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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오랜만이야
ㄱ ㅐ 같은 코로나 시국에 다들 잘 살고있는지
나는 사는게 바빠서 요 몇달 간 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선 작년 12월쯤으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얘기를 해볼까 해
아무도 안물어보고 안궁금하겠지만
혼자 좀 씨부려볼게
그러니까 그 날이
-2020년 12월 7일-
퇴근을 하고 집에 왔더니 와이프가 체한거 같다고 했다.
약을 줬더니 약 먹기 싫다고 해서 활명수를 줬더니 활명수도 싫다고 했다.
그럼 나보고 어찌하라는거야
탄산수를 달라고 해서 냉장고에 갔는데
책상위에 왠 미니케이크같은게 있더라
옆에 작은 쪽지랑 함께
이게 뭐지 싶어서 집어 보니
흐음...
어?
어??!?!
드라마에서 보는
나에게 애기가 생겼다 !! 눈물 콸콸!!
이러진 않더라
뒷통수 쎄게 맞은 기분
얼떨떨
너무 놀라서 심장이 발작발작 뛰어서
웃통을 까고 와이프한테 심장소리를 들려줬다.
나중가서 알게 된건데
와이프가 카메라를 설치해서
남편이 2세가 생겼을때 반응을 촬영중이었는데
너무 놀라 꼬들해진 쪽쪽스가 적나라하게 나와
이 영상은 아무에게도 못보여줬다고 했다.
진정하고 와이프를 꼭 안아주고
아 그래서 약 안먹었던거구나 깨닫고
나는 맥주, 와이프는 딸기우유로 건배하고 잤다.
그리고 와이프한테 뭐 먹고싶은거 없냐고 했다.
프렌치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했다.
촉촉하고 달달한 프렌치 토스트
- 2020년 12월 8일
마침 휴무라 프렌치토스트를 해줬다.
계란 3개, 계란노른자 1개, 우유 150ml
설탕 40g 소금 2g 계피 1g 브랜디(아님위스키) 10g
위에 재료들 전부 섞어 계란물을 만들고
두꺼운 식빵을 최소 30분 이상 재워둔다.
앞뒤로 뒤집어가며 척척할 정도로
빵은 하루이틀 지난 빵이 더 맛있고
살짝 마른 빵으로 해야 더 잘나온다.
굽기 전 적셔놓은 식빵에
설탕이랑 계피 좀 더 뿌려서
팬에 버터 두르고 중약불로 앞뒤로 노릇하게
그게 전부인 손쉬운 레시피
와이프가 맛있게 잘 먹어줬다.
태명을 언제 정했는진 기억 안나는데
임신사실 확인 후
처음으로 해준 음식이
달달하고 촉촉한 프렌치토스트였고
인생을 달달하게 살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태명을 달달이로 정했음
-2020년 12월 10일
출근해서 아끼는 동생, Q에게
2세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친구랑은 별의 별 얘기 다 하는 사인데
10월쯤 슬슬 애기만들준비를 할거다 얘기하니
생기면 가장 먼저 얘기해달라 하더라.
그래서 부모님, 장인장모님보다 먼저 알렸다.
축하를 받았고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께는 안정기 지나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결혼 1년이 지나도 애기소식이 없다고
자꾸 쪼길래 그냥 먼저 말할까 생각했고
마침 부모님이 자식보다 사랑하는 며느리에게
방어회를 먹여주고 싶다고 오라고 했다.
그 때 얘기해야겠다.
-2020년 12월 12일
근무 중 약간의 발열이 있어
코로나 검사 후 매장 창고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다음날까지 짱박혀있는게 심심해서
원래 약속잡았던 친구들에게
자가격리하는거 인증한 뒤
2세 사실을 알려주니
본인 일처럼 기뻐했다,
시벌럼들
-2020년 12월 13일
본가에 갔다.
부모님은 아직 2세소식 모름.
그리고 나 솔직히 부모님이랑 사이 안좋음
와이프는 임신초기라 같이 못왔는데
며느리가 안와서 대놓고 실망했다.
자식이 왔으면 좀 기뻐라도 하지.
몸살났다고 얘기하고 와이프가 준 선물이나 뜯어봐라고 했고
그 쇼핑백 안에서 애기신발을 꺼내고
"이게뭐야? 애기신발이네?"
