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기수준의 글로, 내용이 길기만 하고 두서가 없습니다.
전글에도 올렸지만, 저는 중소도시의 극빈층에서 자랐다가 중소도시에서 좀 알아주는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었는데요. 년식이 좀 되서 평수에 따라 매매가 기준 4억~6억에 거래되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이사했는데, 그때는 더욱 비쌌죠.(5억~8억)
재미있는 일화가 몇 개 있네요. 부촌에서(최고 매매가 15억) 학원 강사를 했을 때, 제가 마트 치약으로 양치질 하는 걸 보고... 어떤 학생이
"우와 그거 청소용 아니었어요?"
"이것도 치약이야. 너는 어떤 치약을 쓰니?" 하고 보니, 외국의 모르는 치약이었습니다. 한 번 써보니 매운 맛이 없더라고요.
"나는 이거 줘도 못 쓰겠다" 마트치약을 써본 사람을 본 적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일화는 제가 우주폰을 쓰고 있는데, 여기는 플립폰이나, 애플폰을 많이 씁니다. 여자 중에 애플폰 안 쓰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얘기를 듣거나,
제가 가끔 마트에서 썬업이나 바나나 우유를 사 먹는데, 매장커피를 (가령 별다방) 사먹지 않는 걸 보고 놀랐다거나,
제가 학생에게 매장 음료를 어차피 다 먹지 않은데 친구랑 텀블러를 이용해서 나눠 먹는 건 어떨까? 매일 버려지는 음료가 아깝기도 하구 말이야. 라고 학생에게 얘기하니, "굳이... 왜요?"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거나...(여기는 아껴야 한다는 기본 개념이 없더라고요)
예전 동네에서는 제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여기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여기 엄마들은 굉장히 보여지는 거를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놀이터나 하원을 할 때 풀메에 정장을 입어요. 지금 당장 출근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데 저는 편한 게 장땡이다 보니, 노메이크업을 하는데, 이제는 좀 친해져서 다른 엄마들도 노메이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됩니다.
학부모 모임을 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어요. 어떤 분은 미용실에서 풀세팅을 받고 오셨더라고요. 다들 이브닝 드레스같은 옷을 입고 오셔서, 청바지를 입고 온 제가 좀 이상해보였습니다. 예전 학교에서는 전혀 제 복장에 위화감이 없었는데요.
그거 말고도, 교장선생님이 예민하신 엄마들이 많으시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에어컨 바람으로 컴플레인을 좀 자제해달라. 더운 사람은 반팔을 입고, 추운 사람은 걸칠 것을 갖고 와 달라. 이런 얘기가 나와서 엄마들끼리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여기 엄마 치맛바람이 세서 남자 선생님 비율이 높다...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학부모가 자기 애가 하는 수업에 관여하는 일이 많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왜 이사람들은 조금의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깨끗하고,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부모 모임을 가지면서, 나중에는 나만 먼저 말을 걸고, 저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의 과민증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든 명품백을 갖지 않고, 옷도 비싼 옷을 입지 않아서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타일도 바꾸고, 비록 가짜긴 하지만 명품백도 구매하였습니다.(아무래도 진짜는 너무 비싸서...) 진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스타일이 바뀌고 나서, 조금 대하는 게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근데 그들의 대화를 참여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취미생활을 얘기하는데, 낚시 얘기를 하길래, 저희 남편도 좌대낚시를 갔다. 라고 얘기하니 그거 말고 선상낚시를 얘기합니다. 골프를 얘기해서, 저도 골프를 배웠어서, 골프가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골프연습장 가면 저렴하고 꽤 좋아요. 라는 얘기를 했다가, 그거 말고 필드골프 얘기를 들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대놓고 무시했던 거였네요ㅎ)
외제차가 3대 있는데, 자기는 서민이라는 둥. 경차탄 시승을 정말 신기한 경험인 듯 얘기하는 둥. 자기 아이가 외국에 있는 친척집에 갔는데, 자기는 수영장이 있는 집을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둥. 서민 코스프레를 하더라고요(그 사람들은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요)
좀 웃기더라고요. 여기 아파트가 지역에서 알아주는 곳인 건 알겠지만... 그 정도 비싼 아파트는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곳에 가면 5억짜리 아파트 흔하디 흔한데...
