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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19779
    작성자 : 지읗
    추천 : 11
    조회수 : 2988
    IP : 59.14.***.9
    댓글 : 51개
    등록시간 : 2017/01/05 09:50:56
    http://todayhumor.com/?love_19779 모바일
    19년 연애가 끝났습니다.
    옵션
    • 창작글

    스물 여섯에 시작한 첫사랑이었다.
    제대로 연애 한 번 없던 복학생이 허세삼아 가입한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첫인상도 별로였고 이상형도 아니던 누나와,
    어쩌다 잡아본 손 한 번에 설렌 가슴으로, 시작되었다. 
    여고괴담을 보며, 무서워 내 가슴팍으로 파고 들던 모습이 마냥 좋기만 하던, 
    썸처럼 시작한 연애.

    연애 초보를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사회초년생을 일까지 가르쳐가며, 그렇게 몇 년의 연애 끝에, 헤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가벼운 줄 알았던 그 사랑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옆에 있던 그이가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게 다 완벽했는데, 왜 나를 사랑하는지 이상한 사람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아팠고, 감사했고, 미안했다.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할 준비가 다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다시 사랑을 하게 된 날, 실은 그 날부터, 
    그이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가슴 한 구석에서 늘 되새겼다. 
    다시 날 떠난다면, 다시는 잡지 못 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늘 작기만 한 나,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이라, 
    사랑받는 것이 행복하였지만, 죽을 만큼 또 아플까 무서웠다.

    19년의 첫사랑이 끝났다. 
    준비가 길었지만, 실제는 늘 연습과 다르다. 
    세상에 내가 초라하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 
    세상에서 가장 큰 내 편, 이제 그인 내 편이 아니다. 
    그리고 더는, 난 그를 울며 붙잡을 수 없다.

    잡아야 할 기회가 있었을 지도, 그 천우를 무시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랴, 산은 너무나 많았고, 골은 너무나 깊었다. 
    다리를 놓지도 못했고, 체력을 기르지도 않았다. 
    겁이 나서, 두려워서 길 나서길 망설였으니, 
    먼저 떠나간 이의 행복을 비는 게 최선이려니.

    수월한 길이 있어 산 넘지 않아도, 골 건너지 않아도 되길. 
    다리를 놓아주는, 산을 안아 오르는 이와 늘 함께 하길.

    생각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그 때보다 조금만 덜 아팠으면 좋겠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하더니, 되돌아보면 후회 뿐이다.

    지읗의 꼬릿말입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끄적이던 글인데, 올릴 데가 마땅치 않네요.
    함께 한 시간, 함께 한 공간이 너무나 많아, 그나마 오지 않을 오유에 굳이 가입해서 글 남겨 봅니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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