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첫번째로 느낀 것은 그렇게 정치인들 맘에 안든다고 하던 사람들이
선거에는 생각보다 관심없구나, 그냥 정치인들 뭉뚱그려 까면서 투표안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점입니다.
선관위 문제야 한동안 걸고 넘어져야 하니 논외로 두고요.
정말 제가 절실히 느낀 것은 여야 간의 선거를 치루는 능력차입니다.
저는 울산에 사는데
사실 울산은 부산, 대구만큼이나 확실한 여당 표밭입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있는터라 사는데는 지장이 없어서인지
정치인들에게 큰 불만을 못느끼는 것 같아요.
사는게 힘들면 정치인 욕이라도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그냥 그런갑다 하는것이죠.
그래서 정치심판론이 그리 먹히지를 못하죠.
제가 선거유세기간 동안 봐온 바로는
새누리당측에서는 복지, 선진, 민생경제 이런 쪽으로 유세를 했고요.
야당측은 대부분 정권심판 얘기만 줄곧해왔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본 것처럼 새누리당이 전승했습니다.
유권자들의 생각 같은 것은 다 덮어두고
저는 여당의 선거전략이 야당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봅니다.
대통령선거는 심판론의 영향을 클 수 있지만
총선을 다르다고 보거든요.
우리 지방을 위해 열심히 할께요 라면서 당신네 사는 데 더 좋게 해주겠다는 유세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야당에서는 그런 소리는 거의 없고
대통령과 여당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만 외치다 끝났습니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솔직히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투표는 국민으로서의 권리행사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투표 안 할거라 해서 투표하라 했더니 누구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많잖아요.
저는 선거 유세는 부동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유동층을 잡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유동층은 중립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이거나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사람이 머리가 비었든지 차있든지 선거에서 그들의 표는 공평하게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대구 사람은 아니지만 김부겸 후보의 티비연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뭐라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엔 인정의 호소에 가깝더군요.
하지만 지금 선거를 쭈욱 관찰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야당후보 측의 선거전략을 짠 사람들이 정말 실수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안이한 전략이었어요.
대통령에 여론이 안좋으니 심판론만 내세우면 이긴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야당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거가 한두번이었습니까?
제가 만약 야당 후보의 선거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유세 전에 스피치 강사와 연기 강사에게 한동안 수업만듣게 했을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선거 유세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보세요.
여당후보와 야당후보 간의 자세, 행동, 말투, 표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라는 소리를 하실지 모르겠지만
확신이 없는 상대방에게 확신이 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비록 빈수레라도 외부공격만 받지 않으면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선거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것들을 관리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유동표를 끌어들이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것입니다.
매번 선거를 하면 왜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새누리당(과거에는 한나라당)이 선전을 할까를
생각해보면 뭐 텃밭도 있고 확고한 부동층도 있고 하지만
선거전략에서 이긴다는 것을 느꼈어요.
일반인들의 눈에는 선거는 정권심판과 정의실현을 창구이겠지만
정치인들의 눈에는 대규모 마케팅전인겁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선전을 하든지 아니면 쫄딱 망하든지 대선에는 악영향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쫄딱 망하면 서울시장선거로 인해 주춤한 박근혜대세론이 부활할 것이고
선전하면 야권 내에 승리했다라는 안일한 모습으로 결국 방심하다 역공에 훅 갈 것이라고 봤거든요.
지금 상황을 보니 전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 수많은 논란거리를 품고도 1당이 된 것을 보면 말이죠.
그나마 야권 측에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 야당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선거전 스페셜리스트의 영입 혹은 양산입니다.
인터넷 여론과 티비 여론의 격차를 깨달아야 합니다.
제가 야당 후보라면 SNS하는 것보다 40대 이상의 민심잡기에 더 주력할 것 같아요.
아무리 뛰어나도 당장 당선이 안되면 바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뭐 제가 무슨 정치를 무척 잘 아는 것마냥 주절거렸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친구 중에 대부분 국회의원 정보를 꿰고 있는 친구는 있지만 저는 아니고요.
여러분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틀린 부분도 있을 수도 있고요.
그냥 좋게 지적해주시면 저도 배운다 생각하고 받아드리겠습니다.
길면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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