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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 심리록, 흠흠심서, 아정유고, 일성록을 보고 직접 만든 자료입니다.
전라도 강진현에 사는 은애라는 여인이 살인한 죄에 대해 의논하다 (정조실록 31권, 정조 14년 8월 10일 무오 2번째기사 1790년) https://sillok.history.go.kr/id/kva_11408010_002
전라도 강진현(康津縣)에서 은애(銀愛)라는 여인이 그 이웃에 사는 안조이[安召史]라는 여인을 흉기로 찔러 죽였는데, 현감 박재순(朴載淳)이 검시한 결과 사실이었다. 그 까닭을 물으니, 은애가 공초하기를,
"제가 시집오기 전에 이웃에 사는 최정련(崔正連)이란 자가 남몰래 나와 간통하였노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안조이를 중간에 내세워 청혼해왔습니다. 허락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로 시집을 가자 최정련은 안조이와 함께 추잡한 말로 무고하기를 더욱 심하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 분을 참지 못하고 밤중에 칼을 들고 안조이의 집에 남몰래 들어가 먼저 그 목을 찌르고 다시 난자하였으며, 이어 최정련의 집으로 가려 하였으나 저의 어미가 말리는 바람에 그만두었습니다. 관청에서 최정련을 때려죽이기 바랍니다."
하였다. 관찰사 윤시동(尹蓍東)이 이 사실을 보고하였는데, 형조가 복계하기를,
"은애가 이미 사실을 자백하였으나 목숨을 걸고 원한을 풀었다 하여 그 죄를 참작하여 낮출 수는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은애의 옥사가 국법으로 보면 어찌 털끝만큼인들 달리 의심할 것이 있겠는가마는, 그 정상으로 보나 나타난 사실로 보나 사건이 일어난 원인으로 보나 칼을 그와 같이 찔러댄 상황으로 볼 때, 죄를 추가할 조건이 되는지 아니면 정상을 참작해 용서할 만한 자료가 되는지 하는 문제는 일개 옥관이 결정할 일이 아니니, 좌상에게 물어서 보고하라."
하였다. 형조가 아뢰기를,
"좌의정 채제공에게 물으니 그는 말하기를 ‘안조이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내 이웃사람들에게 퍼뜨렸으니 은애가 평소에 분하고 원통한 마음은 물론 끝이 없었을 것입니다. 시집간 뒤에도 추잡한 말이 더욱 심하였으니 여자의 편협한 성미로 반드시 보복하려는 앙심은 의당 못할 짓이 없을 정도였을 것이므로, 칼을 무섭게 휘두른 것은 응당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약법삼장(約法三章)에 「사람을 죽인 자는 죽여야 한다.」고 하였고, 이럴 경우 그 마음을 참작해 주어야 한다거나 저럴 경우 그 정상을 용서해 준다거나 하는 말은 애당초 없었습니다. 은애로서는 설사 더없는 원한이 있더라도 이장(里長)에 고발하거나 관청에 호소하여 안조이의 무고죄를 다스리게 한들 무엇이 불가하여 제손으로 칼질을 한단 말입니까. 남을 무고한 말이 아무리 통분하다 해도 그 율문이 사형에는 이르지 않으며, 원한을 보복한 일이 비록 지극한 원한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 죄가 살인에 적용된 이상 신은 감히 참작하여 용서하자는 논의를 드릴 수 없습니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판부하기를,
"세상에서 살을 에이고 뼈에 사무치는 원한치고 정조를 지키는 여자가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하는 것보다 더한 일은 없다. 잠시라도 이런 누명을 쓴다면 곧 천만길 깊은 구덩이와 참호에 빠진 것과 다름없는데, 구덩이는 부여잡고 오를 수도 있고 참호는 뛰어서 빠져나올 수도 있지만 이 누명이야 해명하려 한들 어떻게 해명할 것이며 씻으려 한들 어떻게 씻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원한이 절박하고 통분이 사무칠 때 스스로 구렁텅이에서 목매어 죽음으로써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는 자가 간혹 있었다.
