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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66445
    작성자 : 청소노동자
    추천 : 14
    조회수 : 2640
    IP : 183.97.***.35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2/10/20 23:48:5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66445 모바일
    굉장히 재미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

     

    그저께 저녁이였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전날 저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없는돈을 털어 아버지 칠순잔치를 하고 나서,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장윤정 콘서트 예매를 했다.

    두 분을 차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족발에 소주를

    사 드렸다.

     

    그리고 그날 나도 많이 먹었다.

    그 다음날, 일도 안잡히고 망할 아침부터 온갖 악재들이

    쏟아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문득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느지막히 나갔는데, 운전대를 잡고 가다보니

    미처 갚지 못한 대출 상환 문자와

    의료보험과, 인터넷 요금과, 결제실패한 티빙요금과

    그런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대참사를 경험했다.

     

    신호대기중에 받은 그 한꺼번의 문자들을 보며

    '아니 시팔 내가 왜 이짓거리를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침부터 사무실에서 술을 퍼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출근도, 딱히 무슨 일정이 있어서 한게 아니라

    그냥 사무실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간 것이다.

     

    그 날은,

    토하고 숨막히고 울다 잠들었다가 다시 토하러 가고

    그렇게 하루를 꼬박 고생했다. 그러다 맞이한 아침은

    어느새 새벽이 뉘엿 서쪽으로 사라졌고

    내가 맞이한 것은

    동쪽의 해와 치밀어 오른 아침의 추위였다.

     

    나는 편의점에서 동원야채죽 하나를 먹으며 출근중인 사람들을

    하릴없이 쳐다보았다. 개같은 하루의 시작이였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에는 짙은 총각냄새와 먹다남은 제로콜라가

    나를 반길 뿐이였다. 아직 뜯지 않은 컵라면 두개가 눈에 띄었고

    단지 그뿐이였다.

     

    그날 저녁에, 나는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속이 좀 괜찮아지자 또 술을 쳐마셨다.

    늬들이 나에 대해 뭘 아냐고 책상을 쾅쾅 쳐대며 술을 마셨는데

    그 영향으로 아직도 손이 좀 아프다.

    뭐 어쨌든 그 영향으로 그 다음날도 죽어지냈다.

     

    다음날도 나는 편의점에 들러 동원야채죽 하나를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또 단지 그뿐이였다.

     

    정신을 차리고, 소주 한병 까고 또 영업중이긴 하지만

    이 악순환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만 같다.

     

     

     

     

    #

     

     

     

     

    최근에 '퀸즈블레이드-리미트브레이크' 라는 게임을

    소일거리로 하고 있다. 이게 무슨 게임이냐면,

     

    이 개fuck 같은 광고의 게임인데, 실제로 상당히...

     

    ...상당히 숭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이유가 뭐냐면, 일단 케릭터 육성과

    자동전투 뭐 그런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서다.

     

    보통, 남자들이 가슴나오고 허벅지 나오기만 하면 다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제로 그렇게 좋진 않다.

    가슴이 크고 허벅지가 좋아도 서사라는게 없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서사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원초적 본능만을

    내재한 게임성을 다분히 보여준다.

     

    과연 이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게임의 가장 악랄한 점은 이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고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무슨 1성부터 5성까지의 케릭터가 있고, 그것을 뽑기로 뽑아 남들보다

    강한 전투력을 갖는다. 상대방보다 좋은 5성 케릭터가 많으면

    내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런 전제가 기본으로 깔리는게

    요새 자동전투를 수반한 모바일 게임의 정석이다.

     

    악랄한 점이라고 말하면 바로 이것이다.

    5성 케릭터를 뽑는 것이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제공된다.

    하지만 5성 케릭터만 뽑아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같은 5성급 케릭터를 모아서 더 강한 5성급 케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전술하였듯이, 5성케릭터는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뽑을 수 있다.