3초뒤
어?!?!
뭐지 이 반응은 우리집안 내력인가.
아버지가 우셨다.
집 망할때랑 할아버지 돌아가실때 이후 처음인듯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많이 이뻐하셨을텐데.
항상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이다.
-2020년 12월 16일
와이프랑 같이 일할때 내가 만들었던 쿠키가 땡긴다고 했다.
그래서
반죽해서
팬닝해
굽기
클라스는 영원하다.
문득 내가 제과를 할 수 있어서
나중에 우리 애 생일케이크는 직접 구워줄수있겠다
개쌍자상한아빠처럼 보이겠다 싶었다.
-2020년 12월 20일
슬슬 와이프 입덧이 시작되는것같다.
쌀 씻는 냄새, 밥냄새 모두 역하다고 한다.
밥은 식히거나 찬 물에 말아서 먹으면
입덧이 좀 덜하다고 알고 있어서 그렇게 했다.
토마토생과일쥬스, 딸기를 잘 먹는다.
-2020년 12월 21일
자가격리때문에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났다.
만나서 축하해줬고
배냇저고리 선물을 받았다.
근데 생각보다 배냇저고리가 비쌌다고
돈이 없다고
술 사란다
시팔럼들
이 날, 술 많이 마셨다
그리고 며칠 뒤
달달아 너는
살짝 미쳤나 싶은 삼촌들의
터프한 내리사랑을 받게 될거야
심지어 저 삼촌이
아빠 친구들 중 제일 똑똑하단다
-2020년 12월 23일
초음파를 보고 왔다.
착상이 잘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궁 내 근종이 발견되었는데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근데 애아빠선배님들
이 극초기 초음파보고 무슨 기분이 들던가요.
부성애가 샘솟았나요.
아무런 기분이 들지않아서
나의 인간성에 문제가 있나 싶었다.
그냥
우와..신기하다
...그게 다였다.
산부인과에 사람 많더라.
우리나라 저출산국가 아니었나
-2021년 1월 3일
매콤한 토마토 미트볼 스파게티
이 날의 주문이었다.
호주산 소고기다짐육을 사다가
미트볼을 만들어서 해줬다.
미트볼
이름이 참 직설적이고 멋있다.
새콤한 음식과 고기가 주로 땡기는것 같다.
토마토쥬스, 과일같은 신게 땡기는걸 보면
딸인가 싶다가도
고기 땡기는걸 보면 아들인가 싶은데
우리집안은 아들만 많은 집안이라
개인적으로 딸이길 바랬다.
-2021년 1월 20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수박이다.
1월 중순 한겨울에 수박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더라
미치고 좋은세상 같으니.
한 통에 1.8만원
기대하지 않고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씨가 많은거 빼고는 괜츈
먹고싶은 음식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가는것 같다.
-2021년 1월 23일
길 가면서 길빵하는 새끼들 다 뒤져버려라ㅗㅗ
-2021년 2월 4일
in스타에 와이프 임신사실을 알렸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2021년 2월 9일
입덧이 심해졌다.
생수, 밥, 고기 전부 우웩버튼
굽거나 튀기는 조리를 하면
냄새때문에 입덧이 심해져서
닭을 쪄서 닭백숙을 만든 후
가늘게 찢어
파프리카, 오이채와 같이
겨자에 찍어먹을 수 있게 준비해봤다.
잘 먹었다.
-2021년 2월 12일
참치김밥이 먹고싶다고 했다.
김밥이야 배달시키면 된다지만
임산부는 참치, 연어, 방어 등
대형생선 섭취를 주의해야한다.
수은때문에
다른거 먹고싶은거 없냐고 물어보니
집에서 싼 소풍김밥이 먹고싶다고 했다.
난이도가 올랐다.
생각해보면 김밥은 재료만드는게
손이 참 많이 간다.
문득 만들다보니
우리 애 소풍걱정도 없겠다 싶었다.
그래도 재료 준비 다 하고 둘둘 싸서
이쁘게 말아놓으면 기분 좋다.
김밥은 체하기가 쉬우니
항상 꼭꼭 씹어먹으라고 한다.
