 투석을 할 때도 다른 여러 병으로 입원해보면 주변의 환자들보다 내가 그나마 상태가 좋은 환자라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마음으로 견딥니다. 게다가 평생 병수발하면서도 짜증 한 번 없이 전심으로 보살펴주는 천사가 곁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2인실에 입원했는데 옆 침상 환자분이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였습니다.
담관이 막혀 담즙을 뽑아내는 중인데다 장도 2군데나 막혀 있다고 하더군요.
5살 정도 나이가 더 들어 보였는데 저보다 2살 아래더군요. 병고에 시달려 그런가봐요. 그걸 보고 내가 덜 늙어 보여 다행이라 생각한 것 나쁜 맘이겠지만 저렇게 아픈 환자도 많은데 나는 이만하면 괜찮으니 나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녁에 갑자기 아내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더니 집에 가야겠다고 합니다. 5월에 서울에서 수술날짜 잡아놓은 큰 딸이 넘 심하게 배가 아픈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엄마에게 구원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검사결과를 보고 치료가 시작될거라서 괜찮다며 아내를 집으로 보냈고 아내가 잘 걷지도 못하는 딸을 데리고 응급실에 가서 검사한 결과 수술하기로 한 그 부위가 아닌 맹장염이었는데 비슷한 부위가 아파서 전날에도 응급실 다녀와서 진통제만 먹고 견디다가 참을 수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엄마를 부른 것입니다. 사위는 회사에 있고...현명한 엄마의 바른 판단으로 밤이 늦었지만 응급실을 통해 수술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맹장염인줄도 모르고 진통제로만 버티다 무슨 일이 있어났을지 무서웠습니다. 요즘 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 않으면 출입이 안됩니다. 상시 보호자는 환자와 같이 코로나 검사하고 병실에 입실 가능하지요. 아내가 저 입원시키느라 검사를 했기에 딸의 상시보호자로 병실 출입이 가능한게 정말 다행이었지만, 제가 입원한 병원 간호사가 자꾸 물어 봅니다. 아내분 어디 가셨냐고... 아무말 안하다가 다음 점검때 재차 묻길래
사실은 딸이 응급 입원하고 수술을 받게되어 보호자가 없어 그리로 갔으니 이해해 달라고 아마 여긴 못올거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는데 이불도 배게도 없는 판자위에서 밤새 잠 못자고 딸 간호하던 아내가 아침 일찍 다시 내개로 달려 온것입니다. 지난 밤 젊은 간호사에게 보고를 받았는지 아침의 나이든 간호사는 ‘보호자분 집에 갔다오셨죠? 밖에 나가시면 안됩니다. 하고 뭐라하길래 제가 딸애가 급히 수술을 받았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서 잠깐 다녀왔다고 이해해 달라고 하니 사정은 알겠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밖애 나다니면 코로나 검사가 무슨 소용있겠냐고 책임질수 있냐고 역정을 내는데 좀 화가 났습니다. 아내가 암말 말라고 급히 손짓을 해대서 말앗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다른 병실 보호자들이 밖에 나가서 과일이랑 커피랑 잔뜩 사들고 와서 간호사실에 주는 걸 봤기에 그 사람들에게도 바깥에 나가지 말라고 했을까?
병원 직원들도 밖에 나가서 외식하고 들어오는게 흔한 일이던데 그들도 그때마다 검사하는지 간호사들은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검사하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어쨌든 3차 항암제는 편안하게 잘 맞고 즉시 퇴원하게 되었는데 다시 황당한 일을 봅니다. 항암제를 맞으면 백혈구 수치가 급격한 감소를 시작해서 일주일 되는 시점에서는 거의 바닥으로 내려가 백혈구 생성촉진제를 맞게 되는데 항암제를 다 맞은지 24시간이 되면 촉진제를 한 방 맞고 퇴원한답니다.
그래서 오늘 11시경에 촉진제를 맞고 퇴원하게 되었는데 11시에 도착한 간호사가 자신이 나에게 놓아 주어야 할 주사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일단 제눈으로 확인을 했으니 주사는 맞았는데 주사맞은 곳을 쓱 닦고는 문지르지 마세요 하고 가려하네요? 전에는 감염 우려해서 주사 맞은 자리에 반창고 붙여주고 다음날 떼라고 했었는데 뭐 안붙여줘요? 하고 말했더니 피하주사라서 그냥둬도 되는데.... 하더니 간호사실에 다녀와서 하는말이 “그것 백혈구 떨어지니 맞는 촉진제랍니다. ” 하면서 둥근밴드 붙여 주네요....어떤 주사인지 환자는 아는데 간호사가 모른다...
지난 번 항암때는 수액 두가지를 맞고 있는데 한 20분쯤 지나서 다른 환자 즐거 잘 못놨다고 하면서 급히 바늘을 뽐아 간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알부민이고, 하나는 뭔지 모르겠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영양제가 독이 될수도 있는데 왜그리 실수를 하는지...교수님께 말하면 그 간호사 문책당할까 암말 안하고 넘겼는데 그런 실수 다시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 항암제를 맞았으니 서서히 컨디션은 하강할 것이고 입맛도 또 엉망이 될것입니다. 그러나 잘 견디어 낼것입니다.
딸애는 수술전에 배가 계속 아파서 수술한 날 포함 5일을 못먹었다는데 지금은 수술 후라 또 금식...그 동안 굶어죽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아참 두서없이 쓰다 보니
가장 중요한 소식을 빠뜨렸습니다. 오유 여러분들이 기뻐할만한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항암제 투여 2차까지의 치료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찍은 CT와 PET-CT 검사 결과 내 몸에 있던 암세포가 90% 정도 사라졌답니다. 그래도 항암은 예정대로 6차까지 진행될것이고 6차 항암 후에 다시 영상으로 확인하고 치료연장이나 종결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첫발이 순조롭게 내 딛어졌으니 앞으로 나아갈 길은 희망으로 향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랑의 부활절 맞이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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