    표면상으로는 현금이 있어야 뽑을 수 있는 뽑기권을 많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 케릭터의 진정한 능력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요염한 자태'

    라고 하는 야한 스킨을 뽑아야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요염한 자태 뽑기권은 거의 제공되지 않으며,

    요염한 자태는 케릭터를 뽑는 것과 달리 '조각' 으로 제공된다.

    그런데 10연차 뽑기를 하더라도 조각 하나가 겨우

    나올까 말까하는 확률이다.

     

    보통 이런데서 현금을 쓰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는 더 강해지거나 하는 것을 포기했다.

    일단 돈도 없고, 그 야한자태 한번 보자고 돈을 쓰는건

    그렇게 현명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원래 하던 핀볼도사 같은 게임은 조금 나은 편이다.

    얘는 그나마 현금을 안써도 되고, 로블록스 류의 스킨만 바꾼

    게임인데다가 해골이 쳐맞는 모션이 귀엽기라도 하지.

     

    KakaoTalk_20221020_231616813.jpg

    시간때우기 좋으니 한번 해보셈 ㅇㅇ

    참고로 내 아이디는 '던져봐재규어'다.

     

    어쩌다보니 무슨 모바일게임 뒷광고같이 되어버렸는데,

    뒷광고 한다고 나한테 돌아오는 득도 없고 그냥 일상공유좀

    하고싶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계속 쓰고 있다.

    판타지소설에 대한 열망은 줄어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이제 문피아에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궁극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자아실현의 목적이냐고 하면,

    굳이 그것만은 아닌게 명예를 수반한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은

    나에게 있어 거의 이게 유일한게 아닌가 하는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나도 안다 그거 내 착각인거.

    그냥 쓰는게 좋을 뿐이다.

     

     

     

    KakaoTalk_20221020_233143952.jpg

     

     

    굉장한 서사와, 감동 그리고 서스펜스와 블록버스터를 겸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머릿속에 가진 장면과 극적임을 상상해 없는

    이야기와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창작으로써 대단한 경지를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머리가 굳고, 사고가 현실에 맞딱뜨리기 전에

    행했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그땐 좀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거란 희망과 같은 것이다.

     

    언젠가 내 글도 사람들에게 읽혀질 날이 있겠지 라고 상상할 뿐이다.

     

     

     

    나이가 들며 같이 들어버린 것은 비단 삶의 무게뿐만이 아니다.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내가 부양해야만 하는 늙은 부모님과

    이제는 나도 어쩌면 녹록찮은 삶에 부양해야 할 지도 모르는

    나만의 가족에 대한 걱정때문이다. 후자는 솔직히 걱정할 필요도

    없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전자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자

    현실이다.

     

    이것을 왜 위협이라고 표현하냐면, 내가 가진 것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가진 것이 많았다면 이것은 그저 그런 일상의 한 축이였을 뿐이다.

    그런데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위협으로 인식된다.

     

    나는 종종,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위협들이 나를 덮쳐 끊임없이 괴롭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내가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게

    되는 비참한 미래를 상상하다 몸서리치곤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긴 한데, 어쩐지 목표한 것의 최소치만

    달성하려고 하는 것 같다.

    즉, 의지 없이 걱정만 하는 모양새처럼 보일때가 있다.

    어째서 나는 좀 더 미래를 위해 준비하지 못하는 젊은날을 보낸걸까.

     

     

    글쎄 모든 이야기들은,

    그냥 소주 두 병에 맥주 한캔 마시고 늘어놓는 넋두리다.

    그와중에 속은 안버리겠다고 안주는 많이 먹었다.

    지에스 닭강정은 진짜 별로더라.

    그래도 고기 엇비슷한거 먹었으니 그나마 괜찮다.

    내일은 어차피 일이 없으니 사무실 청소나 좀 하고

    또 하찮은 육신 일으켜 대충 뭐라도 좀 해보려고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찮은 결과가 되겠지만,

    그래도 뭐 한다는게 중요한 거니까.

     

     

    그냥, 나를 아는 사람들한테 내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은 그런 하루다.

     

     

    항상 그렇지만

    들어줘서 고맙고,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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