임산부들은 체하면 활명수도 못마시고
약도 못먹으니
매실, 탄산수, 합곡혈 지압 밖에 방법이 없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김밥 오랜만에 싸본다고 하니
나랑 연애할때는 김밥 안싸줬었는데
무슨일때문에 김밥을 싸다구
맞았다.
-2021년 2월 20일
곱창이 먹고싶다고 했다.
산부인과가서 검사했을때
철분수치가 좀 낮다고 하던데
그래서 고기가 땡기나 싶었다.
시금치엔 철분 없다
뽀빠이 구라쟁이
철분은 선지, 동물의 내장등에 많다.
이 시국에 밖에 나가기도
와이프 컨디션도 좋지 못해서
집에서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누린내가 많이 났고
와이프를 피신 시킨 뒤
마늘과 후추, 깻잎을 넣어 볶으며
어떻게든 바짝 구워 냄새를 최대한 제거했다.
근데 내가 속이 안좋았다.
와이프가 맛있게 먹어줘서 좋았는데
이때쯤부터 였을까
나도 입덧을 시작했다.
일하다가 갑자기 울렁이면서 속이 뒤집어졌다.
위장에 무슨일이 있나 겁이났는데
입맛은 아주 싹 잘 돌았다.
진짜 개 뜬금없이 이유없이
울렁였다.
금슬이 좋으면 남편도 입덧을 한다는게
금슬 좋음 - 같이 붙어있는 시간 많음
입덧하는 와이프의 페로몬 - 남편이 흡수
남편이 입덧
이런 사이클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2021년 3월 9일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다가
여기 애기 뭐가 보이네요? 하길래
덜컹했는데
보이시죠? 꼬튜에요~
해서 휴 다행이다
아?
아들이구나
와이프랑 나랑
아이고ㅋㅋ어뜩하나ㅋㅋ
한바탕 웃고
의사선생님이
애기머리가 좀 크네요~ 하길래
아..좀 문제가 있는걸까요? 하니까
아녜요~ 이건 그냥 아빠닮아서 큰거에요
라고 했다.
거 미안하게 됐슴다
-2021년 3월 24일
애기가 커지면서 근종도 커졌다.
임신 전 2cm였던 근종이 6센치까지 커졌다.
자궁이 커지거나 태동이 있을때마다
와이프 통증이 점점 커졌다.
근종통은 타이레놀좀 먹으며 참는 수밖에 없다던데
옆에서 보고있는 내가 다 힘들더라.
이때 쯤 와이프 배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배가 꼬로록 거리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는데
와이프 배를 경계로
톡 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느낌에 하이파이브였던 것 같았다.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보고
초음파를 보고, 심장소리를 들어도
뭔가 부성애 부족인가 싶을정도로
감정이 뜨뜻미지근했는데
그 하이파이브가 뭔가
뭐랄까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된 느낌이었다.
힘 넘치는것도 좋은데
엄마 아프게 하진 말아다오
-2021년 3월 28일
와이프가 입원을 했다.
근종통이 심해지면서
자궁수축이 일어나 진통이 와버렸다.
이제 임신 5개월 째라
일찍 낳는다는 선택도 불가
수축억제제를 맞으며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2021년 3월 29일
라보파(수축억제제)의 부작용
와이프가 손을 심하게 떨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잠도 못자고
살며 처음해보는 입원에 많이 힘들어했다.
하루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기약없는 입원이 되어버렸다.
수축이 잡힐때까지 퇴원 불가
와이프 말고도 많은 산모들이
비슷한 이유로 입원중이었다.
세상에 모든 산모와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아빠들이 아프고 말께
-2021년 4월 1일
약을 빼고 하루 경과를 지켜보았다.
수축이 완전히 잡히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절대안정
애기낳을때까지
걸어다니기, 앉아있기 절대 안되고
밥먹고 화장실 갈 때 외엔 무조건 누워있기를
의사선생님과 약속
멕시코 신혼여행가서 먹었던 치킨스프
와이프 아플때마다 끓여주기로 약속했다.
퇴원축하 기념으로
퇴원 전날 토종닭으로 육수내서
한솥 끓여 3일 내내 먹임
레시피는 여기
이 날이 하필 4월 1일
만우절이었는데
출근해서
담당자에게 이번달까지만 일하기로 하고
사직서를 냈다.
출처 | 작년 12월~올해 4월 초까지의 근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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