은애란 자는 18세를 넘지 않은 여자이다. 그는 정조를 지키는 결백한 몸으로 갑자기 음탕하다는 더러운 모욕을 당하였으며, 소위 안조이란 여인은 처녀를 겁탈했다는 헛된 말을 지어내 수다스럽게 추잡한 입을 놀렸다. 설사 시집을 가기 전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목숨을 걸고 진위를 밝혀 깨끗한 몸이 되기를 원할 것인데, 더구나 새 인연으로 혼례를 치르자마자 악독한 음해가 다시 물여우처럼 독기를 뿜어 한 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자 수많은 주둥이가 마구 짖어대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모두 자기를 비방하는 말이었다. 그리하여 원통함과 울분이 복받쳐 한번 죽는 것으로 결판을 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저 죽기만 해서는 헛된 용맹이 될 뿐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 염려되었다. 그러므로 식칼을 들고 원수의 집으로 달려가 통쾌하게 말하고 통쾌하게 꾸짖은 다음 끝내 대낮에 추잡한 일개 여자를 찔러 죽임으로써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는 하자가 없고 원수는 갚아야 한다는 것을 환히 알게 하였으며, 평범한 부녀자가 살인죄를 범하고 도리어 이리저리 변명하여 요행으로 한가닥 목숨을 부지하길 애걸하는 유를 본받지 않았다. 이는 실로 피끓는 남자라도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고, 또 편협한 성질을 가진 연약한 여자가 그 억울함을 숨기고 스스로 구렁텅이에서 목매어죽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만약 이 일이 전국 시대에 있었더라면 그 생사를 초월하여 기개와 지조를 숭상한 것이 섭정(聶政)의 누이와 사실은 달라도 명칭은 같은 것으로서 태사공(太史公) 또한 이것을 취하여 유협전(遊俠傳)에 썼을 것이다.
수십 년 전에 해서 지방에 이와 같은 옥사가 있었는데, 감사가 용서해주기를 청하므로 조정에서도 이를 칭찬하여 알리고 즉시 놓아주었다. 그 여자가 출옥하자 중매쟁이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천 금을 내놓고 그 여자를 데려가려 하였고 결국 향반(鄕班)의 며느리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 은애는 이 일을 이미 시집간 후에 결단했으니 더욱 뛰어난 소행이 아니겠는가. 은애를 특별히 석방하라. 일전에 장흥(長興) 사람 신여척(申汝倜)을 살려준 것도 윤리와 기절을 소중히 여기는 뜻에서 나온 것이고 이번에 은애를 특별히 방면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경우이다. 이 두 사건의 줄거리와 판결하여 내려보낸 내용을 등서하여 도내에 반포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하라. 사람으로서 윤리와 기절이 없는 자는 짐승과 다름이 없는데 이것이 풍속과 교화의 일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고, 얼마 있다가 형조에 하교하기를,
"지난번 호남지방의 죄수 중 은애는 그 처사와 기백이 뛰어났기 때문에 특별히 방면하라는 하명이 있었는데, 그처럼 강하고 사나운 성질로 그와 같이 분풀이를 하였으니 처음에 손을 대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최정련(崔正連)이 다시 은애의 독수에 걸려들 우려가 없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은애를 살리려다가 도리어 최정련을 죽이게 되는 것이니,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뜻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젯밤에 마침 심사하여 내린 판결문을 뒤적이다가 이런 전교를 내리게 되었는데 이는 사실 공연한 생각이다. 공연한 생각이지만 사람의 목숨에 관계되니 해조로 하여금 사실을 낱낱이 들어 밝혀 해당 도에 공문을 띄워 그로 하여금 지방관을 엄히 신칙하여 다시는 최정련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할 것으로 다짐을 받아 감영에 보고하도록 하라."
하였다.
심리록 제21권 / 경술년(1790) 1 ○ / 전라도 강진(康津) 김 조이(金召史)의 옥사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1435A_0220_080_0070_2008_004_XML
흠흠신서 권8 / 상형추의 11 / 情理之恕 八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83192&categoryId=62813&cid=62811
청장관전서 제20권 / 아정유고 12(雅亭遺稿十二) - 응지각체(應旨各體) / 은애전(銀愛傳)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577A_0160_010_0090_2000_004_XML
일성록 / 정조 14년 경술(1790) 8월 10일(무오) / 형조의 살옥에 대한 회계(回啓)를 판하하였다. http://db.itkc.or.kr/inLink?DCI=ITKC_IT_V0_A14_08A_10A_00040_2013_091_XML
정조를 지키는 여인이라 정조가 귀히 여긴 듯
출처 | http://huv.kr/pds1167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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