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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09521
    작성자 : 칫솔과치약
    추천 : 16
    조회수 : 3520
    IP : 108.162.***.51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21/06/26 12:08:27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09521 모바일
    XX다방 누나들, 휠다방 민양 그리고 정양 이야기 (노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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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할 즈음에 
    집근처에 대형 결혼식장이 생기면서 덩달아 식당과 자그마한 유흥업소들이 동네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방도 두어개 들어섰는데,
    저희집 건너편에는 'XX다방'이 들어섰습니다.
    (다방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용)

    기본적으로 친구들이랑 놀러다는 것 외에는 노관심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부다... 주말에 좀 시끄럽겠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살았습죠.

    그러다 중학교2학년(90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려는 때에
    할아버지께서 건넌방을 세놓으셨습니다.
    함께 살던 복례누나가 지난해에 시집을 가서 자그마한 방이 하나 남아있었는데,
    그냥 비워두시다가 복덕방 할아버지께서 방구하는 처자들이 있다며 세놓을 생각이 있느냐 하셨나봅니다.
    (참고로 복례누나 이야기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39202 )

    깜짝 놀랄 정도로 이쁜 누나 둘이서 방을 보러왔던게 기억나네요.
    그리고 바로 다음날 누나 둘이 건넌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건너편 XX다방에서 일하는 누나들이었습니다.
    저야 어려서 다방종업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리 없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그냥 고생하는 불쌍한 아이들이다..하는 시선이었지요.
    특히 할머니께서는 이래저래 많이 챙겨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하다못해 지나치는 길에 고생한다며 어깨라도 쓰다듬어 주시곤 했고
    누나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깍듯이 대했습니다.

    누나들은 저에게도 참 잘해줬지요.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학교가니~ 놀러가니~하면서 용돈도 몇 백원씩 쥐어주곤했습니다.
    오락실가라고...
    특히 나이가 더 많았던 누나가 사줬던 야채크래커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ㅎㅎ
    아니~ 이런 맛이??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과자가 맛동산하고 야채크래커인데,
    아내님께서 롯데 불매 중이라 야채크래커를 먹어본지 몇 년됐네요.ㅠㅠ

    제 방에서 나와서 밖으로 나가려면 누나들이 있는 방을 지나가야했는데,
    한창 더울 때는 누나들이 방문을 열어놓고 자더라구요...
    편한 차림으로...^^;;
    제가 등교하려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편한 차림의 누나들이 부스스 일어나서 '학교가니? 잘 다녀와~'하고는 다시 누워서 자곤했습니다.
    매우 편한 차림으로...
    그때 제가 사춘기이긴 했지만 다른 생각거리가 워낙 많아서
    이성에는 관심이 없어 친구들 사이에서 '친구여 너는 고자인가?'하는 소리도 들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그래도...
    보기 좋았습니다.^^
    좋은 향기도 나고...

    한 일년쯤 지났을까요?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누나 한 명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이 다방으로 찾아오셔서 머리끄댕이 잡고 끌고갔다고...
    알고보니 그 누나 나이가 18살이었더라구요.
    가출해서 다방에서 일하고 있었던겁니다. 미성년자인데...
    저도 어린나이였지만 '다방이 이 시발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나에게 찾아서 '누나는 몇 살이에요?'하고 따져물었더니
    '누나는 나이 엄청 많아...'라더군요.
    하긴 그냥 보기에도 많아 보였습니다. 아주 많이 ㅡ,.ㅡ;

    그 누나도 반년쯤 뒤에 떠났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인사도 없이 제 방 문앞에 야채크래커 하나와 3천원을 둔 채로...ㅜ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교 3학년(97년) 1학기를 마치고
    12월 입대 전까지 주간에는 학교근처 PC매장에서 조립 알바를 했습니다.
    조립을 배워서 전역 후에 제 PC를 직접 조립하고 싶어서 말이죠.^^
    제 기억이 맞다면 97년이 스타크래프트 출시 1년쯤 전이고
    ADSL서비스 2년쯤 전일 겁니다.
    PC통신시대에서 인터넷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을 겁니다.
    3학년 1학기 수강신청을 나우누리에 접속해서 했으니...
    눈치빠른 사람은 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기도 했던 때이기도 했죠.
    제가 일하던 매장의 사장님도 인터넷시대의 개막을 예측하고 거금을 투자해 홈페이지도 준비하고  PC방 영업도 하고 그랬습니다. 좀 무리해서...

    그래서 그랬는지 거래처 분들이 하루에도 몇 분씩 찾아오곤 했죠.
    그리고 거래처 분들이 오실 때마다 사장님께서는 '휠다방'이라는 곳에 커피를 시켰습니다.^^
    다방커피를 으찌나 좋아하셨는지...
    배달온 종업원에게 농을 건내거나 하시지는 않고
    커피 타주면 걍 거래처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고,
    종업원은 멀뚱멀뚱 앉아있다가 가곤 했습니다.ㅋ

    주로 정양과 민양이 배달을 왔는데,
    정양은 정말 조용히 앉아있다가 가고
    민양은 어떻게든 대화에 끼어보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거래처분들이나 사장님은 민양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민양이 대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특히 용산 XXX(아직도 동일한 이름의 업체가 있네요.)에서 물건을 대주시는 실장님하고 궁짝이 잘 맞았습니다.
    퇴근 후에 실장님 차안에서 둘이서 대화를 하는 것도 몇 번 봤습죠.

    그러다가 시린 바람이 불어올 때쯤 둘은 사랑의 도피를 했습니다. ㅌㅌㅌ
    다방 사장이 저희 매장에 찾아와서
    거래처 실장 어디갔나고 난리를 피우며 저희 매장 사장님하고 막 욕하면서 싸웠습니다.ㅎ

    그때는 어른들의 사정이야 자세히 모르고 그냥 둘이서 잘 살았으면 했습니다.
    아주 가끔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기억에서 지워진 듯 했다가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입니다요.^^

    아!!! 그리고 저희 PC매장 사장.. 아놔.. 이양반... 참...
    '민양과 거래처 실장의 런'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안아 저희 매장 사장도 야밤도주를...
    거래처에 줄 돈 저의 마지막 달 월급도 다 떼먹고 ㅌㅌ
    어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때 불안하더라니..ㅜㅜ
    이분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되면...^^

    참!!! 정양!
    일반적으로 다방종업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어릴적 기억때문인지,
    제가 다방종업원을 바라보는 감정은 아련함 그리고...
    건방지게도 안쓰러움입니다.
    그렇다보니 배달온 종업원분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조심스럽고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습죠.
    그래서 그랬는지 정양은 커피를 따라주고는
    제가 일하는 곳 건너편에 앉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듣고 있다가 아~그래요~나 힘들었겠어요~ 정도만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게 저에게 영어 잘하냐며 이거 한 번 읽어보라며 windows 98 백업 CD를 건냈는데,
    그 CD에 적혀있던 글은 MV3QK...로 시작하는 시리얼넘버가...
    그래도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은 참 착했어요.^^

    퇴근 후에 함께 나이트에 간다거나 노래방에 간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여보!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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