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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심심해서 쓴 건데 이런 거 올려도 되나요? 된다면 쓸 때마다 종종 올릴게요ㅋㅋㅋ 글 쓰는거 좋아요 >.<
아 참고로 별 내용은 없고 이게 다에요 그냥 손 가는대로 쓴 거라ㅋㅋ
이른 시간이었지만 희미하게 햇살 조각이 책상 위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유나는 스탠드 등불을 끄고 기지개를 켰다.
“오늘도 꼬박 새셨구만?”
등 뒤에서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약간 마른 목소리가 들렸다. 드문 일이었다. 유나는 이틀에서 사흘에 한 번씩 밤을 새워 일하고, 그의 아침을 간단히 차리고 난 후에, 해가 완전히 창문 쪽으로 넘어 오고 참새 소리가 들려올 즈음에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의 남편 현수는 그러고 나서 조금 늦게 부스스 일어나, 아직 잠들지 않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헝클어 놓고는 아침식사를 하곤 했다.
“별일이네, 이 시간에 일어나고. 어제는 야근도 있었으면서.”
“무리하지 말라니까. 그러다 엉뚱하게 번역하면 어쩌려고 그래.”
유나의 말이 별로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듯이, 그는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띄며 말을 돌렸다.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더 좋아. 그리고 일 할 때는 정신 멀쩡하니까 괜찮아.”
유나는 벌써 번역일을 시작한 지 5년이 된 프리랜서였다. 조금 여유를 부릴 때도 되었으련만, 그녀는 한 번도 늑장을 부리거나 의뢰가 들어온 일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약속한 날이 되기 전까지 하루라도 더 일찍 끝내려고 애를 썼다. 덕분에 결혼한 후에도 며칠 밤을 새워서 일하고 하루 꼬박 잠들고, 그런 나날의 연속이었다. 유나의 책상 위 노트북 왼쪽의 하얀 탁상 달력은 그녀가 꼼꼼하게 세워놓은 오색빛깔 계획들로 채워져 있었다.
유나는 헐렁한 반팔 셔츠에 츄리닝을 입은, 약간 살집이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쓰러지듯이 안겨 얼굴을 부볐다.
“오빠 이 시간에 일어나니까 좋다..”
“해가 일찍 떠서 그런지 요즘엔 눈이 잘 떠지더라고.”
“내가 밤 새는 날은 맨날 이 때 일어나면 안 돼?”
“나는 이유나씨처럼 부지런하지 않아요~”
약간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머리로 가린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중학생처럼 일자로 자른 앞머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약간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 그의 어깨보다 약간 위로 올라오는 아담한 키-그는 남자 치고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번역 일을 시작하던 시절 처음 만나, 2년 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수는 유나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가끔씩 일에 대한 강박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이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좋은 아내임에 틀림없었다.
“금방 밥 차려 줄게. 오랜만에 같이 먹을 수 있겠다.”
피곤하지만 살짝 들뜬 목소리로 그녀는 식빵 봉지를 꺼냈다. 오랜만의 아침 식사가 반갑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들의 직업상, 겸상 자체가 특별한 일이었다. 항상 집에서 일하는 유나와 아침 외에는 회사에서 끼니를 때울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남편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뿐이었다. 그마저도 항상 아침에 잠들곤 하는 유나의 생활 덕에, 같이 밥 먹는 시간은 애틋하게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현수는 유나에게 커피를 한 잔 타줄까 하고 찬장을 열어 원두가루 봉지로 손을 뻗었다가, 밥을 먹고 나서 금방 잠들 거라는 생각에 바로 옆에 있는 핫초코 통을 꺼내들었다. 후라이팬 위에어 빵이 구워지는 동안, 개수대 오른쪽의 빈 공간에서 그녀는 치즈를 자르고 있었다. 둘 다 유럽에서의 긴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둘의 아침은 늘 이런 식이었다.
출처 | M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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