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펌)
안녕 누나, 형들 편의상 반말로 할게 한번만 봐줘ㅎㅎ눈팅만 13년찬데 이렇게 글쓰는 건 처음이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여기 들어와서 한번씩 크게 웃고가고 있어 재밌는 자료랑 댓글들 항상 고마워ㅋㅋ
내 소개를 잠깐 하자면 나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이고 곧 2년차를 바라보는 구린이야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구급대원으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구급시스템과 병원 상황들을 알려주고 싶었고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어서야! 내용이 좀 길어질 것 같으니 크게 파트를 나눠서 최대한 간단히 적어볼게! 바쁘더라도 한번씩은 읽어줬음 좋겠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도 있을테니 말이야ㅎㅎ
혹시 구급 선배님들 또는 병원직원분들 중에 수정할 부분이나 추가하고 싶은 부분있으면 댓글로 추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1. 부족한 구급차
-서울 내 구급차 수는 172대고 서울시민 약 1000만명을 기준으로 1대당 5만7천여명의 시민들을 담당하고 있어
-21년 구급 출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부터 11월까지 구급 출동은 408,864건으로 월평균 37,169건 30일 기준으로 일평균 약 1238건이야
(출처 서울종합방재센터 월별구급출동 통계-동일건, 오인, 허위신고 제외한 구급출동)
-현재 서울시는 소방서별로 코로나 환자 이송을 위한 코로나 전담 구급차를 운영하고 있어서 일반 구급출동을 나가는 구급차는 172대보다는 적어(전담구급대 09시~18시까지 운영이나 21시까지 운영하기도 함)
2. 부족한 응급실 내 격리병상과 길어지는 현장 구급활동
-나는 20년 1월 부터 구급대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병원선정이 잘되어서 보통 1시간 전후로 1건의 출동이 끝났어
-현재 응급실에선 코로나 관련증상(37.5도 이상의 발열, 기침, 콧물, 가래, 인후통, 오한, 설사, 미각 및 후각 상실 등)이 있는 환자나
코로나 관련 문진이 되지 않는 환자(주취자, 의식저하 등)는 코로나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격리실에서 진료를 받아야 해.
-그런데 생각보다 코로나 관련 증상에 부합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경험상 발열이 제일 많은데 열이라는게 사실 정말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거든. 단순 교통사고나 낙상만 하더라도 통증으로 인해 열이 날 수 있고, 여름과 같이 주변 환경으로 인해 열이나는 경우도 있어. 단순 폭행건도 흥분한 상태로 있으면 또 열이올라.. 또 노인분들 같은 경우에는 잔기침 없는 분들을 찾기가 쉽지 않지. 나는 또 주취자 출동을 많이 나가는데 술을 좀 먹어서 대화가 원활하게 안된다? 이럼 격리실 가야해..이렇게 코로나 관련 증상으로 출동난 게 아니더라도 막상 가보면 격리실에서 진료를 봐야하는 환자들이 많아.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 후 음성 확인이 될 때 까지 격리실 진료를 봐..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데 대학병원만해도 응급실 내 격리병상이 많아야 10베드, 그보다 작은 2차급 병원은 1~2베드 혹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이제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되는거야. 가뜩이나 대학병원은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아 포화상태인데 굳이 대학병원을 응급실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경증환자들이 발열 등의 문제로 2차급 병원 응급실을 가지 못하고 격리실 진료를 위해 격리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야하는거야..
-구급차 내에는 각 병원들의 상황을 공유하는 상황판이 있는데 보면 큰병원은 거의 성인 심정지 환자만 가능, 중증외상만 가능, 발열 호흡기 불가 이런상태야..이런게 안뜬 병원도 막상 전화해서 물어보면 격리실이 없다고 하는 병원이 많지. 격리실 진료가 필요한 환자 병원 선정하려면 보통 5~15군데 병원을 전화해..우리 센터 최고기록은 70여군데야. 거짓말 같은데 거짓말이 아니야 서울 한번 다 전화돌리고 경기도, 인천전화 돌리고 다시 서울로 전화돌리고(출동한 구급대도 전화하지만 구급상황실에서도 같이 전화를 돌려줘..) 구급차안에서 똥줄 타다가 전화돌렸는데 병원 앞에서 대기 후에 격리실 자리나면 그 때 진료가능하다고 하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정말.. 아직 하고싶은 말 반도 못했는데 벌써 이만큼 길어졌네 미안해
-이렇게 병원 선정이 안되다 보니 30분~ 1시간 현장활동 하던게 2시간 3시간.. 그이상으로 늘어났어. 이러다보니 출동할 수 있는 구급차가 점점 부족해지겠지? 관내에 구급차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타관내 구급차를 보내. 구급차가 타관내로 출동나면? 그 구급차가 담당하는 관내는 구급차가 또 부족해지고..이런 악순환이 발생되는거야
-실제로 나는 심정지 환자인데 20분거리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어린아이 교통사곤데 40분이 걸려 타차량 유도한적도 있었어. 무전 듣다보면 난리도 아니야 흉통 또는 호흡곤란인데 30분 이상거리로 출동나가는 경우도 있고 1시간거리도 있어. 뇌출혈 의심환잔데 병원 선정이 안되서 1시간만에 병원 이송한 적도 있었고, 의식저하 환잔데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송한 적도 있었지. 병원선정이 도저히 안되서 귀가조치 하고 추후에 다시 신고해달라고 한적도 꽤 있어. 이런 상황이 점점 흔해지고 있어.
3. 해결방안?
