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별명들이 있다. 혜자블로, 똥(이제 똥은 아닌 듯 하지만), 될놈블로 안될놈블로...
2012년 첫 출시 당시 디아2의 귀환을 기다린 유저들이 줄을 서서 패키지를 사는가 하면 한동안 온라인에서는 접속불가 상태가
일어날 정도로 디아블로3의 출시 영향력은 상상이상이였다.
그리고 시작된 똥투척의 향연에 만렙찍고 불지옥 2막 사막에서 슈퍼마리오를 하며 대체 이게 무슨 개짓인가 싶었던 유저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기 시작했다. 디아블로3는 그렇게 잊혀지는가 했다.
솔직히 나도 그중 하나였다. 만렙은 찍었고 뭘 하긴 해야겠는데 이건 뭐 난이도 올려서 똑같은 플레이 하는 것 뿐인데다가
템맞춰서 숫자놀이 하는정도밖에 되질 않으니... 아니 그것뿐만이라면 괜찮겠는데 레전더리나 세트 아이템 드랍확률도 극악이였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2막까지도 가보지 못하고 근딜러들은 불카토스 곁으로 간지 오래고 원딜러들은 머리채잡혀 질질 끌려다녔다.
그래도 소수의 네팔렘들은 살아남아 꾸준히 연구하고 또 그것에 진심을 다했지만 현실에서는 멀어져갔다.
난 그냥 거기서 디아블로의 향수를 접어두기로 하고 와우나 존나 열심히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디아블로는 여전히 숫자놀음 반복플레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취월장이라는 말을 써야 할런지 아니면 환골탈태라는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어느 단어를 선택하든 디아블로는
굉장히 많은 발전을 했고 지금은 어느곳에서나 사랑받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균열이라는 난이도 파밍이 생긴 이후였다. 똑같은 몹을 숫자만 올려 잡는 것 뿐이였지만 화끈한 아이템 드랍과 부가컨텐츠의
등장은 떠났던 유저들은 물론이고 신규유저까지 유치하게 만들었다. 다른 게임제작사 혹은 국내제작사 기준으로 보자면 DLC나
추가 유료아이템 판매로 울궈먹을 컨텐츠까지 풀어 무료로 제공했다. 정품 패키지를 산 사람들이라면 패치가 등장할때마다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어떠한 추가현금지불도 요구하지 않았다.
화끈한 템드랍에도 불구하고 '될놈블로' 라는 말이 나오자 아예 원하는 아이템을 쉽게 맞춰줄 수 있는 파편시스템과 카나이의 함
(호라드릭상자의 부활인지)까지 제공하며 누구나 쉽게 그러나 최상위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노력도 필요한(현금이 필요없는
순수한 개인의 노력)
게임을 만들었다. 그 노력이 방구석에 앉아 몇날 몇일을 디아블로 하나만 붙잡고 있어야 하는 정도의 노력도 아니고, 직장인이던 학생이던
자신의 할 일을 충분히 하면서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끝판왕 컨텐츠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좋은 게임이란 내가 남을 밟고 올라서서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친듯이 나오지 않는 아이템을 오매불망 바라보며 몇날몇일 붙잡고 다같이 망해가자는 것도 아니다.
네팔렘의 호칭은 한정된 사람들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삶의 일차적 목표는 현실에서의 네팔렘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원한다면 가상세계에서의 네팔렘이 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점에서 디아블로는
현실에서의 네팔렘을 지향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가상세계에서의 네팔렘의 자리도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아주 좋은 게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