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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생활을 하면서 휴가2번 외박2번 총 4번의 포상을 받았다. 위병소에서 연대장에게 태클을 걸어 휴가를 한 번 받았고
작업을 하고 보급관님께 외박을 한번 받았지만 아쉽게도 나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부대 내에 군견막사를 짓고 외박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받은 휴가는 분교대에 받은 사단장 포상이었다.
상병 말호봉쯤 되었을 때였다. 내무실에 앉아서 쉬고있던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분대 분대장의
전역 날짜가 가까워져서 다음 차례인 내가 분교대에 가게 된 것이다. 운때가 잘 맞아서 해안에 있었더라면 그냥 안가고
넘어갈수도 있었지만 지지리도 재수가 없던 나는 당시에 내륙에 있었고 결국 빼도박도 못하고 분교대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먼저 다녀온 고참들의 말에 의하면 분교대는 갈 곳이 못되었다. 일주일간 매일같이 빡세게 교육과 훈련을 받고 마치
훈련병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부디 군장만 돌아오길 빈다는말을 했다.
분교대에서 성적 상위권에 들어가면 포상을 주는데 사단에서 바로 나가는 거라 부대에는 사람 없이 군장만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살짝 기대감에 부풀기는 했지만 나 역시 특출나게 잘 하는게 없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분교대에 입소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등병 조교로부터 짝다리 짚지 않습니다. 라는 일침을 들은 후에야 고참이
말한 훈련소 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생활관에서 입소식을 하는데 눈에 띄는것이 벽에 걸린 사진들이었다.
벽에는 매 회차마다 포상을 나간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약먹은 병아리 마냥 힘없어 보이던 입소자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소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조교들에게 몇등까지 포상을 받는지 물어보았고 상위 세명이라는
대답을 들은 후에는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사진은 분명히 다섯장인데 포상은 세명 뿐이라니.. 나머지 둘은
뭐냐고 물으니 지나보면 안다는 의미심장한 대답 뿐이었다. 하지만 의욕도 잠시 나는 금새 포기하고 말았다. 다들 포상에
눈이 뒤집힌건지 새벽까지 안자고 공부를 했고 나도 처음엔 그들처럼 새벽까지 공부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독도법이었다. 지도를 읽는것까진 문제가 없었지만 지독한 길치였던 나는 실습에 나가서 엄청나게 헤매며
점수를 대거 깎아 먹었고 이젠 틀렸음을 직감하고 모든걸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남들 공부하는 시간에 자고 어서 이
일주일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3일정도 지났을 때 이미 모든걸 포기하고 폐인이 되있었던 나는 고급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바로 남은 두장의 포상휴가에
대한 정보였다. 한장은 조교들의 추천에 의해 선발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한건 바로 나머지 한장에 대한 정보였다.
퇴소하기전 사단장님께 드리는 글을 쓰는 시간이 있는데 거기에 선발된 사람이 바로 마지막 포상휴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었다. 말로는 사단장님께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취지라고 했지만 모두들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누가 더 사단장님의 괄약근을 풀어지게 만드는가에 대한 승부라는 것을...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은 나는 그때부터
밤잠을 새가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모든 미사여구와 문장들을 총 동원해 굳게 닫힌 사단장님의 괄약근을 오픈시킬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 밤을 새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순간 이건 됐다 라는 느낌과 함께 내 귓가에선
환희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렇게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에 버금가는 위대하신 사단장 동지에 대한 찬양의 글이 완성되었고
강당에서 그 글을 낭독하는 내 모습은 마치 북한선전방송을 보는듯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사진을 사단 생활관 벽에 걸 수 있었다.
휴가에서 복귀한 후 분교대 입소를 앞둔 후임들이 벌떼처럼 나에게 몰려 들었고 그들은 나에게 비법을 묻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저도 여러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범을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세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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