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용의 신조협려에서 구양봉과 홍칠공의 마지막 싸움 장면이요.
평생을 걸쳐 싸워 온 숙적.
구양봉은 잘못된 무공 수련으로 기혈이 역행하여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지 오래되었고
홍칠공은 그런 구양봉이 측은하면서도 과거에 그의 악행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고
그래서 여전히 마주치기만 하면 싸우는 두사람인데요
눈이 펑펑 내리는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서 두사람 모두 내상을 입어 더이상 싸움이 안 되는 상황.
그래서 말싸움을 시작합니다.
주인공인 양과를 통해 "내가 이렇게 이렇게 공격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받아내고 이렇게 반격한다."
이런 방식으로 몇날몇일을 더 싸웁니다. 그자리에서 새로운 초식을 만들어 내기도 하구요.
마침내 홍칠공이 자신의 최강의 공격을 전달하고
그걸 전해들은 구양봉은 온몸에서 김이 날정도로 끙끙대면서 반격할 방법을 궁리하죠.
몇시간을 궁리한 끝에 마침내 반격할 묘수를 생각해낸 구양봉이 그 방법을 말하자 홍칠공은
"구양봉 이 늙은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하며 기뻐하며 달려가 구양봉을 부둥켜 안습니다.
순수하게 무인으로서 상대의 능력에 경탄한거지요.
그리고 그 말에 기억을 찾은 구양봉은 "그래! 내가 구양봉이지. 내 이름이 구양봉이다!" 하며 기뻐합니다.
그렇게 서로 부둥켜 안은채 두 사람은 숨을 거둡니다.
시대를 흔들었던 두 영웅의 장렬한 최후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