얼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생태 체험을 하니 운동화와 모자를 착용해주세요. 해서 이번에는 옷을 신경쓰고 가지 않아도 되겠다. 하고 또, 편한 복장을 하고 갔는데... 역시나 발렌시아 모자와 골든구스 운동화를 신고 왔더라고요. 당연히 트레이닝복도 브랜드... 그냥 편하게 면티와 청바지를 입은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작년에 할로윈 때 있었던 일입니다. 간식을 아주 작게 챙기라고 해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라고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이들이 아주 많으니 마이쮸나, ABC초콜릿을 챙기라고 하셔서 정말 그렇게 챙겨보냈는데... 저희 애가 받은 간식을 보니... 인터넷에서 주문 제작한 간식을 아주 예쁜 그릇에 포장한 간식들로 채워져 있더라고요.
저는 극빈층에 자라서 이런 걸 잘 몰라서 매번 정말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여기 이사온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고,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설레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었는데... 가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봐서 자폐에 대해 얘기하면 내 주변에 자페가 있었는데 이러저러 하더라 라는 얘기라든가. 조현병이 사람을 죽였는데.. 이런 뉴스 얘기를 하면 내 주변에 조현병이 있었는데 이러저런 일을 겪었다.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을 때, 분위기가 싸해지는 걸 느껴서 더이상 말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꽤 부유한 엄마랑 좀 친해졌을 때, 사실은 저에게 허언증이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왜 누구누구엄마 주변에만 그런 일이 있어? 그런 사람들만 있어?" 그게 납득이 안되어서 없는 말을 지어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답니다. 근데 나중에 겪어보니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저는 주변에 정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말을 하면 깨기 때문에 말을 잘 안하게 되었어요. 제가 실없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되었더라고요. 공감도 잘 안되고, 대화도 잘 안 되고...
어느 날도 피곤한 학부모총회를 하고 온 날이었어요. 바다에서 새로 이사 온 어떤 엄마를 만났는데?! 여기 엄마들과 달리 그 흔한 명품백도 들지 않고, 흰머리가 꽤 많은데도 염색도 펌도 하지 않고, 비싼 옷같은 느낌의 옷도 입지 않아 정말 친근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얘기를 꽤 오래 나누었어요. 첫만남인데도 밥이랑 술을 먹게 되었어요. 마음이 잘 통하더라고요. 얘기를 하다가 왜 학부모 총회를 나오지 않았냐... 라고 얘기하니 저번 아파트에 살았을 때 학부모 총회는 부의 자랑 아니냐?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기로 이사오게 되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갑자기 동질감이 엄청 느껴지면서... 저도 여기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이러저러한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 라고 얘기했어요. 진짜 친구를 만난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엄마는 "여기도 그래요?" 하는 거에요. 정말 얘기를 잘 들어주시는 분이었고, 동질감도 느껴지고, 정말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얘기했어요.
나 다른 동네로 이사가고 싶었는데 나랑 같은 기분을 느끼는(이방인이라 느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 라고 기쁜 마음으로 얘기하는데...
남편이 "어디 사는데?" 라고 얘기해서 "이번에 새로 생긴 아파트!" 했더니 애아빠가 거기 비싼데야...라고 하는 거에요. 부동산에 관심이 많이 없던 저는 검색해보니... 매매가 6억~15억. 그나마 6억은 34평인데 거의 없고 54평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보통 9억 매물이 가장 많은데였죠...
차는 뭐탔는데? 해서 내가 "여기 엄마들은 외제차밖에 안 타는데... 보통 벤츠나 bmw... 그 엄마는 경차였어" 하고 말하다 생각해보니. 아... 처음보는 엠블럼이었다. 분명... 외제차...
남편 직업은 뭐래? 하니 의사랬어! 근데 자기 병원 아니고 전공특수상 큰병원만 가야 한대. 라고 하니... 남편이 페이닥터도 월 1000만원 이상이야...
아... 이 엄마는 찐부자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뱀의 꼬리에 있었는데 뱀의 머리에 있다보니 정말 크더라. 세계관이 달라보였다. 라고 얘기하니... 이 엄마도 용의 꼬리에 있다가 용의 머리에 있다보니 달랐다. 라고 얘기하던 거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예전 동네 얘기했을 때, 해외어학연수와 영어유치원 국제학교 얘기에 나도 그렇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엄마들은 적어도 그런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데요.
제 모습이 얼마나 순수해보였을까요... 전동네에서 부의 과시가 피곤해서 여기로 이사왔다... 전동네... 이사온 곳의 동네이름을 찾아봤습니다. 최고 매매가 30억?! 지방에서 이 아파트 가격이 실화인가요?! 아... 그래서 부의 과시가 싫어서 여기로 이사왔다는 말이 이해가 되던 거였습니다. 찐부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이 엄마랑 친해지기도 글렀네요...
학군때문에 오긴 했는데...적응이 힘드네요. 이사를 가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