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이다. 늦은 결혼에 첫아이.며칠 째 유선염인줄도 모르고 앓아누웠었다. 항생제 먹은 지 하루 만에 가뿐한 몸으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그래봤자 두 시간 마다 아들 녀석의 배고픔에 같이 눈 떠선 꼬마녀석을 먹이고 재우느라 잠다운 잠은 못잤지만 통증이라도 가셨으니 이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일요일 아침 남편이 청소를 한다. 설거지도하고 지루하지 않으려고 라디오를 틀어놓은 모양이다.아이가 생긴 뒤 살림은 남편 몫이다. 미안하기도 고맙기도하다.
라디오에서 한동근에 그대라는 사치가 흘러나왔다. 몇 번들어본 곡이다. 노랫소리가 온 집 안을 채운다. 내 무릎에 이제 50일 된 내 아이가 자고있다. 마흔에 얻은 아들이다. 인공수정을 하려고 알아보던 중 기적처럼 찾아온 제비처럼 예쁜 내 아이. 곤히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노래를 듣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훌쩍거릴 정도로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정말 과분할 정도로 행복해서, 행여 누군가가 내 생이 끝날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 하면 아마도 이때일 것만 같았다. 너무 행복하고 평안해서 노랫 속에서 서럽게 내가 울고있다.
2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의 엄마는 남편의 가정폭력과 외도를 견디며 살았다. 생계 역시 엄마의 몫이었다.미련을 떠는 이유는 다 자식때문이라 했다. 자식들이 장성한 뒤에야 이혼을 선택했다. 그러던 엄마가 자궁경부암으로 세상을 등졌다.내 이기적인 아비는 엄마는 목숨마저 앗아가는구나했다.
오늘 아침 내 무릎 위에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나의 엄마도 이렇게 날 낳고 키웠겠지 조금만 더 함께였다면 좋은 추억이 더 생겼을텐데 난 이렇게 행복한데 내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