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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는 1946년생으로 올해 만 75세이십니다.
아직도 운전을 하시지만 사고도 없으시고, 인지 능력 자체에 큰 문제는 없으신 편입니다.
저는 요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기에 치매이신지 아니신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데. 치매는 확실히 아니십니다.
여튼 그런 저희 할아버지께서 그리 험준하지도 않은 동네 산에서 호랑이를 보셨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기로 하고 고속 버스를 탔는데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할아버지가 오시질 않으셨더군요.
이런 일은 흔치 않은 터라 (할아버지는 보통 약속 시간 전에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전화를 걸어보니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집으로 전화해보니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셔서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살이 나셨다고 버스를 타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버스를 타고 오니까 할아버지는 정말 이부자리에 누워계셨구요. 할머니는 그런 저를 불러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치매인 것 같다.
할머니의 말로는 할아버지가 산에 다녀오시더니 갑자기 호랑이를 봤다고 덜덜 떠시더라는 겁니다.
그 산은 할아버지가 10년 넘게 다니신 곳이고 저 역시 여러 번 함께 오른 적이 있는 곳입니다.
할머니 말로는 할아버지가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셨다고 하더군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노망 또는 치매로 헛것을 보았다고 이미 믿고 계셨습니다.
저는 누워 계시는 할아버지께 저녁에 할머니 주무시면 이야기 좀 하자고 조용히 말씀드리고 방을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런 분이 아니란 걸 저는 알고 있었거든요.
저녁 9시쯤 할머니가 주무시자 할아버지는 거실로 나오시더니 저한테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뒷마당으로 나오신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하시기 전에 제게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을 백퍼센트 믿어줄 수 있느냐고 하시더군요.
할아버지는 손을 덜덜 떠시고 계셨는데, 손을 잡아드리며 아무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 보시라고 용기를 조금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한잔 꺼내드시더니 그제서야 입을 조금 여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늘 점심밥을 드시고, 1시 반쯤 산에 도착하셔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찻길이 있는 곳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면서 할아버지는 평소와는 다른 스산함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평소 들리던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나, 새들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조용했다고 하십니다.
삼십분 정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고 계실 무렵 할아버지는 오른쪽에서 무언가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셔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셨습니다.
그리고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셨다고 해요.
할아버지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 호랑이는 아직 성체는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웬만한 대형견보다는 훨씬 커 보였고, 살짝 벌어진 입으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넷의 호랑이 관련 글을 보면 눈이 이글거린다, 무섭다는
말이 있길래 눈은 어땠느냐고 여쭤보니까, 눈을 마주치면 공격할 것 같아서 차마 눈을 바로 보지는 못하셨다고 합니다.
두 앞발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는데 발이 아주 크고, 발톱 역시 날카로웠다고 기억하시고 계시더군요.
할아버지는 그렇게 잠시 호랑이를 마주하고 계시다가, 이내
호랑이가 몸을 돌려 산 위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몇 분간 그대로 계시다가 혹시 호랑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두려워서 뒷걸음질로 찻길까지 도망치셨다고 하더군요.
내려오시면서 오줌도 지리셨다고 하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믿기지 않아 할아버지께 간이 MMSE검사를 한번 해봤는데 할아버지의 인지능력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정신질환이라거나, 헛것을 보신 적도 없으시고, 무엇보다 매우 진중하신 분이라서 농담을 하실 분도 아닙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보신 동물이 정말 호랑이가 맞다면 어떻게 호랑이가 지금까지 살아있을수 있는걸까요…?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출처 | http://huv.kr/pds1075004 |
출처 보완 |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657874&page=3 후기가 먼저 베스트를 왔네요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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