-나는 궁극적으로는 비응급 환자가 줄어야한다고 생각해.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한 환자가 가야한다는거야. 여기서 말하는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환자 분류할 때 주로 사용하는 KTAS 환자 분류도구 포스터를 첨부해줄테니 한번 읽어봐줘.
(출처 KTAS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그런데 이게 말은 쉽지, 사실 응급실은 응급환자만 가세요!! 라고 말하기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워. 왜냐면 일반 사람들은 이게 응급증상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거든. 가장 대표적인게 급성심근경색이고 단순 소화불량과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 나도 정말 이게 응급증상인지 아닌지 애매해서 현장에서 감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 따라서 저 위에 KTAS는 일단 참고만 해두자고. 병원가면 나는 대체 언제 진료를 보냐 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응급실에선 이런 도구로 환자를 분류하고 진료한다는걸 소개해주려고 가져왔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비응급환자 발생 줄이기는 바로 절주야. 말그대로 술을 적당히 마시자는 거야. 내가 있는 센터는 밤에 나가는 출동 중 열에 일곱은 술과 관련된 출동이야. 특히 주취자 낙상! 술취해서 비틀거리다 평지나 지하철 계단 같은 곳에서 넘어지는 거지. 술먹고 넘어지면 반응을 제대로 못해서 얼굴이나 두피가 찢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야. 이정도로 술을 마셨으면 대화도 잘안돼.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코로나 관련문진이 되지 않는 환자는 격리실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지?
-주취자가 또 어려운게 술이 취해서 자는건지 아니면 외상으로 인해 의식저하가 있는건지 감별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은 술에 취해서 자는거긴 한데 정말 외상으로 인한 의식저하인 경우가 가끔씩 있거든..그래서 난 주취자 출동이 제일 까다롭게 느껴져. 문진도 잘 안되고말야. 그러니깐 제발..술 좀 적당히 마셔줘. 기분좋게 마시고 안전하게 귀가하자 제발..
4. 그 외 당부하고 싶은 말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역시 절주하자야. 주취자는 정말 어려워. 위에 처럼 의식이 저하되면 자는건지 진짜 의식저한지 감별하기 어렵고, 의식이 있으면 또 난폭한 사람들이 있어서 협조가능한 상태로 진정시키는게 또 어려워. 욕듣는건 일상이고 가끔은 맞기도해. 본인은 다음날 기억도 못하겠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신고할 때 환자 의식상태, 호흡유무 정도는 보고 신고해줬으면 좋겠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를 지켜봐주면 더 고맙고! 가끔 신고만 하고 자기 할일 하거나 그냥 가던길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현장에 도착하고 보면 환자가 심정지 상태인 경우가 가끔씩 있어. 목격자 CPR이 환자 소생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돼!
-구급대는 드라마처럼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 싣고 병원을 가지 않아. 현장에 도착해서 환자 상태 및 사고기전을 파악하고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한 다음 중증도에 맞는 병원을 선정하여 이송을 해. 가끔 환자가 쓰러지거나 피난다고 흥분해서 환자 상태 파악중에 왜 빨리 병원 안데려가냐고 화내는 행인 분들이 있는데 그럴때마다 정말 힘들어.
-의료진이 질문하는 거 힘들어도 대답 잘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몸아프고 어지럽고 한데 귀찮게 꼬치꼬치 캐물으면 짜증나는거 알아..근데 그걸 알아야 구급대원 또는 병원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빨리 도움을 줄 수 있어. 우리가 귀찮게 하고 시간끌려고 하는게 아니라 빨리 도우려고 한다는거 알아줬으면 좋겠어.
-핸드폰 비상연락처를 활용하자! 의식저하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하는데 요즘 핸드폰 보안이 잘되어있잖아..보호자 연락처를 알 방법이 없어. 당장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그리고 지인들에게 비상연락처 꼭 등록하자고 말해주자. 응급상황에서 정말 요긴하게 쓰인다구!
-내가 코로나 관련 증상이 하나라도 있는 것 같다? 그럼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하는 것을 추천해. 3일이내에 검사한 결과가 있으면 병원에서 격리실에서 진료를 안보는 경우도 있거든!
-낮시간에 가능하면 동네 의원이나 병원 진료도 활용해보자! 나도 낮에 근무할 때 환자가 경증이거나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가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환자들에게 그쪽 진료를 권유하는 편이야. 환자는 비교적 빠른 진료 및 처치가 가능해서 좋고 나도 응급실 과밀화를 조금이라도 막는 것 같아서 맘이 편해.
5. 요약
-코로나 시국 이후 발열, 호흡곤란, 인후통, 기침, 가래, 콧물, 오한 등 코로나 관련 증상이 있는 분들이 응급실 가기가 많이 힘들어졌다(비접촉 체온계로 체온 정상이라고 문제 없었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고막체온계, 액와체온계로 체온 측정하면 결과값이 달라요)
-구급대의 현장활동이 길어지면서 원거리 출동이 많아졌다, 비응급환자 때문에 정말 병원 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이 위험해 지고 있다.
-구급출동, 응급실 진료에 주취관련 환자 비중을 줄여보자(병원에 안가도 되는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걸 줄여보자!), 즉 술을 적당히 마시고 건강한 음주 문화를 형성하자!
글 쓰는게 생각보다 길어져서 중간쯤부터는 내가 무슨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여기 소방관도 좀 있고 의료진도 좀 있는걸로 아는데 혹시 글에서 이상한 부분있으면 지적해주면 좋겠어!
끝까지 다 봐준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코시국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힘들어 하고 있는데 우리 힘내고..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